매해 이사 다니던 '서민의 아들', 최대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 됐다
  • ▲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후보 발표 직후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미소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후보 발표 직후 당원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미소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개룡남'의 전설이자, '모래시계 검사'로 널리 알려진 검찰의 전설이다.

    동시에 전직 4선 국회의원으로 대표최고위원과 원내대표 등 요직을 경험했으며, 재선 경남도지사를 지내는 등 입법과 행정·사법을 두루 섭렵한 경륜의 정치인이기도 하다.

    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지사는 1954년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홍준표 지사는 가세가 완전히 기울면서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이틀 동안 리어카를 끌고밀며 대구로 이사를 가야했다.

    창녕남지초등학교에 입학해 1학년을 다녔지만 2학년 때는 대구 신천초등학교로 전학했다. 이듬해에는 대구 동구 신암동으로 이사하면서 대구 신암초등학교에서 3학년을 보냈다. 4학년 때 다시 창녕으로 돌아갔을 때, 그의 가정은 봄에 쌀 한 가마니를 빌려 가을 추수철에 한 가마니 반으로 갚던, 지금은 사라진 장리곡(長利穀)을 빌려 끼니를 이어가야 하기도 했다.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홍준표 지사는 학업에 큰 뜻을 품고 대구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가 부친에게 결심을 말하고 설득하자, 부친은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보리쌀 두 말을 내줬다. 홍준표 지사는 이 보리쌀 두 말을 짊어지고 대구 남구 대명동으로 거처를 옮겨 자취생활을 하면서 영남중·고등학교를 다녔다.

  •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영남중·고등학교 시절. ⓒ홍준표 후보 측 제공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영남중·고등학교 시절. ⓒ홍준표 후보 측 제공

    무상복지보다 차등복지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은 이 때 본인의 경험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무상급식 논쟁에서 홍준표 지사는 "밥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게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맞섰다. 실제로 홍준표 지사는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점심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술회했다. 항상 그의 굶주린 배를 채워준 것은 수돗물이었다.

    차등복지로 서민자녀에 대한 지원을 늘려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그의 신념은 경남도지사 시절, 도정에 그대로 적용됐다. 영남중에서 3년간 학비를 받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기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그는, 도지사로 있는 경상남도에서도 서민자녀를 상대로 하는 장학기금 확충에 주력했다.

    6년간 장학 혜택을 받으며 영남중·고를 다녔지만, 대학 학비만큼은 마련할 길이 없었다. 홍준표 지사는 가정형편을 감안해 부친의 권유대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허나 그의 부친이 천만뜻밖에도 훔친 비료를 사들였다는 장물취득 혐의로 지서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파출소장에 빌면서 부친을 석방시키는 과정에서 "순사 잡는 게 검사"라는 말을 듣고, 홍준표 지사는 진로 변경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한 홍준표 지사는 작은 누나가 빚을 낸 7만 원을 손에 쥐고 동대구역에서 야간 열차 편으로 상경한다. 5만6000원의 학비와 1만2000원의 하숙비를 내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은 고작 2000원에 불과했다. 홍준표 지사는 과외를 하며 서울에서 고학 생활을 이어나갔다.

    이후 홍준표 지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연수원 14기 수료를 거쳐 검사 생활을 시작한다. 검사 시절에도 그는 자칭 '천민검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검사들이 '광어족' '도다리족'으로 불리며 다음 부임지를 1~6개월 전에 미리 알고 손을 쓸 때, 홍준표 지사는 인사 이튿날 조간 신문을 보고서야 자신의 부임지를 알 정도였다.

  •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식 모습. ⓒ홍준표 후보 측 제공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식 모습. ⓒ홍준표 후보 측 제공

    광주지검에서는 조직폭력배를 소탕하다가 회칼에 찔릴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던 홍준표 지사는 이후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일약 전국적 인사로 부상했다. '슬롯머신 사건' 수사 당시, 홍준표 지사는 '6공의 황태자'라 불린 박철언 의원을 구속했다. 당시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경(檢警)의 고위 인사들을 대거 연루돼 체포·구속되기도 했다.

    드라마 '모래시계' 속의 검사는 이 때의 홍준표 지사를 모델로 한 것이다. 검사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 봉직하고 싶었지만 "평검사가 고검장을 잡아넣었는데 상명하복이 생명인 검찰 조직에 계속 있을 수 있겠느냐, 나가달라"는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1년 여를 버텼으나 검찰에서는 그에게 사건을 배당해주지 않았다. 검사실에서 '바둑 실력'만 쌓던 시절이 1년, 결국 옷을 벗고 서울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다. 그러자 광주에서 소탕했던 폭력배들이 변호사사무실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처자까지 위협을 당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홍준표 지사는 1996년 총선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다. 홍준표 지사가 스스로 "까딱하다가는 조폭들에게 낭패를 당하겠더라"며 "정치를 맨 처음에 시작한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고 술회했다.

    검사로 11년, 정치인으로 22년. 도합 33년 간 그의 삶의 궤적은 계파와 조직에 의존하지 않았던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평소 평생의 롤 모델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어머니와 함께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고 있는 모습. ⓒ홍준표 후보 측 제공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평소 평생의 롤 모델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어머니와 함께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고 있는 모습. ⓒ홍준표 후보 측 제공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혼자 힘으로 대표최고위원과 원내대표 등 당내 요직에 올랐다. 2012년 19대 총선에 민주통합당 민병두 후보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낙선하자, 그 해 가을에 낙향해 고향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며 행정 역량을 쌓았다.

    본래 계파 활동과 거리를 두며 정치했던 터였을까. 이 해 겨울에 치러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친박패권세력이 발호하자 극심한 고초가 덮쳤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친박계는 경남 권역의 의원들을 줄세우며 홍준표 지사의 낙천을 시도했다. 그러나 홍준표 지사는 혼자 힘으로 경선을 돌파하며, 도지사 재선 고지에 올랐다.

    혼자 힘으로 정치를 해왔지만, 22년 정치 역정이 웅변하듯 '정치적 동지'는 당내외에 널리 포진해 있다.

    한국당 내에서는 경남 마산합포의 5선 이주영 의원과의 '정치적 동지' 관계가 가장 유명하다. 홍준표 지사가 초임검사로 청주지검에 발령났을 때, 당시 청주지법의 형사단독판사가 이주영 의원이었다. 홍판표였던 본래 이름이 관운에 좋지 않다고 해서 현재의 '홍준표'로 개명을 권유한 것도 이주영 의원이다.

    이후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정치에 입문하며 동지적 관계를 이어왔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계가 경남 의원들을 줄세우며 낙천을 시도할 때도, 이주영 의원은 범친박으로 분류됐는데도 끝까지 홍준표 지사를 저버리지 않았다.

  •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청주지방검찰청 초임검사 시절. 그는 이 때 청주지법 형사단독판사로 있던 이주영 의원을 만났으며, 그의 권유에 따라 홍판표였던 이름을 홍준표로 개명했다. ⓒ홍준표 후보 측 제공
    ▲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청주지방검찰청 초임검사 시절. 그는 이 때 청주지법 형사단독판사로 있던 이주영 의원을 만났으며, 그의 권유에 따라 홍판표였던 이름을 홍준표로 개명했다. ⓒ홍준표 후보 측 제공

    경남 마산회원의 윤한홍 의원은 홍준표 지사의 드문 '측근'으로 분류된다. 윤한홍 의원은 홍준표 지사가 보궐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당선됐을 때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이후 지난해 4·13 총선을 통해 원내로 진출했다.

    한국당 외의 범(汎)여권에도 두루 깊은 친분이 있다. 바른정당의 '맹주'인 6선 김무성 의원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전해졌다. 홍준표 지사 스스로 지난 22일 부산에서 취재진을 만나 "김무성 대표와 나는 15대 국회 동기이고 쭉 같은 노선을 걸어왔다"며 "형님이라 부르는 사이"라 밝혔을 정도다.

    바른정당의 대표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4선의 주호영 원내대표도 홍준표 지사와 친분이 깊다. 홍준표 지사는 원내대표를 맡게 되자, 주호영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로 지명해 함께 원내지도부 핵심으로 호흡을 맞췄다.

    비단 범여권 인사 뿐만 아니라 오랜 정치 경력을 쌓으며 여야 정치인들과 두루 교분이 깊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홍준표 지사 역시 지난달 22일 부산에서 "한국 정치인 중에서 내공이 나보다 낫다고 보는 사람 별로 없다"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정도면 모르겠다"로 평했을 정도다.

    홍준표 지사가 22년 정치역정 끝에 마침내 한국당 대선 후보를 거머쥐었다. 험난한 인생 역정과 오랜 정치 경륜으로부터 비롯한 능력이 향후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에 맞서는 반문 연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