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거리두기, 끝끝내 호남 타령 "야당 후보로 변신해야" 노련미 떨어져
  • ▲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장병완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장병완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를 놓고 '밀당'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박지원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 전까지는 함께 경선을 치르자며 손을 내밀었만, 막상 귀국 이후에는 각종 비판을 쏟아내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총장의 융합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어떤 텐트(반기문)는 박근혜 정권을 이어가겠다는 텐트고,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대한민국을 대개혁해서 이끌어가겠다는 텐트"라며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지원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과 거리를 두는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호남 민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여권 후보처럼 행동하고 다니니까 '반기문 안 되겠네'라는 기류가 강해졌고 우리 당도 그 민심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이 그간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야당 후보로 확 변신하면 호남에서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다"며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얼핏 박지원 대표가 반기문 전 총장을 밀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연대에 있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제스처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경선 흥행과 함께 보수층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이 마냥 반기문 전 총장과 마찰을 빚을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한 때 '정치 9단'이라고 불리던 박지원 대표의 '전술적 노련미'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순교론(殉敎論)을 내세워 더불어민주당을 흔들고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의 정치력과 비교할 때, 박지원 대표의 감(感)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지적이 많다.

     

  • ▲ 친문 패권세력에게 토사구팽 당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친문 패권세력에게 토사구팽 당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최근 김종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해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는 "탄핵이 인용되면 보수가 더 결집할 텐데 확장성이 부족해 30% 지지율이 한계인 문 전 대표로는 정권 교체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안희정 충남지사나 남경필 경기지사 같은 50대 젊은 대통령이 나오거나 그게 안 되면 연륜 있는 사람이 3년 동안 대통령을 하면서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툭툭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정치적 판세를 읽는 연륜(年輪)이 묻어난다.

    반면, 박지원 대표는 각 상황에 따라 막말을 던지거나 직설적인 화법만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시각이 많다.

    큰 틀을 바라보는 식견(識見), 사람을 끌어들이는 언행(言行)

    반기문 전 총장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차이는 명확해 보인다.

    "그간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야당 후보로 확 변신해야" (박지원)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 (김종인)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 상대를 대입시키려는 박지원 대표와는 달리, 김종인 전 대표는 가치판단의 틀을 넓혀 반기문 전 총장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지원 대표의 전략은 때때로 밀어내고 당기다 서로가 지치는 밀당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간 김종인 전 대표는 대선정국에서 왜 반기문 전 총장이 우위를 차지할 수 없는지 한마디로 요약해 답을 던졌다.

    이에 한 여권 관계자는 "같은 반문(反文) 성향이라고는 하나 현재의 대선판에 있서 김종인 전 대표는 고차원 정치로 바둑판에 돌을 두고 있고, 박지원 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머지 앞서는 수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은 박지원 대표와 김종인 전 대표의 발언을 분석하며 제3지대의 흐름을 짚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나온 박지원 전 대표의 '반기문 때리기'는 과연 다른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입당을 독촉하는 손짓인지, 그의 모호한 태도에 의문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