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이정현, 끝까지 대표 고수한다면 분당 각오하고 싸울 것"
  •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사진)은 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탈당을 거론하기에는 섣부르면서도, 이정현 대표가 퇴진론을 끝내 거부할 경우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사진)은 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탈당을 거론하기에는 섣부르면서도, 이정현 대표가 퇴진론을 끝내 거부할 경우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정현 지도부' 퇴진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분당(分黨)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 시작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여부를 둘러싼 한판 결전의 장이 될 4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정치적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은 3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새누리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와 인권을 존중하는 보수의 가치를 사랑하는 분들의 위기"라며 "(이정현 지도부가) 계속 있을 경우에는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주장이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 지도부'가 계속해서 '버티기'로 일관하게 되면, 이정현 대표나 새누리당만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 진영 전체가 함께 침몰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버티기'가 계속되면 이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주장' 속에는 탈당과 분당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실제로 나경원 의원은 탈당도 고려 대상인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 당장 탈당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섣부르다"며 "아직 탈당 이야기를 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4일 의총에서의 '지도부 퇴진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본격적으로 탈당을 공론화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5선·경기 여주양평)도 같은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분당 결행 여부에 대해 "거기까지 가서는 안 되겠지만"이라면서도 "여론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며 끝까지 고수한다고 하면 (분당까지도) 각오하고 싸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가세했다.

    이처럼 새누리당 내에서 분당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은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가 "당대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라며 '퇴진 거부'의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의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퇴진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요구로 4일 오후 소집될 의총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계속해서 이정현 대표가 '퇴진 거부'로 일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이후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도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도, 당의 구심력을 낮추는 한편 원심력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각 정당의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33.5%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한 반면 새누리당은 20.7%에 그쳤다.

    국민의당은 16.7%로 새누리당의 지지도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2.5%p) 내에서 접전 양상이었다. 자칫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도가 원내 3당 중 3위로 추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정현 대표가 계속해서 대표직을 고수한다면 분당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사진)은 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정현 대표가 계속해서 대표직을 고수한다면 분당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러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지도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4일 의총에서 지도부 퇴진 결의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많은 의원들이 다시금 지도부 퇴진론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의원은 "지도부가 미워서 사퇴를 이야기하겠느냐"며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없어졌기 때문에,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부득이 지도부 교체를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병국 의원은 "잘못이 있고, 또 대표로서 역할을 할 수 없고, 국민과 여론이 (사퇴를) 원하면 물러나야 한다"며 "비상대책위를 꾸려야 사태를 수습하는 게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지도부 퇴진론'이 이른바 새누리당 내의 비박(非朴)계 만의 주장이거나, 비박 계파를 위한 주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의 계파별 세력 분포를 보면 전날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 참석한 4선 이상 다선 의원 중에는 비박계가 많은 반면 초·재선급에서는 친박계가 다수를 장악하고 있다.

    전체 의원이 모이는 4일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지도부 퇴진론' 관철 여부의 향배가 아리송해진다. 이 때문에 아직 계파색이 짙지 않은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을 상대로 일응 '지도부 퇴진론'의 정당성을 전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회유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경원 의원은 "친박~비박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당을 살릴 것인가가 제일 숙제"라며 "이 와중에 친박이 아닌, 비박이 당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같은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한 황영철 의원(3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도 "지금까지 대통령의 입장에서 많은 부분을 함께 하려고 했던 (이른바 친박) 의원들도 지금은 생각을 전환하고 있다"며 "친박~비박 간의 당권 투쟁의 구도로 보는 것이야말로 이 상황을 잘못 인식한 것이고, 왜곡하려는 (정치)공작적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병국 의원은 이정현 대표가 '버티기'로 돌입한 것에 대해 "소위 친박의 다른 분들의 태도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게 되면 친박 모두가 폐족(廢族)이 된다는 것'"이라며, 친박계를 향해 돌직구를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