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하려던 文, 오락가락·'월권'에 '새판짜기' 도와주는 자충수?
  •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공식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공식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국중립내각에서 총리직을 수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손학규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공식 선언하며 끌어모았던 대중의 이목은 닷새 만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쏠려버렸다. 원외(院外) 신분인 손 전 대표로선 나설 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 본인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에 대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손학규 전 대표가 다시 부각할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손학규 전 대표는 1일 거국중립내각에서 본인도 총리 후보로 거론된 것과 관련 "대통령 자신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가 진정으로 합의해서 새로운 과도 정부 성격의 내각, 거국중립 내각을 구성해서 나라를 바꿔나가자는 자세가 확고할 때는 어떤 누구도 제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SBS '3시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총리 제안 시 수락 의사를 묻는 말에 "제가 강진에서 하산한 것이 이 무너져가는 나라를 보고 있을 수 없다, 조그만 몸이지만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나온 만큼 그런 상태가 되면 누가 됐든 같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어려운 처지에 처하고 나라가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여야가 어딨나, 같이 힘을 합쳐 거국 내각을 구성하자"며 "6공화국을 극복하고 7공화국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마음의 자세를 갖고 누구를 총리로 선출할 것인가 의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새누리당이 총리 후보로 손학규 전 대표와 김종인 더민주 전 비상대책위 대표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를 추천했다는 얘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데, 추천하려면 야당과 합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 등 전권을 총리에게 위임하고, 여야가 합의해 거국적 추천으로 총리직을 제안할 경우 손학규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손학규 전 대표는 "책임총리와 거국 내각은 기본 성격이 다르다"며 "책임총리는 대통령 아래서 일정한 정도의 국무총리가 각료 제청권을 행사한다든지 이런 정도에 그치는 것이고, 거국 내각은 한마디로 말하면 과도 내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얘기하는 국면 전환용으로 개각하고 총리를 바꾼다는 차원에서 책임총리를 거국 내각이란 이름으로 적당히 호도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 우리가 겪는 위기는 4·19, 87년 6월항쟁에 비길 수 있을 정도 큰 위기"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추후 거국중립내각의 총리가 돼서 내각을 구성한다면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대표 등과 함께 정계복귀의 키워드였던 '개헌'의 불씨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학규 전 대표가 야권의 대표적인 비문재인(非文) 인사인만큼 더민주내 비주류 의원이나 국민의당 의원이 내각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김종인·손학규 총리론'을 놓고 '내각 구성 세력 대(對) 친문(親文) 패권 세력'의 구도, '친문 고립'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려했는지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하며 정국을 주도하려던 문재인 전 대표측은 막상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자 지난 30일 돌연 "새누리당은 거국 내각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 역시 "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강변했다. 

    게다가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작성한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 해법>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권력 이양을 주장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마치 대통령이 된 것처럼 월권한다"는 비판을 받는 등 정치권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손학규 전 대표가 이번 기회에 전면에 나선다면 '새판짜기'의 동력이었던 '개헌론'의 동력을 살리는 한편 향후 정국에서 자신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손학규 전 대표는 정치 복귀의 이유와 포부에 대해 "대통령, 물론 하고 싶습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은 하늘이 정해준다. 강진 만덕산에서 하산할 때 대통령이 된다, 뭐가 된다 이런 데 집착은 다 버리고 내려놓고 왔다. 그래서 당적도 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대선 경선 캐치프레이즈였던 '저녁있는 삶'과 관련 "우리 국민들이 전부 바라는 것이 저녁이 있는 삶. 근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게 저녁에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하고 밥 먹고 이런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