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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문재인, 박근혜표 개헌론에 주판알 '퉁퉁'

문 전 대표 "정권연장 위한 제2의 유신헌법.." 맹비난

입력 2016-10-25 14:41 | 수정 2016-10-25 18:23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DB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카드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박 대통령 주도의 개헌 추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최순실 사태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개헌론이 자신의 대선가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판알을 튕기며 분주한 셈법에 나선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25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더 이상 뒤에 숨지 말고 직접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기 바란다"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직하지 못하다. 이렇게 가면 정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완수'를 제안하자 "의아스러운 상황이다. 제가 즉흥적 답변 보다는 대통령의 제안한 취지 등을 살펴 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후 문 대표는 약 4시간 후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정권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라고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문 전 대표는 또 "권력형 비리 게이트와 민생 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정략적 방탄 개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개헌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해지면서 야권 개헌파가 뭉치고 친문은 고립되는 야권불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가 이처럼 개헌 화두에 반발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 해명이 우선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전 대표의 개헌 발언을 분석해보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 지적만 했을 뿐 개헌에 대한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부분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저마다 자신이 선호하는 개헌 방식을 제안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었다.

문 전 대표가 개헌을 제안한 박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도 개헌 추진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나타낸 것을 두고도, 문 전 대표의 얄팍한 셈법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가 개헌을 고리로 한 비문 세력의 결집과 여당과 국민의당 등이 손을 잡을 가능성 등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론에 대해서도 야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야권주자 중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반가울리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개헌과 관련, 내년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건 뒤 차기 정부 초반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청와대의 개헌 제안으로 개헌 이슈가 확산할 경우, 문 전 대표가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개헌 논의 자체를 거스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개헌론이 달갑지는 않지만, 섣불리 개헌에 반대할 경우 자칫 '반(反)개헌주의자'로 낙인 찍혀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는 앞으로도 개헌 논의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정부 비난 발언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문재인 호위무사'로 불렸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더민주는 국기 문란과 국정농단, 비선실세들의 발호를 뿌리 뽑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단호하게 맞서겠다. 국민에겐 대통령의 개헌놀이보다 민생이 절박하다"며 문 전 대표와 대동소이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추미애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면 현안을 다 해결한 후에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반대하니까 추미애 대표가 반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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