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놈이라 진급 안돼 너무 억울" 이정현 진솔한 격정토로에 반응 '싸늘'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텃밭' 호남을 두고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두 야당이 유독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호남 행보와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로 민감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앞서 이정현 대표는 지난 8일 전북 김제의 금산사를 찾은 데 이어, 전북 지역 축산업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정현 대표는 축산업 종사자들의 부정청탁·금품수수금지법(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한 민원을 청취한 뒤 "부정청탁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본 게 호남 사람들"이라며 "부정청탁을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앞으로 인사에 있어 불이익을 많이 받아왔던 우리 호남 출신들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자 당장 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비(非)호남 고위공직자들은 다 부정청탁으로 승진했단 말이냐"며 "이정현 대표는 호남 사람인데도 호남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철학이 부족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조소했다.

    호남의 맹주(盟主)를 자처하는 국민의당은 한 옥타브 높였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이정현 대표의 발언은 호남을 우롱하는 발언"이라며 "단식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민생 투어를 하기보다는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것 같다"고 공박했다.

    '병원 치료'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야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새누리당이 호남 출신 당대표를 선출해 '텃밭' 호남으로 서진(西進)해오려 하는 것에 대한 경계 심리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현 대표는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면서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전북에서 20년 만에 지역구 당선을 이뤄낸 정운천 의원과 함께 전북과 호남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나아가 이날 간담회에서 "'나 호남 놈이라고 진급이 안 된다. 너무 억울하다. 진급 좀 시켜달라' 이게 호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라는 이정현 대표의 격정 토로는 자기자신의 경험담으로부터 비롯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더욱 호남 민심 속으로 진솔하게 파고들 수 있어 미리 파급효과 차단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이 지금보다 '영남당' 성격이 훨씬 강했던 민주정의당(민정당) 시절에 당직자로 투신했다. '워커홀릭'이라는 별명대로 누구보다 늦게까지, 주말이 따로 없이 일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중용하기 전까지는 항상 '호남 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녀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사청탁'과 '호남 차별' 사이의 연관성은 이를 몸소 겪은 이정현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격정 토로를 동향(同鄕) 사람들 앞에서 거침없이 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기동민 대변인의 말대로 "호남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철학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의당이 '병원 치료'까지 권하면서 반발한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도 다른 지역처럼 정당한 정치적 선택권을 되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당"이라며 "이제 호남을 '차지'했다고 해서 새누리당의 침범 시도를 예민하게 바라보고, 공당 대표의 민생 투어에 대해 '병원 치료부터 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예의에도 벗어난 반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