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출마 선언 이후 바빠진 발걸음… "새누리당에는 충격이 필요해"
  • "여론조사 꼴찌하셨다면서요?" (새누리당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

    "대통령에게 누나라 해본 적 있어요? 진짜 궁금해" (김태현 변호사)

    "보수당이 받치는 기둥이 부자들이나 지주들 인데 청년 위한 정책 한다는거 자체가 모순 아니냐" (익명)

    새누리당의 오는 8.9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토크 콘서트에서 질문 공세를 받았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신촌 근처의 한 비즈니스 센터에서 새누리당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 김태현 변호사 등과 함께 청바지(청년이 바라는 지도자) 토크 콘서트를 열고 국회 밖 청년들의 궁금증에 답을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김 의원의 학창시절과 소소한 일상이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됐다. 김 의원은 5수 끝에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2.0 학점으로 겨우 졸업했다고 한다. 9년이나 학교를 다녀 당연히 취직이 되지 않았다는 말에 청년들은 공감의(?) 웃음을 보냈다.

    또 구내식당에서 3300원짜리 아침을 먹는가 하면, '국수킬러'여서 점심 때는 국수만 찾는 통에 사무실 직원들이 힘들어 할 정도라 한다는 말도 나왔다.

    ◆ 김대표 2주년 행사엔 왜 안갔나…"쪽 팔려서"

    이준석 당협위원장이 김용태 의원에게 "여론조사도 꼴찌라면서 김무성 대표의 2주년 기념 행사에 왜 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김용태 의원의 답은 의외로 쿨했다. "쪽팔려서" 안갔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정치하면서 다른 것 보다도 제가 세웠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쪽팔리면 안된다는거다. 내 동창과 아들에게 쪽팔리는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줄을 서서 표를 구걸하면 쪽팔릴 것 같았다는 것이다.

    지지율을 극복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이준석 위원장이 재차 묻자 그는 "새누리당 사람에게 설득하고, 여기 계신분들 당원이신 분들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오늘 얘기 잘해서 설득되면 여기 계신 분들 힘으로 싹 다 바꾸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가 이렇게 자신있게 발언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험지중의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양천을에서 내리 3선을 했기 때문이다. 양천을은 새누리당에 험지인 서울·수도권 내에서도 험지로 분류된다.

    ◆ 박대통령 오찬서 뵈니 공부 열심히 하더라

    세 사람의 화제는 박 대통령으로 넘어갔다. 김용태 의원은 강경한 비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덕담을 꺼내기도 했다.

    김태현 변호사가 "청와대에 가시지 않았나,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다. 최근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만찬 후에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과 35초 간 대화를 하면서 대구 공항 이전을 약속한 부분이 세간의 화제가 됐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문 밖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배웅을 하더라"라며 "그러니까 129명의 국회의원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밤새 공부를 한거다"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당시 "요새 많이 바쁘시죠? 전국을 돌아다녀야하니 확실히 힘들거에요"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당협위원장이 "다들 지역 현안을 물어봤다던데 (김 의원에 박 대통령이)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김 의원은 "당 대표 출마하는 걸 알았다면 이정도 말로 충분하다"고 털어놨다.

    김태현 의원은 "대통령에게 누나라고 해본 적 있느냐, 진짜 궁금해서 그런다"며 질문공세를 폈다. 김 의원은 "그런 기회를 잡을 뻔 했는데…대통령께 폭탄주를 줘 봤다"면서 간 컸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2012년 당선자 시절, 전국 권역별 의원들을 당선자 사무실로 불러서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폭탄주를 권했다는 것이다. 평소 술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도 김용태 의원이 준 잔을 마셨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제가 그 때 누님이라 했으면 상현이형 (윤상현 의원) 대신에 갈 수 있었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총선패배 원인은 친박 1적…새누리당엔 '충격' 필요

    김 의원은 '계파 패권'이 상대방에 주는 공포가 있다고 했다. 몇 사람의 강경파가 전면에 서서 다른 사안에 선 사람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침묵을 강요하면 공고한 패권으로 당이 완전 몰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명으로 거론하지 않겠지만 친박계 유력주자가 당선되면 '도로 친박, 더 과거로 회귀' 이런 말이 나올거다"라면서 "비박의 다른 누가 되도 새누리, 친박에서 비박으로 권력 넘어간다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어느쪽이 패권을 장악하든 앞으로도 싸우는 모습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어 "거기에 김용태 의원 본인이나 이준석 위원장 같은 사람이 당선됐다고 생각해보라"라며 "새누리가 미쳤나 혹은 경천동지(驚天動地 - 하늘을 놀라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으로, 몹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했다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충격이 새누리당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런 충격이 새누리당에 일어나야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무릎을 맞대고 새누리당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이 이제까지는 잘해왔지만 앞으로는 밑부터 고치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 청년 정책 "해결책보다 들어보려는 노력해야지"

    김 의원은 "청년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딱 부러지는 청년정책이 있어 "해결할 수 있다고 무책임하게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대책이 있지는 않지만 젊은 사람과 무엇이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풀어보려는 노력을 하는 자세를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에게 같은 자세로 다가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야당이 28년 간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양천 을에서 3번이나 당선된 것은 우리 주민들을 믿고 솔직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망 안가고 때리면 맞고 혼내시면 혼나고."

    김태현 변호사와 이준석 당협위원장은 '자신들은 그렇게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변호사는 "저번에 김 의원에게 들었는데 수험생으로치면 2시간 자고 등등 하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며 "지역주민들 사진과 그 사람과 나눴던대화들이 기록 돼 있더라"라고 회상했다.

    ◆ 청년 직접 질문한 내용은 '민생'… 시원 시원하게 답해

    두 패널의 질문이 끝나고 청년들이 직접 올린 질문을 받는 순서에서는 ▲ 담배값 인상에 따른 흡연 시설 확충 ▲정치인의 일관성 부재 ▲ 열정 페이 문제 ▲ 세법 개정 문제 ▲ 건국절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친박과 비박 등의 계파분류보다는 민생·경제 문제가 질문의 주를 이뤘다. 앞서 들어보려는 태도를 강조한 김 의원은 의외로 평소 생각하고 있던 해법을 시원시원하게 내놨다.

    김용태 의원은 흡연시설 확충 문제에 대해 "저는 비록 3년 전에 금연을 했지만 흡연자의 권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로 못박았다. 열정페이 문제는 "일을 가르치는 것은 수고료를 줘야 하지만 일을 시키고 돈을 안 주는 것은 범죄행위이므로 실형도 가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여태 새누리가 눈길 안 준 청년 층, 김용태가 꿰찰까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당 대표 출마 배경에 대해 "저는 우리 새누리당이 여기 계신 여러분들로부터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면서 "당이 청년층에 쭈뼛거리고, 도망간다면 당으로서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출마를 위해)전 재산의 3분의 1을 대출받았다"면서 "어설프게 나온 것도 아니고 쉽사리 도망 갈 데도 없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새누리당은 그간 20대와 30대에서 지지율이 낮은 것이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다. 지난 4.13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여기에 김 의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김용태 의원측 관계자는 "이번 토크 콘서트 행사가 전당대회용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의 외연 확장 등 앞으로 더 큰 그림을 본다는 의미다.

    실제로 김용태 의원도 "새누리당의 조금이라도 일말의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김용태를 발견하리라 믿는다"면서 "새누리당을 떠나기 직전 저를 발견해 주신다면 기적과 같은 드라마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비박계이자 쇄신파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그간 새누리당에서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청년과의 스킨십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기적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