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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낀박'을 자처하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을 모두 배려하는 '교묘한 줄타기'로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권 4년차에 들어선 상황에서 '양극화' 등 현재의 문제점을 적절히 진단하면서도 그 해법으로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노동개혁'을 강조하고, 한편 차기 대선에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쟁점들을 선제적으로 잘 짚어내 정권재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했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분배의 문제는 정책의 후순위로 미뤄왔다"며 "이제는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천명했다.
'성장'보다 '분배'의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했다는 점에서 변화 지점이 엿보인다. 지난 17대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었던 것이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로 대변되는 '경제 살리기'였던 반면 18대 대선에서는 '경제 민주화'로 쟁점이 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로부터 4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내년 12월에 치러질 19대 대선에서는 '분배' 문제가 전면에 쟁점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다뤄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자칫하면 현 정부가 양극화 해소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연설의 균형추를 교묘하게 맞춰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의 '구의역 스크린도어 참사'를 거론하며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가 비정규직에 대한 수탈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이중성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많은 정규직들이 양보하는 것이 '중향평준화'"라고 강조했다.
심화되는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낙마시켰을 만큼 민감한 문제인 '증세와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며 "복지를 위해 세금을 어디서 얼마나 더 거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직격탄을 날린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는 다른 입장을 명백히 했다는 점 또한 현 정부의 기조를 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기 대선에서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슬로건으로 제시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그러면서 야당의 포퓰리즘적 주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압박하려는 모습도 엿보였다.
연설 원고의 제목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명명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연설 도중 곳곳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강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의롭지 않은 국가는 바로 설 수 없습니다"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20대 국회의 시대정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보수 정치의 본령은 책임 정치에 있다"며 "더 이상 우리 정치가 진실을 외면하고 표만을 위한 포퓰리즘에 휩쓸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