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왜 책임 덮어씌우고 희생양 만드느냐… 해임 의결 때까지 직무 수행할 것"
  • ▲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출석을 강행해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의 오른편 자리에 앉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출석을 강행해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의 오른편 자리에 앉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무 복귀에 따라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듯 했던 새누리당의 내홍이 불에 기름 끼얹은듯 다시금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김희옥 위원장이 당무 복귀와 동시에 사무총장 경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권성동 사무총장이 경질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당내 친박(親朴)·비박(非朴) 계파는 이 지점으로 전선을 옮겨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당이 '상시 내홍 상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몰락했다. "어쩌다가 당이 이 지경이 됐느냐"는 당직자의 한탄까지 나올 정도로 점입가경의 양상이다.

    ◆비공개 면담서 평행선… 김희옥 "검사 후배라 믿고 맡겼는데"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통보도 받지 못했지만 비대위원회의에 정상 출석했다. 비대위에 정상적으로 출석해 김희옥 위원장의 오른편에 앉은 것 자체가 '정식 의결 없이 누가 날 짜르느냐'는 무력 시위의 일종으로 풀이됐다.

    김희옥 위원장은 이런 권성동 사무총장을 비대위원회의에 앞서 따로 불러 잠시 비공개 면담을 가졌으나, 이 자리에서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후배여서 믿고 맡겼는데 일을 하다보니 나와 뜻이 다른 것 같다"며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사무총장을 바꿔서 일을 해보고 싶으니 그만둬달라"는 김희옥 위원장의 말에, 권성동 사무총장은 "정치는 명분으로 하는 것인데 (경질 방침에) 합리적 이유나 명분이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권성동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경질 문제로 당이 또 계파 갈등이라는 수렁텅이에 빠지는 것도 통합과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과 당원의 뜻에 부합하지 않으니 (경질) 방침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희옥 위원장은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거절해 비공개 면담은 아무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 ▲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당무 복귀 첫 비대위원회의부터 공개적 파열음

    정작 이 난리를 수습해야 할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비대위원회는 무력하기만 했다.

    김희옥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지난 며칠간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것은 이유를 떠나 내 부덕의 소치"라며 "비대위원장으로서 혁신과 통합이라는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돌아왔다"는 당무 복귀 소회를 짧게 밝히고 서둘러 공개 발언을 마치려 했으나, 김영우 의원이 공개발언을 요청하면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김희옥 위원장과 김광림 정책위의장의 만류에도 "비대위원이 공개 발언을 하겠다는 것을 제한하면 안 된다"고 반발하며 말문을 연 김영우 의원은 "김희옥 위원장이 당무 복귀를 결정하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도 "권성동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 방침은 적절치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영우 의원은 "만약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 방침이 지난 주 비대위에서 있었던 복당 문제와 연계된 것이라면 이것은 비대위의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이라며 "비대위가 잘못된 결정을 했다면 이것은 비대위가 반성을 하든지 사과를 하든지 해야 할 문제이고, 특정인의 경질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흠 "이미 경질" 권성동 "적법 의결 때까지 내가 사무총장"

    이처럼 공개 발언 순서에서부터 파열음이 나자, 비대위원들은 큰 부담감을 느낀 듯 정작 사무총장 문제를 정리해야 할 비공개 회의에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홍을 수습하고 사무총장의 거취를 정리해야 할 비공개 회의에서는 아무 말 않던 참석자들은 회의가 끝나고 나오자 저마다 자기 견해를 취재진들 앞에서 쏟아내기에 바빴다.

    제1사무부총장 자격으로 비대위원회의에 배석한 김태흠 의원은 "(사무총장 경질은) 어제 이미 결론이 난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이 경질이라고 한 순간 이미 (경질로) 결정이 난 것이고 더 논의할 것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반면 권성동 사무총장은 "(김태흠 의원의 입장은) 독단적인 견해에 불과하다"며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을 경우 해임할 때는 임명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서 해임해야 한다는 것은 확고한 법리"라고 강조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적법한 의결이 있을 때까지 비대위원 겸 사무총장으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천명한 반면,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사무총장 경질시 권한대행을 맡아야 할 입장이라 자칫하면 서로가 '내가 적법한 사무총장(대행)'이라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자청해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이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20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자청해 권성동 사무총장 경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이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왜 사무총장에게 책임 덮어씌우고 희생양 만드느냐"

    사무총장 경질을 둘러싼 내홍은 외견상 △권성동 사무총장이 정확히 무엇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것인지 △그 경질의 절차가 적법한지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탈당파 의원 7인의 '일괄 복당'을 의결한 지난 1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은 권성동 사무총장이 혼자 책임지고 경질될 사안이 아니다.

    반면 비대위 의결의 '절차'가 잘못이라면 이것은 비박계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비대위의 지난 결정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도 무기명 투표에 의해 표결이 이뤄졌기 때문에, 절차를 흠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질의 절차를 놓고서도 김희옥 위원장의 경질 결정으로 충분하다는 주장과, 임명할 때처럼 비대위원회의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는 정연주 KBS 사장(당시)을 경질할 때에는, KBS 사장 임명 절차에 준해서 절차를 모두 밟아 해임했던 적이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복당 결정을 할 때 내가 혼자 결정해서 결정이 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비대위원 대다수가 복당에 찬성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이 난 걸 가지고 왜 사무총장에게 책임 덮어씌우기를 하느냐"고 항변했다.

    나아가 "나를 왜 희생양으로 만드느냐"며 "나도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명예와 인격이 있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의장 나서며 깊은 한숨만… 전대까지 한 달 '위태위태'

    사무총장 경질 절차의 적법 여부를 둘러싼 법리 논란은 외견상 보이는 전선(戰線)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맞붙을 쟁점만 찾고 있던 당내 친박~비박 간의 계파 싸움이 '권성동 사무총장 밀어내기 대 지켜내기'의 양상으로 번졌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8·9 전당대회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비박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친박이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박에서는 명분 없는 사무총장 경질은 계파패권주의라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이날 비대위의 비공개 회의에서 사무총장 문제를 제대로 의제 삼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비대위의 무력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설령 비대위원장이 당무에 복귀했다한들 이대로라면 전당대회까지 한 달여 남짓한 기간을 끌고 가는 것도 힘겹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본래 비대위의 비공개 회의 내용을 브리핑해야 할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별다른 유의미한 언급을 하지 못했다.

    대신 회의장을 나선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깊은 한숨을 쉬며 "(비대위원회의) 분위기는 여러분이 짐작하는 그런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의 깊은 한숨이 점입가경의 내홍으로 치닫고 있는 새누리당의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대변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