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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이해찬 초청한 까닭은… 절묘한 리밸런싱

워싱턴 온 이해찬에 반기문이 제안… 8일 유엔본부 있는 뉴욕서 '티타임'

입력 2016-06-06 10:44 | 수정 2016-06-07 09:46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무소속 이해찬 의원이 8일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회동한다. 사진은 11년 전인 지난 2005년, 각각 외교부장관과 국무총리로서 국회에 출석해 대정부질문에 대한 답변 방향을 상의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과 이해찬 의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무소속 이해찬 의원을 초청해 미국 뉴욕에서 티타임을 가질 예정으로 알려져 배경과 의도를 놓고 정치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 측은 지난 4일부터 방미 중인 이해찬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재단에 뉴욕에서의 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도 제안을 수락해 오는 8일 회동이 이뤄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복수 매체와의 통화에서 "현재 워싱턴에 있는 이해찬 이사장은 곧 뉴욕으로 이동해 케네디기념관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일정을 알게 된 반기문 총장이 '시간이 되면 뉴욕에서 차를 한 잔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해 만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총장과 이해찬 의원 양측은 회동을 앞두고 특별한 정치적 의미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반기문 총장 측은 "이해찬 의원과 반기문 총장은 노무현정권 당시 국무총리와 외교부장관으로 함께 일했다"며 "오랜만에 기회가 생겼으니 (만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의원도 이날 미국 워싱턴DC 인근의 한 식당에서 현지 교민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과 만나 "오래 못 봤는데 미국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반기문 총장이 '차나 한 잔 하자'고 해서 차 마시는 자리"라며 "정치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일시 귀국 중의 행보를 통해 유력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한 반기문 총장과, 4·13 총선으로 7선의 반열에 오른 '친노 원로' 이해찬 의원 간의 만남은 회동에서 실제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느냐에 관계없이, 만난 사실 그 자체만으로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을 반기문 총장의 리밸런싱, 또는 리포지셔닝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제주 발언'으로 대권 도전을 강력 시사한 직후에 있었던 29~30일 안동·경주 방문이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친박(親朴)에 경도된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절차라는 분석이다.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무소속 이해찬 의원이 8일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회동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내한해 국회를 방문한 반기문 총장이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지난달 30일 본지 특약을 통해 게재한 칼럼에서 "친박에 대한 반감이 절대 다수가 된 지금, 이 세력(친박)과 연계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반기문 총장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박근혜의 아바타'라고 매도할 준비를 마친 세력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올해 들어 단 한 주(週)도 부정평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4·13 총선 이후로는 직무수행 부정평가가 한 번도 50%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마치 친박에 의해 대권 주자로 옹립 또는 추대되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은 반기문 총장으로서도 극력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기문 총장을 견제하고자 하는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친박 딱지'를 붙이려 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반기문 총장은 이렇게 만들어준 청와대와 여권에 의해서 꽃가마를 탄 기분일 것"이라고 규정하려 시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해찬 의원과의 회동은 이러한 국면에서 자신의 교류가 여권 내의 특정 계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유력 정치인들과 두루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이해찬 의원과는 과거 정권에서 총리와 장관으로 함께 봉직했기 때문에, 회동하는 것이 특별히 어색할 것도 없어 안성맞춤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조갑제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반기문 총장을 '박근혜의 아바타'로 매도할 준비를 마친 세력'의 핵심 원로에 해당하는 인사와 회동해, 이들 세력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예봉을 무디게 하려는 복안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의도대로 될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가 친노·친문패권 계열의 문재인 전 대표로 사실상 결정돼 있고 내년 12월 대선을 1년 6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대선 예비 국면'이 이미 점화됐는데, 이 정도 움직임으로 예봉을 피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장 회동의 일방 당사자인 이해찬 의원부터가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반기문 총장이) 국내 정치를 하는 게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그동안 외교관을 많이 봐왔지만, 외교 차원의 정치는 해도 경제·사회·정책·문화·교육 등 다른 영역에서는 인식이 그렇게 깊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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