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취임 후 지하철 안전예산 1,000억 삭감…민노총 ‘정규직 vs. 비정규직’ 구도 설정
  • ▲ 지난 28일 오후 김 씨가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튿날부터 일반 시민들의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사진 속 모습은 서울메트로 측이 모두 철거했다 31일 박원순 시장 방문에 맞춰 다시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 지난 28일 오후 김 씨가 사고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이튿날부터 일반 시민들의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사진 속 모습은 서울메트로 측이 모두 철거했다 31일 박원순 시장 방문에 맞춰 다시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윤 뉴데일리 기자

    5월 28일 토요일 오후 5시 57분경,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 관리업체 직원 김 모 씨가 작업 중이었다.

    김 씨는 올해 19살로,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만 졸업한 뒤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가 일하는 곳은 ‘은성 PSD’라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관리 업체였다.

    김 씨는 정규직원도 아니었고 월 급여는 140만 원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업체의 말을 믿고 밤낮없이 열심히 뛰었다.

    이날도 김 씨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 중이었다. 안전수칙에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했지만, 마침 함께 출동했던 직원은 을지로에 있는 고장 신고를 받고 그쪽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김 씨는 혼자서 수리를 하다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20m 가량을 끌려갔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해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김 씨 사망사고가 전 국민의 눈길을 끌게 된 것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과 그의 사연. 사진 속에는 각종 공구, 메모지와 함께 ‘육개장 사발면’과 숟가락, 나무젓가락이 눈에 띠었다. 바쁜 업무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군대에서나 보급받는, 편의점에서도 가장 싼 컵라면을 보고 짠한 느낌을 받았다.

  • ▲ 지난 28일 오후 5시 57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을 수리하던 중 열차에 치어 숨진 김 모 씨의 가방 내용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 캡쳐
    ▲ 지난 28일 오후 5시 57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을 수리하던 중 열차에 치어 숨진 김 모 씨의 가방 내용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 캡쳐

    김 씨는 19살에 불과했지만, 가족들을 챙기겠다고 고등학교만 마친 채 취업했고, 140만 원에 불과한 월급을 받으면서도 동생에게 용돈까지 줬다고 한다. 김 씨가 사고를 당한 날이 생일 전날이라는 소식도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강남역의 정신분열증 환자 살인사건 때는 ‘여성혐오 범죄’라며 온갖 난리를 피우던 정부관료, 정치인, 좌익 성향 단체들은 김 씨의 죽음에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지하철 관리 최종 책임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1일까지도 축구경기에서 시축하고 ‘알바권리 지킴이’ 행사를 찾는 등 ‘대외선전’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본 수많은 네티즌들은 “우리가 구의역에서 김 씨를 추모하자”고 제안했고, 여기에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 현장으로 몰려갔다. ‘강남역 10번 출구의 정신분열증 환자 살인사건’을 ‘여성혐오’라 몰아붙이며 정치적 선동거리로 삼은 데 대한 반발심도 섞여 있었다.

    구의역 현장에 간 네티즌들은 서울메트로 측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스크린 도어에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자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은 “지하철 안전운행에 방해된다”며 직원들을 동원해 제거한 것이다.

    ‘추모 포스트 잇’을 모두 제거한 뒤에는 직원 한 명을 세워두고 ‘포스트잇’을 붙이는 사람이 있는지 감시하기까지 했다. 스크린도어 수리에는 용역업체 직원 혼자 작업하게 했던 서울메트로 측이 ‘추모 포스트잇’ 제거와 감시에는 네 명이나 동원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 ▲ 28일 사고 소식이 전해진 뒤 29일부터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는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측은 "안전운행에 방해가 된다"며 여러 명의 직원을 동원해 이를 제거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 캡쳐
    ▲ 28일 사고 소식이 전해진 뒤 29일부터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는 추모 포스트잇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측은 "안전운행에 방해가 된다"며 여러 명의 직원을 동원해 이를 제거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저장소' 캡쳐

    온라인이 떠들썩해지고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자, 언론들도 31일 뒤늦게야 ‘구의역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처음에는 단순한 ‘안전규정 미준수’ 사고라는 식으로 다뤘다.

    "미세먼지가 경유 승용차, 고등어 탓"이라던 ‘조선일보’는 “김 씨가 작업 중 휴대전화 통화 중이었다”며 이것이 사망사고의 원인이라는 듯한 보도를 내놓았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찍 소리도 못하는 한국 언론들이 ‘구의역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자 분노한 네티즌들은 스크린 도어 사고와 관련, 언론들이 지금껏 보도하지 않던 내용을 찾아내 공개하기 시작했다.

    스크린 도어가 지하철에 처음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5월부터다. 스크린 도어 수리를 하다 일어난 사망사고는 4건. 2013년 1월 2호선 성수역, 2014년 4월 1호선 독산역, 2015년 8월 2호선 강남역, 그리고 2016년 5월 28일 2호선 구의역이다.

    이 가운데 2013년 1월 성수역 사망사고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이후 서울시는 서울메트로 측에 지시해 작업 매뉴얼을 바꾸고 안전지침을 지키도록 했다.

    8년 동안은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망사고가 생긴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2013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14년 6.2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주장 가운데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한 말 가운데 일부다.

    “…박원순 후보의 시장 취임 이후 지하철 안전관련 예산은 전임 오세훈 시장 때의 2,395억 원에서 1,476억 원으로 1,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제가 시장이 되면 임기 동안 1조 원을 투입해 지하철 노후 차량과 시설을 전면적으로 교체하겠다. 아울러 현재 13억 원 수준인 서울메트로의 화재 예방 등 안전 관련 예산을 최소 50억 원 수준으로 올리겠다.”


    실제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지하철 안전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일보’ 2014년 5월 6일자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하철 안전 예산을 2011년 대비 918억 원 삭감했는데, 삭감된 분야가 선로와 전로 노후시설공사, 유지보수용 수선유지비, 시설유지관리 외주위탁비 등이었다고 한다. 즉 ‘스크린 도어 유지보수’ 예산도 박원순 시장 때부터 크게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시민일보’는 “심지어 지하철 안전운행 및 노후설비 유지보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품 구매예산도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박원순 시장을 비판했다.

    여기서 잠깐 다른 부분을 봐야 한다. 구의역에서 숨진 김 씨는 ‘은성PSD’의 계약직원이었다. ‘은성 PSD’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인 2011년 8월 스크린도어 업무 분사 추진에 따라 서울메트로에서 떨어져 나온 하청업체였다.

  • ▲ 숨진 김 씨가 계약직으로 일하던 '은성PSD'의 직원모집 공고. 6개월 계약직이다. ⓒ'잡코리아' 채용공고 가운데 회사소개 캡쳐
    ▲ 숨진 김 씨가 계약직으로 일하던 '은성PSD'의 직원모집 공고. 6개월 계약직이다. ⓒ'잡코리아' 채용공고 가운데 회사소개 캡쳐

    ‘은성 PSD’가 2016년 초 주요 취업사이트에 소개한 회사 소개를 보면, 설립일자는 2011년 8월 31일이며, 연 매출 88억 4,873만 원, 임직원 수 155명인 회사로 돼 있다. 주요 업무는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청소 용역 등을 한다고.

    참고로 현재 서울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는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컴’이라는 업체에서 모두 관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은성PSD’는 1~4호선 97개 전철역에 있는 스크린도어 7,700여 개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그런데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사망한 사람 4명 가운데 2명이 바로 이 ‘은성PSD’ 계약직원이다.

    왜 이럴까. 2015년 9월 11일 ‘시사저널’은 같은 해 8월 강남역에서 일어난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진메트로컴’과 ‘은성PSD’에 대한 기사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해당 기사 가운데 일부다. 

    “…서울메트로는 계약 조건으로 역당 1.29명의 인력 확보만을 요구하고 있다. 인건비 증가를 감수하며 안전수칙에 따라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도록 유인할 ‘당근과 채찍’이 없다. 안전에는 둔감하고 비용에는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머지 97개 역은 은성PSD가 관리한다. 2013년 2호선 성수역 작업 도중 숨진 심 아무개 씨(당시 38세)가 이 업체에서 일했다. 서울메트로는 경비 절감을 위해 직접 관리하던 스크린도어 유지 업무를 분리해 이 회사에 넘겼다. 은성PSD 초창기 인력 가운데 70%는 서울메트로에서 명예퇴직한 직원이었다. 대부분이 스크린도어 정비와는 별 상관없는 일을 해온, 정년을 앞둔 역무원이었다.…(하략)”


    불과 1년 사이에 얼마나 바뀌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검색을 해보면 ‘은성PSD’와 ‘서울메트로’ 전·현직 직원의 교차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관련이 깊다는 정황이 나타난다.

    즉 ‘은성PSD’ 임직원 155명 가운데 실제로 스크린도어를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인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그조차도 대부분 6개월짜리 계약직원이라는 뜻이다.

    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은성PSD’와 서울메트로에 문의했다. ‘은성PSD’ 직원에 따르면 현재 임직원 수는 167명, 이 가운데 137명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인력이라고 한다. 그 중에 계약직원이 131명이나 됐다. 불과 6명 만이 ‘정규직’이었다.

    참고로 ‘시사저널’이 2015년 9월에 보도했던, 서울메트로 출신 ‘은성PSD’ 직원은 분사 설립 당시 90명이었으나 현재는 모두 정년퇴직하고 36명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은성PSD’ 측은 본지의 전화문의에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고 “지금 모든 직원이 (경찰) 조사 때문에 바빠서 그런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번에는 서울메트로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 씨가 작업을 할 때 서울메트로 측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났다. 사고 당시 김 씨는 스크린도어 안쪽 선로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측은 “선로 내에서 작업을 할 때는 열차 운행 중에는 작업을 할 수 없고 운행종료 후에 해야 한다고 위탁 협약서에 명시돼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서울메트로 측은 숨진 김 씨가 스크린도어 고장신고를 받고 구의역에 출동했음에도 “관제실에 신고가 안 된 상태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스크린도어 고장수리와 관련해 기술자가) 선로 쪽으로 출입하는지 전혀 몰랐다. 문제가 있다는 것만 알았다. 사람이 선로에 들어가서 작업해야 하는 장애인지 확인이 안 된 상태였다.”


    서울메트로 측은 이어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하고 있는 사실은 알았지만, 자세한 것은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메트로 측은 하지만 자신들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은 일부 시인했다. 참고로 안전 지침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고장 등이 일어났을 경우 승강장 안전문이 열려 승객 안전에도 위해가 될 가능성이 있으면, 안전요원(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고 승객들의 승하차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작업자도 2인 1조로 출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안전지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2013년 1월 성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사고 당시 ‘은성PSD’는 과태료 30만 원만 물었다고 한다. 그게 전부였다. 

    31일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의역 사고 현장을 찾았다. 여기서 박원순 시장은 “이번 사건은 무조건 서울메트로와 서울시 책임”이라며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추진한 ‘지하철 안전관리 예산 삭감’에 대한 반성이 나오는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박원순 시장은 “19살 꿈 많은 청년의 죽음을 헛되게 해선 안 된다”면서 “이번 사고를 민간위탁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혁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어 “경영 효율을 이유로 얼마나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우리가 그 실태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두려움이 앞선다”면서 “이번 사고는 단지 한 사람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청년들이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지하철 공사 안전관련 업무의 외주를 근본적으로 중단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 ▲ 2014년 5월 지방선거 유세 때 지하철 선로를 찾은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 후보.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시장의 지하철 안전관리 예산삭감과 지하철 공기대책 등을 놓고 토론을 제안했으나 박 시장이 이를 거부했다. ⓒ뉴데일리 DB
    ▲ 2014년 5월 지방선거 유세 때 지하철 선로를 찾은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 후보.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시장의 지하철 안전관리 예산삭감과 지하철 공기대책 등을 놓고 토론을 제안했으나 박 시장이 이를 거부했다. ⓒ뉴데일리 DB

    하지만 그 ‘지하철 안전관리 외주’를 명령하고, 지하철 안전관리 예산을 연간 1,000억 원 이상 줄이도록 지시한 것이 본인이라는 사실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의 이런 행태는 과거 그를 지지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다. 2년이 넘게 광화문 광장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세월호 천막’이나 메르스(MERS) 사태 당시, 강남역 정신병자 살인 사건 직후 박원순 시장이 주장한 논리대로라면, 구의역 사고의 최종적인 책임은 박원순 시장 자신에게 있으니, 그의 주장대로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박원순 시장을 비판하는 다른 지적도 있다. 2014년 6.2 지방선거 당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했던 말을 인용,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서울메트로 본부장에 지하철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민노총 금융노동조합연맹 출신 인사를 임명하는 등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에 정략적 인사를 해 안전을 훼손하고 인사원칙도 훼손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원순 시장은 2010년 10월 재보선에서 승리, 취임한 뒤 서울메트로 본부장, 상임감사, 비상임감사 등에 민노총 출신 ‘낙하산 인사들’을 임명,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5월 30일자 ‘시민일보’에는 익명의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가 한 이야기가 실렸다.

    스크린도어 관리 등 지하철 안전관리 외주와 관련해, 서울시는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차린 회사 가운데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에게 발주를 하며, 사고가 발생하면 매뉴얼 강화나 지시할 뿐 실제 필요한 예산이나 인력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울메트로 노조 관계자는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 때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박원순 시장이 정작 서울시 산하 기관의 안전관리 실태에는 무능한 대응으로 일관한 결과”라고 박원순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 ▲ 구의역 사고로 김 씨가 숨진 뒤에도 박원순 시장은 '대외선전활동'에 주력했다. 사진은 지난 30일 홍대 앞에서 열린 '알바 권리 지킴이' 발대식. 서울시는 100명의 지킴이에게 일당 5만 5,000원을 주고 알바 권리 홍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20개월 동안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한 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지킴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의역 사고로 김 씨가 숨진 뒤에도 박원순 시장은 '대외선전활동'에 주력했다. 사진은 지난 30일 홍대 앞에서 열린 '알바 권리 지킴이' 발대식. 서울시는 100명의 지킴이에게 일당 5만 5,000원을 주고 알바 권리 홍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20개월 동안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한 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지킴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원순 시장이 이처럼 ‘보여주기식 대응’만을 해서일까. 현재 서울메트로 측은 구의역 사고가 김 씨 개인 과실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몰아가려는 모양새다. 2인 1조 작업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 작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이 사고 핵심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정훈 서울시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메트로는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1시간 내에 장애를 처리해야 한다는 협약조건을 내걸었다”고 반박하기도 했지만, 주요 일간지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한편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 씨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31일 오전, 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 씨의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가질 때 그 뒤로는 민노총 관계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나란히 섰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비정규직 문제’라는 주장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였다.

    김 씨 유가족들은 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과 같은 '철밥통'이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은 알까.

    일부 좌익 단체들도 민노총처럼 이번 사고를 '비정규직 對 정규직'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 한다.

    2015년 한 해 ‘은성PSD’에서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고장신고는 2,700여 건이었던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5~8호선의 고장은 272건에 불과했다며, ‘구의역 사고’와 같은 일이 ‘비정규직 문제’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박원순 서울시장의 소속 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또한 31일 오후 구의역 사고 현장을 찾았다. 자기 당 소속 서울시장의 잘못된 정책도 제대로 못고치는 정당이 사고 현장에는 왜 나타난 걸까. '숟가락 얹기'일까.

    서울메트로 예산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연 1,000억 원 이상의 지하철 안전관리 예산을 삭감하고, 시장은 시민 안전사고 예방 보다는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 제고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 31일 오후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관계자들이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찾아 김 씨에게 조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뉴데일리 기자.
    ▲ 31일 오후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관계자들이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을 찾아 김 씨에게 조의를 표했다. 하지만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뉴데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