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숨 좀 쉽시다" 아이들이 미세먼지 속에서 뛰어노는 걸 상상한 적 있는가
  • ▲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강타한 미세먼지가 서울시내를 뒤덮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강타한 미세먼지가 서울시내를 뒤덮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제발 숨 좀 쉽시다!"

    또 다시 강타한 미세먼지 공습이다.

    '은밀한 살인자', '조용한 살인자', '침묵의 살인자'

    악명(惡名) 높은 미세먼지가 연일 대한민국 국민들의 폐를 공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정말 미세(微細)한 먼지라는 뜻이다. 아황산가스, 질소 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과 함께 수많은 오염물질을 포함한 입경 10㎛ 이하의 아주 작은 먼지들이다.

    1948년 미국 도노라에서 20명이 사망한 대기오염사고, 1952년 약 4,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스모그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자 전 세계적으로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역학조사가 실시됐다. 이후 10㎛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PM10)가 취약집단의 질병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세먼지는 기관지를 거쳐 폐에 흡착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또한 혈관으로도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인체 면역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미세먼지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주름과 검버섯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두피에 염증을 일으켜 탈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는 2.5㎛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해외에서 유입되거나 국내에서 배출되는 경우다. 중국 황사가 싣고 온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반면 국내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아직 국민들의 머리속에 잘 각인되지 않은 듯 하다.

    무방비에 노출된 시민들이다. 비단 서울과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황금연휴'를 시샘하듯 어린이날과 주말이 이어진 지난 7일 전국 곳곳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150㎍/㎥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미세먼지 경보는 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300㎍/㎥ 이상으로 2시간 동안 지속될 때 발령된다.

    당시 연휴를 맞아 봄철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이 많았다.

    놀이공원은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해맑은 아이들은 환한 웃음을 띄고 놀이기구를 찾아 뛰어다녔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를 쓴 가족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면역력이 현저하게 낮은 아이들은 물론, 건장한 성인들에게도 미세먼지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쁠 때 1시간 동안 외출을 하는 것이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서 1시간 40분 간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이는 극히 드문 듯 했다.  

     

  • ▲ 제94회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서울 상상의 나라 놀이체험’을 찾은 어린이가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제94회 어린이날인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서울 상상의 나라 놀이체험’을 찾은 어린이가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4월 26일, 대통령 초청 언론사 간담회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면서도 정작 중요할 땐 잊어버리는 이들이 많다.

    청와대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는 당초 90분 정도로 예정됐으나, 참석자들과의 대화가 길어지면서 무려 40분을 넘기며 끝이 났다.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하는 45개사 대표급 편집-보도국장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국내외 현안을 놓고 수많이 많은 질문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던졌다.

    하지만 이날 미세먼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이는 45명 중 <뉴데일리> 이성복 편집국장이 유일했다.

    주요 신문과 방송은 그간 미세먼지의 유해성과 대책방향을 수없이 다뤄왔다. 그러나 대통령과 마주 앉은 간담회에선 미세먼지의 '미(微)'자도 꺼낸 이가 없었다. 그토록 외치던 민생(民生)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언론들이다. 자리에 모인 언론사 대표급 인사들이 4.13 총선 결과와 정치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건강을 조금이라도 돌아봤으면 어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데일리> 이성복 편집국장이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이 자리를 빌려 꼭 건의드리고 싶었던 것이 있다. 지난번 지리산으로 트래킹을 갔는데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등산을 하더라. 지금 전국에서 아기 엄마들까지 다 난리다. 이게 우리 국민 개개인이 어찌 해볼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나서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주시면, 국민 고통분담이 필요한 부분은 아마도 여기 있는 언론들이 모두 응원하고 지지를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격하게 공감했다.

    "지금 이렇게 좋은 날씨에 말이죠. 마음대로 산책도 못하고 이게 정말 뭡니까, 진짜."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도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장기적인 대책이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단기적인 문제, 또 장기적인 문제를 정해서 (미세먼지 해법을)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데일리


     

    #. 5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제19회 국무회의 

    <뉴데일리>의 문제 제기에 화답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황금연휴를 언급하며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각에 지시했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프랑스 기후협약에서 약속한 탄소감축 목표를 넘어서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미세먼지 감축이 신성장산업 육성 노력의 출발이 되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또 우리 미래세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뤄야 되는 그런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화력발전소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가스라든가 많은 사람이 매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도 미세먼지의 원흉"이라고 분석한 박 대통령은 신(新)에너지 시대를 맞이해서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로 미래지향적 방향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차량들이 편리하게 아무데서나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을 해야 미세먼지를 해결할 수가 있지, 그렇지 않고는 (미세먼지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가 좀 혁신적인 생각을 해야 되고, 건강도 지키고 신산업도 일으킬 그럴 필요가 있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많은 노력을 앞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계부처에서 미세먼지 특별 관리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만큼, 2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미 협력 대기 질 연구 프로젝트와 같이 앞으로 과학적인 조사 활동을 계속 확대하고,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종합 마스터플랜 등의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허점 드러난 환경부, 미세먼지 대응 총체적 부실 

    끔찍한 공기 오염을 방관하고 있는 환경부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지시한 이날 감사원은 환경부-서울시-경기도 등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에는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공개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환경부는 제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15~2024년)을 수립하면서 수도권 대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오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남동풍이 부는 7월∼10월 수도권 대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충남 지역 발전소의 수도권 대기오염 기여율은 미세먼지가 3∼21%, 초미세먼지가 4∼2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수도권 대기에 영향을 주는 주요 오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대기환경관리 2차 기본계획에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 등에 대한 관리 대책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기 관리도 허술했다. 수도권에서 운영하는 미세먼지 자동측정기 108대 가운데 16%인 17대가 허용 오차율 10%를 초과했고 초미세먼지 자동측정기 65대 중 절반 이상인 35대가 성능 기준에 미달했다.

    자동차 매연 절감대책도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부는 자동차 매연 저감장치 부착 사업에 7,000억원을 투입했다. 오염물질 1t을 줄이는 데만 18억원이 든다. 그러나 같은 효과를 내면서도 200만원 밖에 들지 않는 조기 폐차 사업엔 4,000억원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사업 내용을 조정하면 6,5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심지어 환경부는 미세먼지 삭감 실적까지 부풀렸다. 2014년의 경우 실제 실적은 목표량인 8,567t에 못 미치는 8,360t이지만 환경부는 목표 대비 185%인 1만5,859t으로 초과 달성했다고 평가보고서를 냈다.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삭감 실적도 실제로는 목표의 각각 58%, 26% 수준에 불과했으나 평가보고서에는 목표를 80%, 56% 달성한 것으로 기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환경부가 추진 중인 제2차 기본계획은 미세먼지 저감(低減)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1월 13일 청와대에서 국회를 통과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공포 서명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1월 13일 청와대에서 국회를 통과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공포 서명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 '녹색성장' 미루고 얻은 결과가 결국...

    시작부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지난 MB 정부 5년의 성과는 바로 '녹색성장'으로 요약된다. MB 정부는 국제사회가 자원과 환경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녹색성장 정책을 강력 추진했다. 저탄소녹색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녹색성장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금에야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당시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확보와 환경문제 해결, 일자리와 성장동력 확충 기업경쟁력과 국토개조 및 생활혁명을 포괄하는 종합적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했다.

    이를 위해 MB 정부는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해 법적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위원회 및 녹색성장 기획단을 출범 시켰다.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등 녹색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는 MB 정부가 국가 비전으로 내세웠던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많은 것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새 정부들어 정부 소속 위원회가 대거 정비되면서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格)이 낮아졌다.

    서울 광화문 KT빌딩에 자리했던 '녹색성장체험관'은 2013년 이후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엔 대통령 소속 청년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운영하는 창조경제 청년마당이 들어섰다.

    물론 MB 정부의 정책 모두가 정답은 아니었다. 다만 '녹색성장' 정책 만큼은 결코 글로벌 흐름과 어긋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전(前) 정권의 정책 중 '녹색성장' 만큼은 더욱 키우면 키웠지, 결코 배척해야 할 키워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GGGI의 이보 드 보어(Yvo de Boer) 사무총장과 GCF의 헬라 체크로흐(Hela Cheikhrouhou) 사무총장이 거의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MB 정부 시절에는 녹색성장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워 관련 국제기구 활동 등에도 큰 관심을 보였는데 정부가 바뀐 뒤 정책 우선순위가 낮아져 찬밥 신세가 되자 불만이 있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후 이보 드 보어(Yvo de Boer) GGGI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가끔씩 과거에 안주하려는 느낌이 있고 이런 트렌드를 선도하기 보다는 쫓아가는 입장을 선호하는 것 같다"면서 지난 정권에 비해 녹색성장에 대한 현 정부의 적극성이 떨어진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 ▲ 지난해 9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 지난해 9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38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 政-靑,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른바 관피아(官·fia,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이들과 청와대 비서진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는 정부 관료들은 상부의 지시에 꼼짝하질 않는다. 사안의 중요성을 헤아리지 못하는 청와대 비서진의 정무적 판단력이 바닥을 쳤다는 비판이 쇄도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부터 수시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정부에 대응을 주문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할 지경이다. 감사원 발표와 같이 환경부의 총체적 대책 부실이 드러났고, 국민들은 미세먼지의 공포 속에서 여전히 벌벌 떨고 있다.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과 국무위원이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지난해 12월 8일(현지시간)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가 중반을 넘어 합의문 도출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당시, 우리 측 협상수석대표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조기 귀국한 것을 두고 아직까지도 말이 많다.

    수석대표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연설을 마치고 귀국한 뒤, 한국을 대표해야 할 윤성규 장관이 왜 협상을 박차고 자리를 떠야만 했는지를 두고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미세먼지 유발국인 중국 대표부까지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두려울 정도다. 한국 정부가 유엔 기후변화총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녹색성장'이 지금 왜 필요한 것인지 청와대 비서진이 똑바로 보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감(感)이 떨어진 이들이 주도하는 정책을 놓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쥐어준 칼자루조차 내팽개치는 형국이다. '녹색성장'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뒤로 숨길 이유가 없다. '국민건강'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박근혜 정부에 가장 필요한 아젠다(agenda)가 또 있을까 싶다. 

    여야(與野) 정치적 성향을 떠나, 더러운 공기를 좋아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채찍을 들고 녹색성장과 미세먼지 아젠다를 확실히 잡아야 할 때다.

    이란 순방 성과를 발판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35.9%까지 다시 반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성과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 건강 문제다.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없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타이밍이다.

    문재인-안철수 등 야권 인사들보다 먼저 움직이는 센스가 필요하다. 내셔널아젠다는 민심(民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다. 창조경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해야 하는 전략적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