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TBC '욱씨 남정기' 제공
    ▲ ⓒJTBC '욱씨 남정기' 제공

     

    “우리가 언제 이기는 싸움만 했습니까?” ‘욱씨남정기’ 속 남정기(윤상현 분)가 대기업의 강제적인 인수합병 시도에서 회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옥다정(이요원 분)에게 내뱉는 다부진 한마디.

    7일 오후 종영을 앞둔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극본 주현, 연출 이형민)는 갑을 관계에 놓인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또 자신이 추구해야 할 당연한 권리의 실종. 드라마는 첫 회부터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해 자존심은 철저하게 버릴 수밖에 없는 을의 변화를 촉구했다.

    ‘욱하는 성격’, 그것만 억누른다면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본부장의 타이틀을 쭉 지킬 수 있었던 옥다정. 반면 욱하는 성격과는 반대의 ‘가늘고 길게 살자’가 인생의 모토인 남정기. 두 사람의 만남은 어쩌면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늘 갑의 위치에 있었던 다정과 반대로 언제나 그들의 앞에서 허리를 숙여야 했던 정기.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은 ‘러블리 코스메틱’이라는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함께 힘을 헤쳐 나갔다. 이후 예전에는 몰랐던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며 직장동료 이상의 끈끈한 정과 유대감을 만들어 나간다.

    ‘욱씨 남정기’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이지 않다. 옥다정이 옛 직장상사 김상무의 앞에서 대놓고 삿대질을 하며 반말을 하는 장면은 누구나 한번쯤 꿈꾸지만 쉽사리 할 수 없는 짜릿한 판타지다. 드라마는 이런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청자들에게 완벽한 대리만족을 전하며 기획 초기부터 내세웠던 ‘을의 반격’이라는 주제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해서 을이 언제나 갑에게 시원한 펀치를 날렸던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업 간의 접대에서 나오는 갑의 횡포. 고용이라는 가장 중요한 권리에 목마른 을의 절박함을 악용하는 모습까지. ‘욱씨 남정기’에 등장하는 갑은 여전히 을보다 위에 있음을 씁쓸하게 그려내며 달콤한 환상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불합리한 상하 관계를 조금씩 깨트리는 것이 중요함을 내비치며 지금의 현실에서 을이 할 수 있는 행동의 적정선을 제시했다. ‘욱씨 남정기’의 이야기가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느껴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다.

    ‘욱씨남정기’는 그동안 다소 침체기였던 JTBC 드라마의 새로운 반격을 알렸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초반에는 1%의 시청률을 간신히 넘겼지만 갈수록 탄력을 받으며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이전에 방송됐던 ‘마담 앙트완’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공감을 할 수 있는 드라마. 우리 삶에서 꼭 한번 접할 수 있는 상황과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이 ‘욱씨 남정기’가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요소로 보인다.

    돈과 자부심. 선택의 기로에 놓인 남정기와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이 현실에 부합한 결말 속에서 공감과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욱씨남정기’의 마지막 생존기는 7일 오후 8시 30분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