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오라스콤’ 투자 ‘고려링크’ 가입자들 “통화품질 나쁘다”며 강성네트로 대이동
  • ▲ "아이폰하고 갤럭시를 잘 섞어 보란 말이야!" 북한 자체 휴대전화 공장을 살피는 김정은. 북한이 제조하는 휴대전화는 중국산 제품의 카피품으로 알려져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아이폰하고 갤럭시를 잘 섞어 보란 말이야!" 북한 자체 휴대전화 공장을 살피는 김정은. 북한이 제조하는 휴대전화는 중국산 제품의 카피품으로 알려져 있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 이집트 회사가 설립한 이동통신사에서 북한 당국이 직접 설립한 이동통신사로 옮겨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4일 소식통을 인용, “이집트 오라스콤 텔레톰이 북한에 설립한 이동통신사 ‘고려링크’ 가입자가 상당수 빠져나가 ‘강성네트’로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고려링크’의 통화품질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강성네트’로 옮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고려링크의) 통화품질이 나빠진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려링크에서 강성네트로 옮겨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고려링크 가입자는 2012년 100만 명, 2013년 200만 명을 돌파했고, 2015년 말 기준으로 3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고려링크가 처음 개통된 2008년에는 통화가 잘 돼 사람들이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시내에서도 통화가 끊어지는 일이 빈번하고, 도시와 농촌 간 통화는 하루 또는 이틀까지 불통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오라스콤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통신기술을 다 빼낸 뒤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고려링크를 퇴출시키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것 같다”는 추측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오라스콤이 투자한 돈으로 북한은 이미 이동통신 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다 갖췄다”면서 “강성네트도 고려링크 기지국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이 단독으로 통신사업을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 당국에 속아 투자하면 본전도 못 찾는다는 주장이 또 한 번 사실로 입증되는 것이다.

    이집트 휴대전화 사업자 오라스콤은 2008년부터 4년 동안 4억 달러를 투자해 북한 내에 휴대전화 통신망을 구축했다. 북한 당국과는 75 대 25로 지분을 나누기로 하고 ‘고려링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했다.

    북한은 오라스콤이 처음 고려링크를 설립할 때는 영업이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지켜지지 않았다. 2015년 말 기준으로 고려링크의 영업이익은 8억 달러가 넘는데도 북한 당국이 외화반출을 거절해 단 1달러로 본국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오라스콤이 투자해 건설한 이동통신망을 활용, 2011년 자체 이동통신사인 ‘강성네트’를 설립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고려링크과 강성네트를 ‘강제합병’ 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려링크와 강성네트 간의 경쟁이 있었지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잘 사용하던 고려링크를 일부러 탈퇴할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강성네트의 인기는 고려링크만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북 소식통과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고려링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해 이동통신망에다 모종의 ‘조치’를 해 ‘강제 번호이동’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