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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색깔하고 섞어도 조화가 잘될 수 있는 흰색처럼,다양하고 특색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자신의 음악을 무슨 색깔로 표현할 수 있겠냐는 다소 상투적인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한기란은 이내 생각을 정리한 후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한기란이 새 미니앨범 ‘ Sincere’4개월만에 컴백했다. ‘진실한이라는 ‘sincere’ 의 뜻에서 느껴지듯,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 솔직담백한 가사와 더욱 풍부해진 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틀곡 ‘Artist’는 그동안 발매했던 생각이 안나’,’없구나등 덤덤한 이별의 아픔을 담아낸 곡들과는 또 다른 색깔의 소울풍 음악이다. 가수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툭툭 던지듯 내뱉는 가사에서는 젊은 나이에 비해 훨씬 성숙하고 진중한 한기란의 가치관이 묻어난다.

    저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한 곡이에요. 마치 일기장에 일기 쓰듯이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냈죠 곡의 한마디 한마디마다 제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사실 처음 음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시선들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으니 행복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는. 그런 다짐을 전반적으로 그려냈어요

    ‘sincere’ 앨범의 편곡은 한기란의 대학 동기들이 맡았다. 그래서일까? 앨범의 수록곡들은 마치 친구가 옆에서 불러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편안한 무언가가 계속해서 귀를 맴돌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금까지 편곡 작업은 다른 분들이 진행하도록 놔뒀는데, 이번에는 왠지 편곡과 프로듀싱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던 와중에 대학 동기들한테 부탁해보면 어떨까해서 연락을 했어요. 근데 거의 6년만에 부른 거라서, 조금 민망했죠"

    "친구들은 제안을 했을 때 한번에 흔쾌히 응했지만,제가 괜히 미안한 감이 있어서 신경을 쓰려고했어요. 밥과 커피도 정말 많이 사주고노동에 대한 대가는 확실히 지불했다고 봅니다."(웃음)

    "같이 작업을 할 때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온 것처럼 너무 편안하고 재미있었어요. 일을 하는게 아니라,친구들과 공연 하면서 놀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즐기면서 하니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깔끔한 허브티와 진한 에스프레소. 맑고 깨끗하면서도 매혹적인 한기란의 목소리에서는 두가지의 차를 한번에 마시는듯한 독특함이 있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드는 생활밀착형 보이스는 그 어떤 음악보다도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슬프거나,기쁘거나, 그런 감정에 국한되서 표현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곡의 주제에 충실하고,가사가 주는 세세한 감정선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는 편이에요. 바이브레이션이나 기교를 넣는 부분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기란은 이번 앨범에도 전곡의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하며 음악적 역량을 뽐냈다. 작곡에 관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오늘날의 한기란을 만들었다.

    작곡 공부를 특별히 한 적은 없어요. 처음에는 피아노를 이용해 작곡을 시도했고, 코드 잡는 법을 19살쯤에 배웠어요. 초반엔 기존에 있는 곡에 가사와 멜로디를 조금씩 변형해서 만들기 시작했어요. 차츰 감을 쌓아나가면서 2010년 와인루프의 중독이라는 곡을 완성시켰어요. 다 만들었을 때 정말 기쁘고 신기하더라고요. ‘내가 만든 곡을 직접 부른다는게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곡이 주는 매력에 완전히 빠지게 됐죠."

    한기란은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하고 끼가 많았지만 가수가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우연히 나간 노래 경연대회에서의 수상은 미래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고등학교때는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워낙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꿈도 여러가지가 있었어요. 미술이나 무용에도 관심이 많았고,나를 표현할 수 있는 분야를 좋아했어요. 예를 들면 종합예술인 같은?(웃음)

    "노래도 즐겨부르긴 했지만 가수를 해야겠다’  이 정도는 아니고, 그냥 동네에서 노래 좀 잘하는 친구? 그런 이미지였어요. 근데 고등학교때 출전한 노래대회에서 운좋게 상을 받은 후 음악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됐죠.”

    길을 지나갈 때 상점에서 노래 소리가 나올 때 있잖아요, 그럴때마다 이 노래는 누구 노래네. 하며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나에게 일어나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노래가 어디서든 흘러나오고,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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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이번 학기부터 대학교에 강사로 출강을 나간다. 28살이라는 나이에 강단에 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이면에는 소속사 대표 강승호씨의 배려와 지원이 있었다.

    실용음악 보컬 전공수업과 곡쓰는 법을 배우는 ‘Song writing’ 수업, 두 가지를 가르쳐요. 아무래도 조금 떨리지만,제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준다는게 굉장히 뜻깊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앨범 활동과 병행하려면 힘들겠지만, 잠을 줄이면 되죠. 밥은 차에서 먹고요(웃음). 대표님이 소속 가수들의 개인적인 스케줄과 계획을 중요하게 여기세요이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이해도 많이 해주시는 편이에요.

    한기란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냐는 질문에는 수줍어하면서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그 나이 또래에서는 쉽게 나타날 수 없는 순수함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클럽에 간다거나,술을 마시거나... 그런 문화를 잘 몰라요. 그래서 시간이 날때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요. 그림을 그리면 머릿속에 잡생각이 없어지고 홀가분해지거든요. 어깨는 조금 아픈데.또 어딘가 아프면 그 순간에는 신기하게 스트레스가 사라지더라고요.(웃음)

    '와인루프'. 한기란이라는 이름 이전에는 2012년부터 3년간 활동한 밴드 와인루프가 있었다. 한기란은 함께 했을때는 몰랐던 고민과 솔로를 하게 된 계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는 이전부터 자신만의 음악을 펼쳐 보이고 싶었던 강한 열망이 진하게 드러났다.

    밴드 음악은 조금 한정적인 면이 있어요.라이브를 많이 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음악을 다양하고 깊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보였어요. 혼자 미디를 사용해 작업을 할 때는 저만의 필이나 세계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반면에 밴드 시절에는 기본 바탕이 되는 기타,베이스,드럼 외에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제약이 따랐죠.”

    솔로로 나오니까 편한 점도 있지만,예전에는 같이 짊어지고 고민하던 문제를 온전히 저 혼자 생각하고 해결하려다보니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그만큼 자립심이 생기는건 좋은 점이겠죠?”

    요즘 나오는 신인 가수들은 저마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인지도를 쌓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노래를 알리기 전에 얼굴을 먼저 알려야 하는 구조가 된 현 가요계. 한기란은 이런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통해 가수의 1차적인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방송 활동을 하기 싫어서 안하는건 아니에요. 불러주시고 기회가 되면 감사히 해야죠. 하지만 방송으로만 얼굴을 알리는 것보다 제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이왕이면 라이브 무대를 많이 가지고 싶어요. 음원으로 들으면 곡의 기승전결이 늘 정해져 있잖아요. 반면에 라이브는 연주도 노래도 말 그대로 살아있으니까, 모든 것이 즉흥적이고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아요.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느낌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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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3,한기란은 현 소속사 캔 앤테터인먼트와 한솥밥을 먹었다. 한기란에게 있어서 소속사는,단순히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비즈니스 파트너 이상의 신뢰도가 굳건히 자리잡고있었다.

    회사에서 제 음악만 듣고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고 정말 신기했죠. 대학교때 작곡 공부를 하면서 잠깐 만났던 강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너가 찾아가지 말고 누군가가 너를 찾아오게 만들라연락을 받은 순간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너무 뿌듯하고 가슴 벅찬 기분을 느꼈어요.”

    회사는 제 음악을 항상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이러이러한 것은 어떻겠냐고 의견은 제시하지만 크게 바꾸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음악색깔적인 면에서 크게 부딫히는건 없어요

    같은 소속사 대선배 장혜진. 그에게 장혜진은 평생의 롤모델이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스승이다. 얼굴보다는 노래로 먼저 기억되는 장혜진의 발자취를 한기란은 묵묵히 따라가고 있다.

    장혜진 선생님은 방송 활동은 자주 하지 않으시지만,선생님의 음악은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저도 그렇게 음악과 목소리로 인정받고, 아티스트라는 이름에 걸맞는 롱런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 한기란은 지금까지 보여준것보다 앞으로 보여줄것이 훨씬 더 많은 아티스트다. 그는 또렷한 눈빛과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미래의 목표를 전했다.

    듣는 분들이 음악을 듣고 저에 대해 궁금해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항상 저의 이야기를 써왔고, 노래를 들으면 한기란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솔직하고 가식없는 곡을 불렀다고 자부해요. 이번 앨범에는 여러 곡들이 있으니까 다양하게 듣고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행을 타는 음악이 아닌,5,10년 후에 들어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게 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