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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깨고 찾아온 따뜻한 날 봄비처럼 시청자들의 가슴에 젖어들 한 편의 운명을 다룬 아름다운 드라마가 찾아왔다. 지난달 29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KBS2 아침드라마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극본 한희정 문영훈, 연출 어수선)다.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는 전쟁의 참화 속 다른 사람의 삶을 통째로 빼앗은 여자와 그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 자식 세대의 꿈과 사랑,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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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는 KBS 아침드라마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어수선 PD, 나해령, 지은성, 정이연, 이창욱, 임지은, 임채원 등이 참석해 드라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어수선 PD는 “‘내 마음의 꽃비’는 5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다”라고 드라마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90년대 나온 프랑스 영화 한 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 점이 요 근래 나온 ‘TV소설’ 시리즈와의 차이점이다”라고 이번 TV소설의 남다른 점을 밝혔다.
더불어 어수선 PD는 지금의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로 “나해령 양은 처음 보고 의외로 순진하더라. 아역배우 출신이라 기본적인 연기력은 있을 것 같았다”라고 전했으며 “이창욱 씨는 ‘뻐꾸기 둥지’에서의 인상이 너무 좋았다. 순정 마초남으로 어울릴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이연 씨는 신들린 역을 잘 할 것 같았다. 지은성 씨는 연기 경력은 짧지만 눈빛이 살아있다. 주부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꽃미남과다”라고 각 캐릭터들의 잠재력을 언급했다.
티 없이 맑고 씩씩하며 주변사람까지 밝게 만드는 정꽃님 역할을 맡은 나해령은 “연기는 이전부터 쭉 해왔지만 주연을 맡은 것에 부담이 있기는 하다”라고 전하며 “처음엔 아침드라마라고만 알고 오디션을 봤다. 시대극이라는 부담감 보다는 캐릭터의 밝은 면과 가족의 화합이 장점으로 와 닿았다”라고 주연으로 드라마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나해령은 또 “120부작은 처음이지만 이전에 드라마 ‘엄마’를 촬영한 적이 있어 긴 호흡에 적응이 되기는 하더라”라며 “일주일에 6일 정도 촬영하며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촬영장이 편하고 감독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잘 하고 있다”고 촬영 분위기를 전했다.
법을 배운 만큼 불의를 견디지 못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인물인 박선호 역을 맡은 지은성은 “이전에 사극과 단막극을 했었다. 이번 드라마는 시대극이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됐고, 호흡이 길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적으로 연기하게 된 것 같다”고 아직 신인으로서 촬영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꽃님이(나해령 분)와 갈등을 겪는 민혜주 역을 맡은 정이연은 “겉으로 보기엔 미워 보일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개하며 “돈이 많은 것이 일단 장점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어 그는 “개념이 없는 캐릭터는 아니고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점이 매력이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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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이강욱 역할을 맡은 이창욱은 “촬영에 앞서 영화 ‘약속’을 봤다. 박신양 선배님의 역할이 나와 비슷한 것 같더라. 까칠하기도 하면서 사랑에는 서툴지만 순수한 역할을 연기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어린 친구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해령 씨 연기를 모니터하며 팬이 됐다.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나해령과 함께 연기한 남다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내 마음의 꽃비’에서 가짜 며느리 천일란 역을 맡은 임지은은 “오랜만에 맡은 악역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고 촬영에 앞선 마음가짐을 드러내며 “20대의 철없는 시기에 저지르는 행동을 바라보며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마냥 나쁜 인물이 아니라 나름의 이유와 사연이 있는 인물이다”라고 캐릭터가 취하는 행동의 당위성을 들었다.
전쟁통 피난길에 남편과 아이를 모두 잃고 슬픔과 한을 많이 가지는 비련의 여인인 서연희 역을 맡은 임채원은 “방송한 지 벌써 25년이 넘었다”라며 “어린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며 웃음이 넘치는 현장을 느낄 수 있다”라고 훈훈한 촬영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부모와 자식, 2대에 걸친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는 6.25 전란 가운데 벌어진 부모들의 이야기와 그로부터 1971년이 된 이후 자식들의 뒤바뀐 운명과 사랑을 그린다.
장르의 다양화와 더불어 각종 콘텐츠는 풍부해졌지만, 정작 대한민국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대극은 메말라버린 요즘이다. 이 가운데 KBS는 한국 TV 방송의 역사를 시작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답게 우리의 역사를 존중하며 이를 전파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 마음의 꽃비’는 우리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안고 있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다루며 그 시대만이 품었던 풋풋하고 정감 있는 감성을 전하는 데 의미를 둔다. 최근 급박하게 전개되는 드라마들과는 전혀 다른 톤과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이에 온 가족이 진정으로 역사를 실감하며 공감을 할 수 있는 드라마로써 기대가 되고 있다.
게다가 1987년부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TV소설’은 여전히 명맥을 이으며 아침에 접하는 소설을 통해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아침시간대에 접할 수 있는 색다른 감성에 물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TV소설 내 마음의 꽃비’는 매주 월~금 오전 9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