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려움 극복하며 신뢰 쌓고자 노력했는데,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더니"
  •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뉴데일리

     

    중국의 역할과 대북 레버리지(Leverage)가 골치아픈 숙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효성 있고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지부진한 6자회담이 아닌, 현실적이고 심화적인 5자회담. 외교적 노력을 발판으로 한 연합방위태세 구축. 굳건한 안보와 철저한 응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특히, 북핵(北核) 문제에 소극적인 중국을 향해선 거듭 설득적이면서도 우회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오전 통일부·외교부·국방부 3개 부처의 합동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인 북한을 상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모든 정책의 시행과정에서 북한에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8월 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대북확성기 방송을 실시하고, 이번 핵실험 이후 즉각 방송을 재개한 것처럼 도발을 하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북한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사회와 대응해 반드시 핵실험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정책의 일관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자회담은 지난 8년여 간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틀로 유용성이 있었지만, 회담 자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관련 당사국들이 있어서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6자회담만이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례적인 언급이다.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8년째 삐걱거리는 6자회담을 구체적으로 꼬집어가며 실효성 문제를 지적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러한 발언은 6자회담을 폐기할 필요는 없지만, 틀 내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향한 메시지를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북한이 변화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우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의 협조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는 양국 국민들이 서로 상호교류하면서 문화로 소통하고 정치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신뢰를 쌓고자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어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는데, 이번에야말로 북한이 핵개발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란과 같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효과있는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못 믿을 중국이다.

    지난해 9월 서방 국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성루에까지 오르며 대중(對中) 외교에 공을 들인 박 대통령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고도화하는 북핵(北核)을 억지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흉금을 털어놓으면서 머리를 맞대자고 했다. 굵직한 공조(共助) 제안이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북핵불용' 의지를 표하며 새로운 진전을 예고했다. '특별했던 98분'이라며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치켜세우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후에도 양국 정부는 서로 "역대 최상의 관계"를 외치며 두터운 신뢰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북중(北中) 혈맹을 넘어서진 못했다. 북한의 지난 4차 핵실험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결국 공산당 정부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 ▲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조선일보 DB
    ▲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조선일보 DB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원유 제재에 있어서도 중국 측의 동참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쉽사리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 없는 것은 북한이 가진 전략적 가치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물자·지원 등 유엔 안보리의 다각적 대북압박 카드에 있어서도 중국 측의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 안보분야 정부 업무보고에서 신뢰(信賴)와 의지(意志)를 거듭 강조한 것은 약속 이행 차원에서다.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손을 맞잡으며 한 약속. 양측이 공감하고 합의한 북핵불용 원칙의 실질적인 이행. 베이징을 향해 날린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앞서 시진핑 주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드(THAAD) 검토' 발언을 던진 것 역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외교전으로 풀이된다.  

    못믿을 중국 다음은 한심한 국회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정쟁(政爭)에 눈이 멀어 테러방지법 처리를 가로막은 국회를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사이버공격 등 비대칭적 도발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고, (테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인 만큼 테러방지법이 한시라도 속히 국회에서 처리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제가 더 이상 국회에 부탁하고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인데, 결국은 국민들께서 나서고 계신다"고 정치권을 꼬집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대응에 있어 최우선 원칙은 국민의 안전임을 강조하며 개성공단 관계자들을 보호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며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우리 국민들에 대한 안전과 보호에 유념하고 항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에 철저하게 대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관계 부처 장차관,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민간 토론자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