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바라보고 총선 가야… 문재인 대선 승리 못 한다고 멀리 본 셈
  • ▲ 지금까지 한 번도 당적을 바꾼적이 없었던 4선의 김영환 의원이 8일 탈당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여러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놓친 셈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금까지 한 번도 당적을 바꾼적이 없었던 4선의 김영환 의원이 8일 탈당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여러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인재를 놓친 셈이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에 이어 또 한 명의 굵직한 수도권 중진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민집모의 실질적 좌장이라 할 수 있는 김영환 의원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그의 탈당이 친노 패권주의 '엑소더스'(Exodus·성경의 '출애굽기')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영환 의원의 탈당은 당이 기울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 김영환, 15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당적 바꾼 적 없는 더민주의 대들보

    김영환 의원은 "저는 당을 바꾸지 않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약속을 해왔다"면서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의 분당에 반대하여 민주당에 잔류했던 저는 2004년과 2008년 두 번 낙선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민주당의 적통을 계승한 '적자'나 다름없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그는 1998년 DJ가 대선에서 이길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세분석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의 판세를 읽어낸 그가 열린우리당 분당 당시 정세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에 대한 의리와 충성심으로 험지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을 바꾼 것에 대해)고개 숙여 국민과 안산시민께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며 거듭 사죄하기도 했다. 만연한 친노 패권주의의 등쌀에 못 이겨 당을 떠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당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셈이다.

    그간 공천의 유·불리에 따라 당적을 옮겨왔던 많은 정치인과 비교하면 그는 당을 향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이같은 충성심을 기반으로 당내 요직을 맡았다. 2001년에는 과학기술부 장관을 맡았고, 2003년에는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2004년에는 민주당의 최고위원도 역임했다. 2013년에는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도 해냈다. 다재다능함도 갖추고 있어 야당의 대들보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 충청 출신 의원 탈당, 친노로 짜여진 충청 지역에 민심 뒤흔들 메시지 될까

    김영환 의원의 또다른 특징은 충청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의 탈당은 충청지역의 민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순 호남 기득권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청도 의원은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을 비롯해 노영민, 변재일, 오제세, 박수현, 박완주, 양승조, 이상민, 박범계, 박병석 의원이다.

    이중 민집모 오제세 의원이나 김한길계 변재일 의원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의원이 범친노 안에 속한다. 충청에는 친노 의원들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는 셈이다.

    때문에 충청 출신 비주류 의원의 탈당은 충청 민심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김한길·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호남에서의 친노에 대한 민심 이반이 수도권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김 의원 탈당으로 이런 파급력이 충청권으로도 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가 가겠다고 하는 안철수 신당은 독자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제1야당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친노 심판론이나 다름없다.

  • ▲ 김영환 의원이 8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국민과 안산시민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며 사죄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영환 의원이 8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국민과 안산시민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한다며 사죄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안철수 김한길에 이어 또 수도권 중진 이탈…타격 불가피

    김영환 의원이 비록 충청도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의 지역구는 안산 상록을이다. 수도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선 의원들이 자웅을 겨루는 자리다.

    내년 총선에서 180석 이상을 목표로 하는 새누리당 역시 최근 수도권을 겨냥해 중량감 있는 의원들이 험지에 출마할 것을 권하는 상황이 현실이다.

    5선에 도전하는 중진의원을 잃는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경기도의 야당의원은 5선의 이석현 국회부의장, 4선의 이종걸 원내대표, 4선의 원혜영 의원, 3선의 설훈·안민석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 민집모 좌장…추가 탈당 기정사실화

    김영환 의원은 민집모의 좌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탈당을 주도한 분들은 김한길 의원과 최재천 의원을 빼면 민집모 구성원"이라면서 "아무래도 민집모 의원들이 충정 어린 말을 해왔기 때문에 후속 탈당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그간 4선 중진 의원으로서 후배들의 결단을 지켜보고 결단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탈당을 뒤늦게 결심하게 됐다는 의미다. 탈당은 연초에 결정했지만, 수소폭탄 때문에 미뤄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그가 자신감있게 후속 탈당을 기정사실로 한 배경에는 아직 더불어민주당에 민집모 소속 의원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표적으로 이종걸 원내대표가 민집모에 이름을 올린 의원이다. 그 역시 문재인 대표에 강하게 날을 세우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선대위체제 등 사실상 2선 후퇴로 국민에게 비칠 수 있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면서 3~4달 남은 총선체제에서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 방식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오히려 추가탈당을 막을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움직임은 강경하다. 최근에는 최고위원회의 등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당무 거부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표는 그에게 "당무를 거부할거라면 차라리 사퇴하라"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비록 이 원내대표가 이날 라디오에서 "탈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 대표에 가장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기자회견장을 떠난 직후 취재진에게 "우리당은 지도부 안에 친노세력들과 운동권 세력들이 결합해 주류를 형성했고, 그들의 노선은 제가 생각할 때는 진보 강화론에 위치에 서 있다고 본다"면서 "진보 강화론은 지난 통진당과의 빅 캠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소중한 자산이기는 하지만 집권을 할 수는 없는 노선"이라고 못 박았다.

    과거 DJ도 그랬다면서 중도와 합리, 개혁노선을 가져야만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민집모의 좌장이 친노 패권주의와 함께 갈 수는 없다며 새로운 노선으로 가야한다고 선언한 셈이다. 모세가 애굽에서 탈출해 천신만고 끝에 가나안 땅을 찾아갔 듯, 당분간 더불어민주당에 후속 탈당 등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