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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15번, 혁 30번, 방 11번...
우물에 빠진 돼지의 새해 푸념
세습독재자의 ‘쉰년사’ 펼쳐보기이 덕 기 / 자유기고가
과연 북녘 세습독재정권은 변할까?
“우리 당은 인민생활 문제를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1 국사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올해도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이 엊그제 약 30분 동안 TV에 나와 주절거렸단다.
그리고 정치·군사보다 경제를 먼저 언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니 달라진 건 그게 끝이다.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던지, 읽는 도중 숨이 가빴던지 간에 모두 지 할애비, 애비처럼이다. 쌍판때기나 몸뚱아리나 뒤룩뒤룩한 것도 물론 마찬가지다.
남녘의 여러 언론과 이른바 ‘북한 전문가’들은 위의 힘주어 말했다는 “인민생활이 제1 국사”에 크게 주목하는 듯하다.
하지만 말로 먹고 사는 분들이 그 본 뜻을 눈치채지 못했나?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 주겠다!”와 뭐가 다를까.
작년에는 “획기적인 인민생활 향상”이라고 했다.
수 십년 동안 계속되어 온 뻥이다.
말 장난만 자꾸 진화(進化)한다고나 할까.
“당의 부름따라 일떠서고 있는 축산과 수산 부문에서 생산을 빨리 장성시키고 전국 도처에 건설한 양어장과 남새 온실, 버섯 생산기지들이 은(효과)을 내게 하여 인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여야 합니다”
섬세한(?) 인민들 반찬거리 걱정도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변화라는 것은 주절거리는 중간 중간에 연관된 활동 사진이 배경으로 등장했다는 거 외에 근본적으로 없다. 대체로 70년 전부터 시작된 할애비의 ‘신년사’나 이어지는 애비 시절의 ‘신년 공동사설’이나 도찐개찐이다. 그저 쭉 ‘쉰년사’일 뿐이다.
“조선로동당 제7차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자!” 구호 등장, 그리고 이어지는 “전력·석탄·금속공업과 철도운수 부문”이 이렇고 저렇고 장광설.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당적, 전국가적 힘을 넣어야 합니다” 그 놈의 전기(電氣) 타령은 언제부터인가 끊이질 않는다. 이어지는 군대, 청년...
다 뭉뚱그리면, “내가 최고, 나에게 목숨바쳐 충성하라우!”
돼지 중에는 말 되새김질하는 특별한 종자(種子)도 있나 보다.
그것도 거의 시종일관(始終一貫) 푸념하듯 “...하여야 합니다”만을 외쳐대는...
흔히 ‘우물 안 개구리’라지만, 여기서는 ‘우물 안의 돼지’(井底之豚)를 본다.
이어서 ‘쉰년사’에 따르면, 통일은 늘 ‘자주통일’이고, 민족은 매번 ‘화해와 단합’해야 한다.“내외 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시고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올해의 대남(對南)·통일 구호라고 한다.
“진실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론의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몇 십년째 우려먹는 불어터진 얘기다.
작년에는 그나마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습니다”라고 하여 남녘의 언론, ‘북한 전문가’, 그리고 심지어 통일부와 ‘북악(北岳) 산장’까지도 들떠서 호들갑을 떨었다. 역시 남녘에는 ‘얼간이’가 여기저기 수도 없이 널려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허나 올해는 그런 것 조차도 없다.
대신 수 년 전부터 언급해 온 “우리(북녘)의 체제변화와 일방적인 제도통일”, 즉 남측이 급변사태와 흡수통일을 획책한다는 비난만을 강화하고 있다.
두렵긴 두려운가 보다.
한편, 남녘 일각에서는 예상과 달리 ‘쉰년사’에 핵 문제나 그 무슨 ‘(핵·경제)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혹시나 하고 있다. 은근히, 아주 조심스럽게 차후(이를 테면 오는 5월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 부분적으로나마 개혁·개방 조치를 취하지 않겠는가 하고 기대하는 듯하다.
특히, 언급이 없다는 게 대단한 일이나 되는 양 여기는 남녘의 얼간이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세습독재정권의 개혁·개방은 독재자와 그 언저리 세력이 갖고 있는 권력과 돈과 정보를 인민들에게 나누어준다는 의미다. 이것이 가능하다고?
이럴 때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이라고 한다.
개혁·개방 또는 유사한 조치의 언급과 동시에, 독재정권의 몰락이 시작된다는 역사의 경험을 북녘의 ‘최고 돈엄(豚嚴)’과 그 졸개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말아라. “개·혁·개·방”이 올해 ‘쉰년사’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고 있다.
‘개’ 자(字) 15번, ‘혁’ 자(字) 30번, ‘방’ 자(字)는 11번씩이나 말이다.
이 정도면 “개혁·개방”을 몇 번이고 쓰기에 충분한 양이다.
북녘의 현상을 북한식·평양식 기준과 논리에 의거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론’을 신봉하는 얼간이들에게 전해라! 개혁·개방이 머지 않았다고.
올해 북녘 ‘최고 돈엄(豚嚴)’이 읽은 ‘쉰년사’의 가장 큰 특징은 예전과 거의 변함없이 불어터지고, 되새김질로 일관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바로 그곳에 포인트가 있다.
즉, 본질이 전혀 바뀌지 않았고,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여러 국제 정치·경제·문화적인 변화·변동 속에서도 ‘한반도 적화통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소간의 전술적인 가미(加味)가 있겠지만, ‘화전양면’과 ‘통일전선’의 줄은 결코 놓지 않는다.
오히려 변수(變數)는 남녘에 있다.
차기 국개(國개:나라를 물어뜯는 개)를 선출하는 총선(總選), 낙관할 수 없는 안개 속의 경제, ‘헬(HELL)조선’으로 대표되는 젊은 청춘들의 의식, 그리고 이런 국면들에 편승하여 기승을 부릴 ‘배울만큼 배워 처먹은’ 기회주의 얼간이들의 혹세무민(惑世誣民) 등등.더구나 북녘 ‘최고 돈엄(豚嚴)’과 끈(줄)으로 연결되었거나 아니면 끈이 달리지 않은 꼭두각시들의 발광은 안 봐도 비디오인데...
특히,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남녘 정부의 말에 고무된 ‘진보적인’ 정치인·전문가·학자·종교인·노동자·선생님·예술가 등과 이른바 ‘시민·사회단체’들의 역할도 볼만할 터이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조건 없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대대적인 ‘남북 민-관(民-官)교류’ 등등이 절실하다고 뻥을 치거나 절규(絶叫)하면서 남녘 정부의 등을 팍팍 떼밀 것이다.
여기에다가 격변의 소용돌이가 멈추지 않을 주변 및 국제 정세까지. 가히 위협적이다. 또한...
매년마다 먹거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차제에 ‘돼지의 넋두리’를 달달 외워야 하고,
추운 날씨에 변변치 못한 입성(옷)으로 ‘쉰년사 관철 군중대회’에 억지로 나가야 하는
북녘 동포들도 많이 걱정된다.이 모든 근심과 얼간이 짓거리를 일거에 날려버릴 처방이야 이게 직방인데...
“일방적인 제도통일!”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더 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