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잡는 창조경제 아닌, 가시적인 창조경제 찾아야 '제4의 원소'
  • ▲ 美 달러와 中 위안화. ⓒ조선닷컴 자료사진
    ▲ 美 달러와 中 위안화. ⓒ조선닷컴 자료사진

           

     

    #. 2016년, 새로운 경제 세기(世紀) 열린다


    글로벌 경제를 움켜쥐고 있는 2강(强)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보다 가속화하고, 금융 긴축과 침체된 경기(Tight Money Sluggish Economy)의 영향으로 신흥국들의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며 돈 줄을 강하고 조이는 반면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속성장에 따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구조변화를 추진 중인 중국의 경제둔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외환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들의 위기 가능성도 상존한다. 거시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우려된다.

    대한민국 경제는 가파른 벼량 끝에 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6년 10대 경제 트렌드'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연구원이 내놓은 10대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G2(미국·중국)의 빅매치 ▲긴축정책과 경제둔화 ▲가라앉는 신흥국 ▲테러와 경제 ▲잠재성장률 3% 논쟁 점화 ▲추경절벽 우려 ▲신(新) 넛크래킹에 빠진 한국경제 ▲주택 공급과잉 속 전세난 심화 ▲산업 경기의 연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시동의 마지막 골든 타임

    내년 우리 경제를 흔들 대내외 이슈들의 면면이다.

    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라는 2개의 자유무역협정이 공존하면서 교역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위안화가 2016년 국제통과기금(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됨에 따라 통화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이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등장도 주목할 부분으로 지목했다.

    우리와 손을 잡은 신흥국들은 가라앉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르는 외국인 자본 유출과 이에 따른 외환위기 발생 우려,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자재 수출국(특히 산유국)의 재정 악화 등이 신흥국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내경제 부문에서는 내외수 복합불황, 투자부진, 저출산, 고령화 등에다 내년 추경 효과도 사라지면서 연간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원은 "올해 추경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 상반기에 경제 주체 심리가 악화되고 성장률이 다시 꺾이면서 연간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 안에서 많은 예산이 배분됐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내년에는 줄어들고 정부의 소비 활성화 대책도 올해까지만 시행돼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다시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일본과 기술발전을 이룬 중국 사이에서 한국 경제가 옴짝달싹 못하는 새로운 '넛크래킹(nutcracking)' 상황이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넛크래킹' 상황은 호두 까는 기구에 끼인 호두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을 뜻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한국 경제가 중국의 가격경쟁력과 일본의 기술력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던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중국이 기술경쟁력으로 추격하고 일본은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하나 한국 경제에 호의적이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먹구름이다. "지금의 우리경제 지표는 1997년의 외환위기 상황보다 나을 바 없다"는 얘기가 많다. 2016년 기업활동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답답한 2015년, 더 답답할 2016년'이라는 것이 기업들의 통념(通念)이다. 대기업 뿐만이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현재 우리나라 산업이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 ▲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예상치. ⓒ조선닷컴 자료사진
    ▲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예상치. ⓒ조선닷컴 자료사진

     


    #. 위기의 2016년, 유일호 경제부총리에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 대내외 위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긴급사태 대비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반기 경제정책을 이끌어 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을 내정했다.

    유펜(UPenn) 출신 경제학자에게 한국의 미래를 맡긴 것이다.

    유일호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으로 지목했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진박(眞朴)'으로 꼽히는 최측근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정책적 판단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일호 내정자 앞에는 침체된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막중한 과제가 놓여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지적했듯이 '흉흉한 대내외 10각 파도'가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다.

    유일호 내정자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구조개혁을 꼽았다.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성장잠재력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유일호 내정자는 지난 21일 부총리에 지명되자마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구조개혁을 꼽았다. 당일 밤에도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 인근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계속 언급한 것도 구조개혁이었다.

    유일호 내정자가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그간 추진했던 구조개혁 작업을 이어받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유일호 내정자가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2016년에는 새로운 경제 세기(世紀)의 막이 열린다.

    유일호 내정자에게는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긴급사태 대비책)'을 구체화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제학자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유일호 내정자는 앞으로 닥칠 파고(波高)를 주기적이라 생각치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과거 경제학의 틀에 고착돼 '새로운 자본주의 현상'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위기에 맞설 자세를 두고 하는 말이다.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의 창조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 ▲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민주거복지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보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민주거복지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보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내정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앞서 유일호 내정자는 의정활동 기간 정부의 인위적인 환시 개입과 고환율 정책을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08년 강만수 전 기재부장관을 향해 면전에서 환율 정책 책임론을 제기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당시 새누리당 초선이었던 그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외부여건보다 내부의 잘못된 정책과 정부의 성장 위주 환율정책 때문이고, 시장이나 국민에게 정부가 환율에 상당한 개입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 게 사실"이라고 따졌다.

    스스로 잘 돌아가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 오히려 경제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보는 민물학파(Freshwater School)를 연상케하는 발언이다.

    대안정(Great Moderation)을 떠나 혼란이 도래한 시기에는 민물과 짠물이 합류하면서 절충적인 거시경제학(Brackish Macroeconomics)을 수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과거 생산의 요소는 크게 '토지(土地), 노동(勞動), 자본(資本)' 세 가지로 요약돼 왔다.

    하지만 '제4의 물결'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제3의 물결'에 넘어 '제4의 물결'이라 불릴만한 혁신적인 변화가 전개되고 있다.

    생산에 있어 '제4의 원소'라 불리는 '인틸렉트(Intellekt)'

    날리지(Knowledge)의 산물인 인틸렉트(Intellekt)가 현대 사회를 강타했다.

    인틸렉트(Intellekt)가 솟구치는 미국은 경기개선 조짐이 꿈틀대고 있다. 인틸렉트(Intellekt)의 표본인 페이스북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99%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그가 보유한 페이스북의 주식 가치는 현재 450억달러(52조원)에 이른다.

    '토지(土地), 노동(勞動), 자본(資本)' 3요소가 풍부한 중국을 이대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

    내수를 견고히 하고 있는 일본과의 격차도 여전히 크다.

    박정희와 박태준이 세계 수준급 반열에 올린 포항제철(POSCO)조차 불황의 여파에 휩쓸려 휘청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다음 단계로 나가려면 동력이 필요한데 사태를 해결할 열쇠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뜬구름 잡는 창조경제가 아닌 가시적인 창조경제가 필요하다.

    생존전략이다. 보다 폭넓은 고찰이 필요하다. '제4의 원소'인 인틸렉트(Intellekt)를 바탕으로 남은 2년 간 대한민국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다.

    "한국 경제는 무사히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가?"

    유일호 내정자의 가장 큰 과제이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아울러 경제의 '경(經)'자도 모르면서 반대 구호만 외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가르치는 정상화 작업도 필요하다.

    여러모로 내년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순장조'를 택한 유일호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새로운 경제학 모델의 원년이 될 2016년 정식 취임하게 되는 유일호 내정자가 경제회복을 향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