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 이준식-對국회협력 유일호, 제3기 내각 구성 사실상 마무리
  •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1일 오후 춘추관에서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등 6개 부처에 대한 개각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21일 오후 춘추관에서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등 6개 부처에 대한 개각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개각(改閣)을 단행했다.

    민생(民生)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개각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던 터였다. 

    내년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나는 인사들을 고려한 중폭 개각 인사였다. 최경환-황우여 두 부총리를 포함해 총 5명의 장관들이 전면 교체됐다.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

    ▶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준식 서울대 교수

    ▶ 행정자치부 장관: 홍윤식 전 국무조정실 1차장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형환 현 기획재정부 1차관

    ▶ 여성가족부 장관: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


    이번 개각 인사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 개혁(改革)의 사령탑을 맡게 될 두 부총리로 볼 수 있다. 하반기 국정동력 확보의 포석이다.

    교육 개혁에 이준식신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준식 전 서울대 교수는 국내 대표 공학계 석학이다. 교육계에서는 합리적이지만 원리원칙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공대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고 지난해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까지 맡았다. 청와대 내부에선 융합연구를 중시하는 공대 출신인 박근혜 대통령과 적절히 코드가 맞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 출신인 이준식 내정자는 1976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대학원에서 기계공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해부터는 공과대학 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발표하는 데 기여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경질(更迭) 논란에 휩싸인 황우여 부총리의 교체는 사실상 예고된 상황이었다.

     

  • ▲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이준식 서울대 교수. ⓒ뉴시스
    ▲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내정된 이준식 서울대 교수. ⓒ뉴시스

     

    후임 발표를 놓고 막판까지 2명이 치열하게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후보군은 3배수로 압축됐으나 좌파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의 임덕호 전 한양대 총장이 제외되면서 이준식 내정자와 권철현 전 의원이 내부에서 주로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이준식 내정자가 최종 낙점을 받게 됐다. 
     
    [교육 개혁]이 눈 앞이다. 이준식 내정자의 책임이 상당히 막중할 수밖에 없다. '북한 찬양' 일색인 기존 교과서들을 뜯어고쳐야 할 최전선에 이준식 내정자가 서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육의 정상화'를 누차 강조해왔다.

    "대한민국은 정부수립으로, 북한은 국가수립으로 서술되고 대한민국에 분단의 책임 있는 것처럼 돼 있다. 6.25 전쟁의 책임도 남북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기술되며 전후(戰後) 북한의 각종 도발은 축소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은 반(反)노동자적으로 묘사하고, 기업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해서 반(反)기업 정서를 유발하면서 학생들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되어 있다."

    "역사교과서는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나라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잘못되고 균형 잃은 역사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은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나라로 인식하게 돼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魂)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魂)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준식 내정자의 발탁 배경에는 교육 개혁을 현장 전문가를 통해 강력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삐뚤어진 역사 교육을 바로잡고 실사구시 정신을 바탕으로 집권 하반기 사회부문 행정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의장을 맡는 등 현 정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준식 내정자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 ⓒ뉴데일리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 ⓒ뉴데일리

     

    박근혜 정부 3기 경제팀을 이끌게 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자 앞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국회에 발목이 잡힌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들의 처리가 눈 앞의 과제다.

    개각 발표 이후 여의도 내에선 "유력한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잔류하고 유일호 의원이 경제팀의 깃발을 들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경제부총리엔 애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경제정책 운용을 위해선 관료 출신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관련 입법이 난항을 겪는 과정에서 대(對) 국회 관계가 더 부각되면서 이미 한 차례 청문회를 통과한 바 있는 유일호 내정자에게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반기 국정운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국회와의 관계가 정치인 출신 부총리를 낙점하는 핵심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청와대와의 소통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내정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학자 출신이다. 한국조세연구원장과 한국금융학회 이사, 한국경제학회 이사 등을 지낸 조세·재정 전문가로 꼽힌다.

    유일호 내정자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親朴)계로 꼽힌다. 올해 3월 말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했다가 11월 물러나면서 7개월 단명 장관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청와대는 "유일호 내정자는 경제 정책과 실물 경제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정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4대 개혁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기 활성화를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유일호 내정자는 개각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책을 맡아 정말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겠지만 경제 정책은 일관된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