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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결국 '마이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결딴내고 말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당내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과 불신감을 드러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금의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한다"며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으며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이대로가면 다 죽으니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히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며 문재인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3월 3일, 당시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전격 통합을 단행한 뒤로부터 1년 9개월여 만에 갈라설 수밖에 없게 된 원인은 자신의 거듭된 양보와 헌신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행태로부터 찾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나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왔다"며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음에도, 정권교체는 실패했고 정치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회한을 토로했다.
이어 "야당조차 기득권화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라며, 당대표직과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아울러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서,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아가려고 한다"라고 최후의 결단을 내린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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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이날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제1야당은 본격적인 분당(分黨)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짧은 문답에서 향후 신당 창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기자회견문 낭독 도중 "나는 이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허허벌판에 나서지만, 목표는 분명하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장 박주선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에 몸을 싣기보다는 당분간 제3지대에서 머물며 보다 큰 정계 개편을 위한 구상에 나설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주선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신당은 12월 중 통합발기인대회를 예고하고 있고,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도 이날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내년 1월말 중앙당 창당을 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에서도 당분간 연쇄 탈당이 간격을 두고 간헐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어떠한 큰 줄기의 흐름이 만들어지기보다는 각개약진이 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행보를 서두르지 않고 내년 1월말~2월초까지는 상황을 주시하며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친노·운동권·486만 남은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졸렬한 리더십 아래에서 자살골만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내년 2월이 되면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통합 정당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2월에 '원샷' 형태로 흩어져 있는 야권 신당 세력이 합쳐지면서, 안철수 전 대표도 자연스레 국민의 요구에 따라 합류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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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는 13일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뉴시스 사진DB
한편 제1야당이 분당 국면에 접어듬에 따라 문재인 대표는 정치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게 됐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지 10개월 만에 당을 파탄 지경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야당 사상 최악의 대표"라는 비판이 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 직후 안철수 전 대표를 완전히 무시한 채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등에서 독주를 일삼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이 임박한 시기에야 "새정치연합의 공동창업주"라며 달래는 척 했지만, 그간 보여준 행보는 '공동창업주'에 대한 예우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4·29 재·보궐선거 영패 직후에는 "문재인 대표가 책임지고 당의 혁신을 직접 이끌라"는 안철수 전 대표의 조언을 무시하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면피용 혁신을 진행했다.
결국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9월부터 부패 정치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등을 지속적으로 외치며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표에게 의지가 있었다면 안철수 전 대표를 돌려세울 가능성은 충분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낡은 진보 청산' 요구를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0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낡은 진보라는 건 형용모순"이라며 "새누리당 쪽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문재인 대표 측근그룹으로부터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우리 당보다는 새누리당 쪽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 때 결정적으로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밤 새정치연합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이 의원단 대표로 찾아온 자리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는 "내 제안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며 이 점을 가장 섭섭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고 분당을 피할 수 있었던 수 차례의 기회를 자기 발로 걷어차버렸다. 분열적 행태를 거듭한 끝에 분당의 최대 책임자가 된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9월, 부패 정치 척결의 방편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확정 판결로 수감된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요구했으나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싼 것을)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다"며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라는 것은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후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한명숙 전 대표에게 권유해 탈당계를 받기로 했으나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이다. 받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면 진작 받았으면 될 것을, 핀치에 몰린 뒤에 한 것은 이미 진정성과 속내를 의심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13일 새벽에야 안철수 전 대표의 상계동 자택을 찾은 것도 진정성이 없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6일 혁신전대 소집을 최후통첩한 뒤 낙향한 직후, 주위에서는 문재인 대표에게 여러 차례 안철수 전 대표를 직접 만나라는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7일 문재인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만나라"고 권유했으나 문재인 대표는 오히려 "내가 간들 만나주겠느냐"며 "주 최고가 설득해서 모셔와달라"고 부탁했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은 이 때 "'나갈테면 나가라'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상황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 막판의 막판까지 와서 상대방의 혁신전대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도 전혀 없는 채 자택을 찾은 것은 철지난 정치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분당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술책"이라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날 오전 11시 이전에라도 문재인 대표가 기자회견을 먼저 열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혁신전당대회 소집에 동의한다"는 내용을 발표해 분당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기대감이 낳은 헛소문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9월 9일 당 안팎의 사퇴 요구가 점증하던 시점, 그간 자신의 우군이었던 정세균 전 대표가 자신의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수습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선수를 쳐 그 30분 전에 '새치기'로 기자회견을 열고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취소되고, 정국은 급격하게 재신임 국면으로 전환된 바 있다.
자신의 대표직이 걸린 국면에서는 이처럼 기민한 행보를 보여주던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과 분당을 앞두고서는 굼뜨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내심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가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문재인 대표와 마지막 통화를 한 사실을 밝히며 "지금은 문재인 대표나 나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을 위해 헌신할 때이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을 살려달라고 부탁드렸지만, 결국은 설득에 실패했다"고 전한 것은, 그간 문재인 대표의 누적된 분열적 행태의 결정판인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