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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는 감독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히말라야'는 산악인들의 생사에 대해 다루며 그들의 철학에 대해 피력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고뇌와 신의라는 부분에 입각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에 중심을 뒀다. 이석훈 감독은 이번 '히말라야'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 속 인물들은 산에 오르는 이유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줄곧 대답하고 있다.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그 체험을 여러번 선택하는 의문에 대해 엄홍길은 "자기 자신을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소박하게 대답할 뿐이다. 영화 속 황정민(엄홍길 역)이 언급한 "산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자신 뿐"이라는 명대사는 이런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산-사랑-삶은 본질적으로 묘한 공통점을 보인다. 산악인들은 산을 사랑하기에 힘들어도 그 곳을 오르고 내리 듯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산이기에 내어주고 내어받는다. 힘들어도 극복하면서 서로를 위해 공유는 것이 산이자 사랑이라면 '삶'은 '산을 사랑하는 정신'과 상당히 닮아있다.
'히말라야' 속 대사처럼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머물다 가는 곳이고 인생 역시 영원한 것이 아니라 머물다 가는 것이므로 산과 삶은 한층 더 유사한 점을 드러낸다. 어쩌면 산을 오른다는 건 인생을 오르는 것이며 정상에 향하려는 건 삶의 목표에 다다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같은 표현의 다른 뜻, 산을 내려온다는 건 삶의 끝자락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이며 다시 오를 날을 기약하는 성숙의 과정이다. 오를 때는 혹독해서 오직 자기 자신만을 느끼며 내려올 때는 이완하듯 온 주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인들은 그 총합의 기억으로 산을 다시 찾는 것이며 우리는 그 원동력으로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영화 속 엄홍길 대장은 동료의 죽음에 가슴 아파했고 '16좌 등반'을 함께 오르겠다던 박무택과의 약속을 시신을 회수하기 위한 여정으로 지켜냈다. 영화 속 내용처럼 이미 죽은 자와의 약속마저 지키려고 하는 정신도 오직 사람만이 그렇다.
그러므로 '히말라야'는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숭고한 이야기'다. 이는 '히말라야'의 가장 큰 강점인 셈. 이를 통해 '히말라야'는 올 겨울 강추위에도 뜨거운 휴머니즘으로 관객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히말라야'를 접한 관객들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갖게 된다.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돌이켜보고 또 그들의 대한 믿음을 성찰해봄으로써 풍성한 삶의 향기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는 '히말라야'의 중요한 메시지이자 흥행 포인트다.
이처럼 '히말라야'는 사람의 '앎과 믿음'을 다루면서 소중한 가치와 뜨거운 감동을 확보하고 있다. 결국 이석훈 감독은 삶과 죽음, 자아와 자연의 소통을 산이라는 배경에 빗대어 말하고자 했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건 혹독한 고통에도 이를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여기에 '쌍끝 천만배우'인 황정민이 주연을 맡아 큰 힘을 보태고 있고, 감성적인 연기가 어울리는 정우의 활약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무엇보다 '히말라야'는 결국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영화 속 배우들의 열연은 더욱 빛을 발하는 바 무난한 감정이입을 가능케 하고 있다. 산-사랑-삶이 녹여진 '히말라야'가 12월 스산한 극장가에 어떤 뜨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2월 16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