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이 탈당 주저하는 마지막 변수… 당밖에 교섭단체 생길 것"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분열을 선택했다. 문재인 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했다.

    ◆"전대, 시간 부족"… 사실관계 외면한 핑계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는 "나의 (문안박 연대) 제안은 협력하자는 것인데 전당대회는 대결하자는 것이고, 나의 제안은 혁신과 단합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것인데 전대는 한 명을 선택하자는 것"이라며 "(전당대회 소집은)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고, 총선을 앞둔 사생결단과 분열의 전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폄훼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총선이 열리던 해에 한 번도 빠짐없이 1월 또는 2월에 전당대회를 치렀던 당사(黨史)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은 2000년 1·20 전당대회를 치르고 4·13 총선 준비 체제에 돌입했다. 친노(親盧)들의 흑역사인 열우당은 2004년 1·11 전당대회를 치르고 4·15 총선을 맞았다. 2008년에는 2·17 통합합동회의를 통해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을 합당하고 4·9 총선을 치렀으며, 2012년에도 민주통합당 1·15 전당대회를 통해 친노 한명숙 지도부를 성립시키고 4·11 총선을 망친 바 있다.

    '분열전대'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도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 등 일부 친노 세력의 강변이라는 지적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미리 분열이 될 것이라고 예단하고 반대하는 것은 패권주의"라며 "(설혹 전대 과정에서 다소간의 의견 대립이 발생한다 해도) 그러면 선거 때는 국론이 분열되는데 선거는 왜 하느냐"라고 일침을 가했었다.

    ◆"통합하겠다"… 사퇴가 전제인데 자기모순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는 당 외부 세력과 통합하기 위한 통합전대의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이른바 '천정배 신당'인 개혁적 국민정당 및 정의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총선 전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가능성을 일축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의 제한적인 선거 연대조차도 문재인 대표를 위시한 친노 세력들의 2선 후퇴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박았었다.

    즉, 천정배 의원은 2일 추진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야당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해체 수준의 혁명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야당을 빈사 상태에 빠뜨리고 패권주의에 몰두해 온 이른바 친노 핵심 인사들과, 그에 부화뇌동해 온 586 핵심 인물들이 모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친노의 핵심 중의 핵심은 계파 수장인 문재인 대표일 수밖에 없다. 당 외부 세력과의 통합의 최소한의 전제 조건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스스로 당대표직을 지키면서 통합을 하겠다고 하고 통합전대를 운운하는 것은 독특한 화법으로 정신적인 분열 현상까지 경험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또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의 연이은 헛발질로 반사이익을 얻고 정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마당에, 헛발질을 하고 있는 당사자인 문재인 대표의 밑으로 들어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물며 야권 통합신당 창당 추진 세력의 중심추가 박주선 의원 쪽으로 넘어간 상황에서는, 박주선 의원을 평소 꺼리고 견제하며 연대와 통합 대상에서 단호히 배제해 온 문재인 대표는 그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야권통합의 걸림돌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안박,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 호가호위 세력 말만 들었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문재인 대표의 고집불통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에 의해 이미 거부당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에 대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적인 일이 왜 안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나의 생각은 변함 없으므로 앞으로도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미련을 보였다.

    당헌·당규에도 근거가 없는 유신(維新) 체제에 가까운 '문안박 연대' 제안을 안철수 전 대표가 거부해 당내에 안도의 한숨이 만연하고, 이를 거절한 뒤 1박 2일 광주행을 한 안철수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의 따뜻한 환대와 함께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받아왔는데 문재인 대표는 문을 열어두는지 몰라도 눈과 귀는 열어둘 줄 모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적인 일"에서 '누구'는 대체 누구인가. 전해철·노영민·진성준·최재성 의원 정도가 '누구'의 전부라면 이는 서로 묻고 답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일 수밖에 없다. 이러니 안철수 전 대표의 지적대로 "문재인 대표의 주위에서 대표의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총선 체제 돌입"… 친노 독식·비노 학살 서막인가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을 천명하면서,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당내민주주의를 요구해 온 비주류 의원들의 숙청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을 준비해 나가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총선기획단·총선정책공약준비단·호남특위·인재영입위·선거대책위 등을 순차적으로 구성해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대표직에 연연하는 이유가 총선 공천권을 휘두르는 것에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문재인 대표는 친노 계파를 보호하기 위해 공천권을 행사하고, (의원들을 친노로 채워) 2017년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가 물러날 리 없다"고 예견했던 그대로다.

    총선 체제 돌입은 필연적으로 비노(非盧) 학살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표는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을 그냥 넘기지 않겠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용인해야 할 경계를 넘는 일에 대해서는 정면 대응해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고 겁박했다.

    이어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선출직평가위를 한다면 문재인 대표가 하위 20%"라고 밝혔던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에게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비주류 탈당, 일어나지 않을 일"… 분열 책임 회피 기도

    문재인 대표는 기자회견 중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 "(비주류의 탈당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비웃기도 했다. '감히 네놈들이 당을 나갈 수 있겠느냐'는 인식 하에서 단호하게 '때려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표는 분열의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는 게 겁났던 듯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했다기보다는 안 되는 방안이라고, 현실적으로 할 수가 없는 방안이라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거부와는) 좀 다르지 않느냐"고 말을 돌렸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이것은 안철수 전 대표의 혁신전대 소집 요구를 거부했다고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당, 변수 아닌 상수… 주승용·안철수·박지원, 짧은 평 남겨

    이날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바야흐로 분당(分黨)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탈당이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가 된 셈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문재인 대표의 모순으로 가득찬 기자회견을 향해 당내에서 대응하는 말이 짧아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더 이상 할 말도 없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의 앞길이 걱정"이라며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고 평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민심과 당심을 저버린 문재인 대표의 회견이 참으로 실망스럽다"며 "문재인 대표의 희생과 결단이 없는 일방적인 혁신이 당의 혼란과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지 크게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는 "거듭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여운을 남겼지만, 이날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은 분열을 선택하면서 비주류의 '중대결단'을 촉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관측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어제(2일) 예산안이 의결되면서 지역구 예산을 챙긴 의원들이 거취를 결단하는데 부담이 없어졌다"면서도 "문재인 대표가 이렇게 나오면 원래는 진작 분당됐어야 할 상황인데, 선거구 획정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어 일부 의원들이 행동하기에 주저함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 이전에라도 선도 탈당이 있을 수 있고, 선거구 획정이 결착나면 봇물 터지듯 후속 탈당이 잇따르면서 당 밖에 원내교섭단체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분열의 책임은 오롯이 문재인 대표에게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