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주민 도울 의무 있어"… 美 북한인권법 국내 최초 보도'서울대 학사' '하버드 석사' '워싱턴 특파원' 찍고 지역 살리러 돌아와
  • ▲ 새누리당 허용범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허용범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미안해요, 5분만 숨 돌리고 시작합시다."

    새누리당 허용범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51)은 숨돌릴 틈조차 부족한 듯 했다. 오전 내내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을 한 그는 늦은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나타났다. 약속 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달려온 허용범 위원장은 "5분만 숨 돌리고 시작하자"며 의자에 등을 기대 앉았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는 그 모습에 '학창시절 전교 1등' '서울대 법대' '미국 하버드대 석사'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 '국회 대변인' 등 기자가 가졌던 그의 엘리트 이미지는 절로 씻겨나갔다. 한결 친근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인터뷰할 거리가 되나, 인터뷰는 유명한 사람하고 하는건데"라며 밝은 웃음이 돌아왔다.



    ◆"좌파 정부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해 워싱턴 특파원 생활 청산"

    - 기자 활동으로 잘 나갔다. 2007년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유가 있나.

    ▶ 그 때가 워싱턴 특파원 만 3년차이자 기자 생활 18년째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데스크(편집권한자)가 될텐데 그럼 책상에만 앉아있는 회사원이 되는 것 같아 고민됐다.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

    - 당시 박근혜 대표의 공보특보였다.

    ▶ 박근혜 대표 측에서 공보 일을 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나도 기자생활도 좋지만 정치에 직접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만은 아니다. 좌파 정부가 마무리되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후보 대신 박근혜 대표 쪽으로 간 건 반듯한 성품과 안보관 등에 늘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 것도 큰 이유다.



    ◆"들어와보니 정상배가 문제…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 국회 가야"

    - 좌파 정부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어째선가.

    ▶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10년을 경험했다. 좌파 정권이 5년 더 연장되면 나는 이민 가려고 했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북한과 관련해 안보 문제에서 뭐 하나 바르게 간 게 없지 않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하로 떨어진 게 그 때였다. 당시 국민들은 돌 뿌리에 발이 차이면 그것도 노 대통령 때문이라고 할 정도였다.

    - 정치부 기자를 오래 했다. 지금은 공보특보와 국회 대변인을 거쳐 국회의원 후보를 준비 중인데, 정치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나.

    ▶ 기자일 때는 순전히 (비평하는) 관찰자였다. 관찰자는 자신의 원칙에 입각해 정의감으로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정치의 주체가 되고 싶어서 들어와보니 힘든 직업이더라.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제도다. 국회의 논의 구조와 법안처리 과정, 여야 협상시스템, 단원제의 단점들 말이다. 헌법 개정 시점을 잘 찾아 21세기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인(人)적인 문제도 있다. 국회의원들 중 다수는 훌륭한 분들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자신의 권력과 이익만 생각하는 정상배들도 있다. 몇 선(選)을 해도 전셋집에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세 살던 사람이 국회의원 한 번 하니 부자가 된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 도둑놈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번 20대 국회에는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가야 한다.

     

  • ▲ 새누리당 허용범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허용범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경춘선·경원선·중앙선·분당선 이어 교통 중심지 역할 되찾아야"

    - 지역구 얘기를 해보자. 어린 시절 동대문에서 지낸 시간이 많고, 사회 생활도 여기서 시작했다. 동대문갑에 필요한 정책을 잘 알 것 같은데.

    ▶ 지역 발전이 시급하다. 과거 동대문은 청량리역을 중심으로 동북부 발전의 핵심 축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낙후가 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시종착역을 빼앗긴 경춘선과 분당선을 청량리역까지 이어서 철도 교통의 중심지를 구현해야 한다. 전통 시장을 현대화하는 일도 절실한 과제다.

    특히 교육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교육 환경이 좋은 대치동은 인기도 좋지 않나. 동대문에는 경희대·외대·시립대가 위치해 있고 고려대가 인근에 있지만, 이 지역 졸업생들은 이곳에서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동대문이 발전해 이 지역 졸업생들과 청년들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 지역 발전은 야당 의원도 공약으로 내세울 텐데.

    ▶ 예를 들어 철도를 연결시키는 일 등 대형 프로젝트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정부의 협력 없이는 힘들다는 것이다. 지역 발전은 여당 의원이 이끌어 낼 수 있지 야당 의원은 한계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서울에서 여당이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총선을 기준으로 대통령 임기가 2년이 남는다. 20대 국회의원의 임기 4년 중 절반은 현 정부와 같이 간다는 것이다. 여당 의석수가 과반을 못 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식물 정부가 될 위험도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를 식물로 만들어서 이득 볼 국민이 어디있나. 

    또 한 가지, 1948년 제헌의회 당시 이승만 박사가 어디로 출마한 줄 아나, 동대문갑이다. 건국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으로서 자부심을 살리고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의원이 필요하다.



    ◆"철도 연결 등 대형 프로젝트, 여당 의원이 이끌어내야"

    - 유권자가 인정하는 국회의원이라면?

    ▶ 정치는 가장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직업이다.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를 위해 몸을 바치는 헌신적인 의원이 되고 싶다. 이타적이라는 말은 의원직을 돈 버는 직업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생 현장에 가보면 국회의원의 99%는 욕을 먹는다. 나도 집에 가면 한 가장이고 우리 아들은 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다는데, 내가 밖에서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않겠나. 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국민들로부터 '저 정도면 잘하네'라고 인정받는 의원이 되고 싶다.

     

  • ▲ 새누리당 허용범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허용범 동대문 갑 당협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북한인권법, 국내 언론 중 내가 최초 보도"

    - 지역 발전에 관심이 많으니, 선출된다면 가고 싶은 상임위원회는 기획재정위나 국토교통위일 것 같다.

    ▶ 꼭 하나를 먼저 꼽으라면 외교통일위원회로 가고 싶다. 통일 운동을 하고 싶어서다.

    - 통일 운동?

    ▶ 북한인권법에 관심이 많다. 북한 인권은 내가 2004년 워싱턴 특파원 때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졌는데, 국내 언론 중에 그걸 처음으로 보도한 사람이 나다.

    미 의회 관계자가 나에게 '북한인권법이 표결에 부쳐지는 걸 아느냐'며 설명해주더라. 처음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 이후로 대부분의 칼럼을 북한인권법에 대해 쓸 정도로 공부를 많이 했다.



    ◆"인류 공통의 보편적 가치 위해서라도 북한인권법은 필요"

    - 얼마 전 출판한 '동대문 청년의 길' 책에도 북한 인권과 북핵에 대한 내용이 있더라. 이 두 가지는 전 세계가 달려들어도 해결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 우리는 같은 동포고 민족이다. 이웃이 아프다고 하면 선의의 부조를 하고 도와주지 않나. 북한에서 수십만 명이 배고픔과 압제를 못 이기고 탈출하는데,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한국이 뭘 하겠다는 건가.

    노숙자나 독거노인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고통 역시 남의 일이 아니다. 북한인권법에 관심이 없어보이는 국회의원도 있던데, 그렇게 남들 도와주기 좋아하는 분들이 한민족이라고는 떠들면서 왜 북한 인권에는 입을 다무는지 모르겠다.

    자유·평등·박애·민주 같이 인류 공통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서도 북한인권법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북한 주민들이 압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다.

    북핵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어머니가 칼을 들면 반찬을 만들어주는 칼이고 정육점 사장이 들면 고기를 써는 칼이고 의사가 들면 생명을 살리지만, 깡패가 들면 흉기다. 모든 국가가 다 선한 국가는 아니어서 누군가는 세계 질서 유지를 해야 하는데, 그게 역사적으로는 핵 보유국들이다. 이런 개념으로 현재의 핵 보유국 외에는 더 이상 핵을 갖지 말자는 게 유엔의 결의다. 그걸 위반한 게 북한이고.

    총을 가진 깡패는 자신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남을 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보적 차원에서도 북한이 핵을 가진 이상 통일은 어렵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는 선한 집단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설득만이 아니라 끊임없이 압박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해상 봉쇄 등 강경한 정책도 고려해야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 공학 모른다, 진실되게 다가갈 뿐"이라며 자리 털고 일어나

    허용범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수첩을 보여주며 "내 일정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다. 과연 하루 종일 지역구를 내내 돌아다니는 일정으로 점철돼 있었다. 돌아다니다 지치면 회의감이 들 법도 한데, 잘 나가던 그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일까.

    "어려운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뽑아주는 이유는 우리의 고통스런 삶을 낫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문을 뗀 허용범 위원장은 "한 표 한 표가 눈물 젖은 한 표인데, 헌신적으로 몸바쳐 일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2000여 표 차이로 패배한 허용범 위원장은 "이번에도 내가 될지 안 될지는 나도 모른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그렇게 (헌신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나도 집에 가면 한 가정의 가장이고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다는데, '도둑놈' 소리 들어서야 되겠느냐"며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다보면, 존경한다는 말까지는 아니어도 '저 정도면 됐다, 좀 잘하네' 정도의 말은 들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빙긋 웃었다.

    총선 전략에 대해서 "정치공학은 관심 없다, 순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진실되게 다가가는 게 최고"라고 손사래를 친 허용범 위원장은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주민들을 만나러 간다"며 또 어딘가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