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노조 "돌쇠형 조폭스타일의 강동순·고대영, 2파전 양상 전망"

  • 지난 19일 국가기간방송사인 KBS에서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경찰 조사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평소 복수노조와 관련해 자주 의견 다툼을 벌여왔던 두 사람이 '근무 평가 결과'를 놓고 말싸움을 벌이다 이같은 참사가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KBS노조(1,2노조) 측은 "노조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노노갈등'에 '하극상'까지 결합된 대단히 수치스러운 사건"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한 방송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조직기강이 이렇게 해이해 진 것은 KBS 창사 이래 처음인 것 같다"며 "같은 회사 직원이면서도 다른 정파나 소속의 이익을 내세우는 고질적인 병폐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KBS는 교섭대표 노동조합인 ▲1노조(KBS노동조합)와 ▲민주노총 계열인 제2노조 ▲간부(보직이 없는 1급)들이 주로 포함된 3노조(KBS공영노조) 외에도, ▲KBS PD협회 ▲경영협회 ▲기자협회 ▲방송기술인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여러 직능협회들이 존재하고 있어, 임금이나 인사 문제, 편집 방향 등을 놓고 경영진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KBS 내 이익단체들이 경영진이나 이사회와 대립각을 벌이는 모습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조대현 사장 체제'에 들어서 이같은 노노간의 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화됐다는 따가운 지적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같은 직장 내에서 파벌이 다른 상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소송을 거는 등, 기강이 해이해진 모습이 잦아진 이유는 '리더십의 부재' 탓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누구 때문에 사장 된 줄 알아?"

    지난 5일 KBS 국정감사에선 야당 측 국회의원들이 조대현 사장에게 "야당 표 덕분에 사장 된 줄은 아느냐"고 되묻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유승희 의원과 최민희 의원은 청와대가 아닌, 야당에서 밀어 그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을 상시시키며 조대현 사장에게 '확실한 노선'을 걸을 것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 어느 이사가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졌는지는, 절대로 외부에 공개해선 안되는 '대외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측 위원들이 공개석상에서 '거리낌 없이' 표결 상황을 거론했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내역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나 공영방송 사장이 우습게 보였으면 국감 현장에서 "야당 4표, 여당 2표로 선임된 사실은 아느냐"는 조롱 섞인 질문을 던졌을까? 역설적으로 이같은 모욕적인 질문은 조대현 사장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방증인 동시에, '야당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마지막 경고를 의미했다.

    '언론노조' 눈치보며 인사 단행?

    조대현 사장은 지난해 10월 길환영 전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던 인물과 좌파 성향의 인물들을 '중용'하는 인사를 단행, 일종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미디어워치> 보도에 따르면 당시 광복70년방송기획단장 등에 중용된 인물들은 KBS언론노조 측과 함께 조대현 사장의 '첫 인사'에 적극 개입했던 인물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박한명 미디어평론가는 "문창극 왜곡 보도 사태를 일으킨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언론노조 측 핵심 인사들을 팀장으로 기용한데 이어, 또 다시 언론노조의 눈치를 본 인사를 단행한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임원 인사로 사실상 언론노조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그래도 언론노조원들의 압박과 보이지 않는 감시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간부 자리에 언론노조의 지지를 받는 간부 숫자를 더욱 늘렸습니다. 잘못 꿰인 첫 단추를 바로잡기는커녕 공영방송 개혁과는 정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어정쩡한 스탠스'로 여야 모두 비판

    사장에게 주어진 책무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사'를, 특정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며 단행하는 인물이 제대로 된 사장 역할을 할 리 만무하다.

    조대현 사장이 선임된 이후 KBS에선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편향적인 보도와, ▲다큐멘터리 <광복 70주년 특집 - 뿌리깊은 미래>를 통한 역사왜곡, ▲그리고 <뉴스9>의 '이승만 정부의 망명정부 추진 왜곡 및 조작 보도' 등 공영방송의 설립 취지와는 동떨어진, 특정 세력의 입장을 두둔하거나 대변하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러나 조대현 사장은 '뿌리깊은 미래'를 2회 만에 종영하고,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에 대한 반론 보도를 즉각 내보내는 등, 야당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갈짓자 행보'를 걷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어정쩡한 스탠스'로 인해 조대현 사장은 그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 받지 못하는 '사면초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직원 중 82.4%, 조대현 연임 반대


    정치권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도 반감을 갖기는 마찬가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언론노조 KBS본부가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해 실시한 조대현 사장에 대한 신임 투표 결과, '불신임'에 표를 던진 사람이 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1,09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82.4%에 해당하는 사원들이 "조대현 사장을 신임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현 경영진에 대한 내부 불만은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둔 요즈음 '한계'에 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제2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23일 노보 특보를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KBS는 국영방송으로의 전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부적격 후보가 KBS에 발을 들이는 순간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는 최후 통첩을 날렸다.

    이는 조대현 사장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우군을 차기 사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나 나름 없었다. 

    야당도 "수신료 인상 거부" 꽹과리


    노조의 행보와 발맞춰 야당에서도 꽹과리를 울렸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이 국회 미방위 회의에서 "KBS 사장 선임 절차가 여권 추천 이사들만의 일방적 후보 선임이 이뤄지고 있다"며 "청와대와 여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논의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은 것.

    'KBS 사장 후보자 선임 문제'를 놓고 노조와 야권이 동시에 '총파업'과 '수신료 인상 거부'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1일 KBS이사회가 ▲강동순(70) 전 KBS 감사 ▲고대영(60) KBS 비즈니스 사장 ▲이몽룡(66) 전 KBS부산방송총국장 ▲조대현(62) 현 KBS 사장 ▲홍성규(67)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등 5명을 '최종 면접 대상자'로 선정하자, 야권에선 "탐욕과 아집으로 점철된 인사들이 후보자 리스트에 올랐다"며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발이 거세다는 건, 그만큼 야권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 후보군에 포진돼 있다는 뜻. 이에 따라 우파 진영에선, 역설적으로 야권이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인물일수록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동순, 고대영이 가장 꺼림직?


    제2노조는 지난 23일자 특보에서 "돌쇠형 조폭스타일의 강동순, 고대영이 2파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며 두 사람이 현재 가장 유력한 '개혁론자' 후보들임을 시인했다.

    특히 제2노조는 "강동순 전 KBS 감사의 미션은, KBS를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리는 것"이라며 "교활한 탐욕과 삐뚤어진 아집에 극우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없은 인사"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나아가 "강동순 전 KBS 감사는 청와대 오더를 충실히 수행할 청부 사장이자, 공영방송의 몰락이고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비난까지 서슴치 않았다.

    제2노조는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제2노조는 "'선데이 서울'에나 나올 법한 좌충우돌로 유명한 그가 청와대 낙점을 받기 위해 바치는 조공은 보도본부"라며 "고대영이 KBS 사장이 된다면 KBS는 '청와대 방송'이 돼 반역사적 박근혜 정권의 영구 집권에 크게 공헌(?)할 것이고 후세는 KBS 구성원 모두를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언론노조의 그림자' 벗겨낼 수 있는 적임자

    그렇다면 두 후보가 실제로 KBS 사장직에 적합하지 않은, 탐욕스럽고 아집으로 점철된 인물들일까?

    실상은 정반대다. KBS 감사와 제3기 방송위원회 위원을 지낸 강동순 후보는 우파단체가 벌이는 각종 토론회와 집회에 얼굴을 내밀며 직접 전선(戰線)에 참여하고 있는 '현역 운동가'다. 5명의 후보 중에서도 가장 보수우파의 색깔이 강해 '언론노조의 그림자'를 벗겨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고대영 후보도 만만치 않다. KBS 보도본부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노조 야합형 인사가 아닌 정면 돌파형으로 알려진 인물. 이를 두고 <미디어워치>는 "본부노조로부터 최악의 평가를 받은 고대영 후보는 반대로 KBS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준비된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흐뜨러진 KBS의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노조의 '입김'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올바른 방송 보도를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KBS 이사회는 26일 최종 후보자 5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표결을 거쳐 1명의 차기 사장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과연 노영방송 KBS를 국민에게 돌려 줄 개혁적 인사가 차기 사장직에 오를 수 있을지 KBS 이사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