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교과서 국정화 반발 전면투쟁 카드 만지작..상임위 보이콧-예산일정 차질 불가피
  •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이 있다. 길거리투쟁 습관을 여태 버리지 못한 야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동안 툭하면 국회를 버리고 길바닥으로 내앉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계기로 전면 장외투쟁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친노(親盧·친노무현)세력 강경파 의원들은 19일 의원총회 비공개 회의에서 상임위 보이콧 등의 강경투쟁 실시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부터 돌입하는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를 보이콧하는 강경론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 반(半) 장외투쟁을 벌이며 여론의 추이를 살피던 야당이 이제 전면 장외투쟁과 본격적인 상임위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지를 고민하면서, 길거리운동가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역사 왜곡 교과서 반대' 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오영식 추미애 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가세했다.

    그동안 야당은 걸핏하면 길거리로 뛰쳐나가 강경투쟁을 벌여왔고, 이런 장외투쟁이 국민적 지지는커녕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는 점에서 야당의 학습효과가 형편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 지난 2013년 8월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광장에서 대선불복 길바닥 선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정상윤 기자
    ▲ 지난 2013년 8월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광장에서 대선불복 길바닥 선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전면 장외투쟁, 촛불집회-단식 등의 구시적 투쟁 방식을 사용해 왔다.

    민주당 시절인 지난 2013년 여름 한 달 가까이 장외투쟁을 벌이며 수시로 길바닥으로 내앉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 명분을 빙자해 대선불복 떼촛불 선동 집회를 벌인 것이다. 청계천광장과 서울시청 광장 등지에서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무려 일곱 차례나 펼치며 '박근혜 대통령 사과-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을 외쳐댔다. 

    길거리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상 종북 시민사회 단체와 대선불복 운동을 벌인 것으로 해석돼 제1야당이 국회를 버리고 길거리 운동가로 전락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 ▲ 지난 2013년 8월 민주당 의원들이 서울광장에서 대선불복 길바닥 선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정상윤 기자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감사 기간에 서울광장에서 또다시 대선 불복 운동을 전개해 국회를버렸다는 논란도 야기했다.

    야당은 2013년 10월~11월까지 '국가기관 총체적 대선개입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대회'를 갖고 온갖 정치선동 및 대선 불복 발언을 쏟아냈다. 한 달여 만에 장외투쟁 집회를 또 개최한 것이다.

    당시 집회에서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을 제기하며 '민주주의 위기' 타령을 반복했다. 국정감사를 대선 패배의 한풀이용으로 이용해 푸닥거리 국정감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야당은 지난해 2월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 의혹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떼거지로 광화문광장으로 몰려가 장외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정원 개혁을 빌미로 장기간 국회를 버린지 3개월 만에 또다시 길거리로 뛰쳐나간 것이다.

    당시 전병헌 원내대표는 장외투쟁에 올인하려는 듯 의원들에게 "당원들은 장외투쟁에 모두 참석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 ▲ 지난해 7월 27일 국회일정을 중단하고 강경투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떼시위를 벌이고 있다.ⓒ정재훈 기자
    ▲ 지난해 7월 27일 국회일정을 중단하고 강경투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떼시위를 벌이고 있다.ⓒ정재훈 기자

    또 지난해 7월에는 박영선 원내대표를 포함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줄곧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집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팅 시위를 벌였다. 피켓 시위에는 박영선, 박지원, 정세균, 김영록, 박범계, 김우남, 이윤석, 유인태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6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오히려 갈등 유발 조장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 ▲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의 의원들이 지난해 8월 26일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에 서명해 당내 의원들에게 배포했다.ⓒ국회 관계자
    ▲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의 의원들이 지난해 8월 26일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연판장에 서명해 당내 의원들에게 배포했다.ⓒ국회 관계자

    이에 비주로 중도 합리파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강경투쟁에 회의감을 느끼며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그동안 정치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장외투쟁이나 단식투쟁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문 대표는 지지율 폭락이 이어지던 지난해 8월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던 김영오씨를 살려야 한다며 옆자리에서 10일 동안 동조 단식을 벌인 바 있다.

    당내에서는 중도합리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생을 외면한 채 국회를 버리고 장외에서 농성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쇄도했지만, 그는 길거리투쟁의 방식을 고수했다.  
  • ▲ 지난해 8월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문재인 의원이 혼자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해 8월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문재인 의원이 혼자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당시 문재인 대표는 "저는 김영오 씨의 생명이 걱정돼 단식을 말리려고 단식을 시작했다"고 주장했지만,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떼단식' 확산과 사회분열 조장도 불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문재인 대표는 4.29재보궐선거 당일인 지난 4월 29일 오전 느닷없이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을 찾았다. 선거 전패 전운이 감돌자 '세월호' 문제로 유권자의 관심을 환기시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정권 심판론'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지층을 막판까지 결집시켜 한 석의 선거지역이라도 건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세월호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정치행보와 구시대적 투쟁 수단은 이제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왜 몰랐던 것일까.


    문재인 대표는 그날 저녁 선거지역 '4곳 중 전패'라는 참혹한 결과를 맞았다. '정권 심판'을 목 놓아 불러봤지만, 되돌아 온 것은 야당에 대한 냉정한 '국민 심판'이었던 셈이다.

  • ▲ 지난해 8월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하는 문재인 의원이 혼자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장외투쟁과 서명운동을 벌이며 국정 교과서 저지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 심의를 역사교과서와 연계하기로 결정했다. 여론 악화를 의식해 다른 상임위는 일단 가동키로 했지만 곳곳에서 어깃장을 놓으며 보이콧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산 심사를 위한 국회 상임위 일정을 파행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살림살이를 결정할 내년도 국회 예산안 심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일정을 파행시키면서까지 장외투쟁 등의 
구시대적 발상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냉혹한 국민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