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건 以上의 노동개혁

    평양의 붕괴를 빼버린 채 외치는 改革은


  • 허망한 구호로 시작해 허무한 푸념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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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리버티헤럴드 대표
      
     

    1.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21일까지 임금협상 타결되지 않으면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투쟁단 파견키로.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64) 압박 의도’
      
    대기업 노조의 릴레이 파업이 시작됐다.
    현대중공업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造船) 업종 노조연대 공동파업이 시작됐다.
    금호타이어 노조 전면파업에 맞서 주초부터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체조합원 투표로 파업을 결의했다.
    임단협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4년 연속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조선·자동차 업계는 세계 경기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26% 줄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올해 2분기(4~6월)에도 1710억 원
    적자를 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협에서 임금 12만7,560원 인상 등을 요구했다. 현대중공업 직원 평균연봉은 7,527만 원으로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높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파업을 준비하면서 파업 참가자에게 현금(現金)과 상품권(商品券) 등 인센티브를 주는 이른바 ‘상품권 파업’ 방안을 마련했다. 파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순환파업’ 방식도 첫 도입했다. 10∼16일 13개 사업부(지단별)를 4개 그룹으로 나눠 모두 4차례 돌아가며 파업한다. 교대로 파업하면서 긴장국면을 끌고 간다는 의도다. 14일에는 ‘집행부 상경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2.
    ‘취리히 파업’‘상품권 파업’‘순환파업’‘상경투쟁’ 등 과격한 투쟁은 회사의 경쟁력·이미지 실추, 지역경제 위축은 물론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강성노조의 노사공멸 행보가 근로자 모두를 힘들게 한다”며 “강성노조는 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몇몇 언론은 <강성노조의 기존 투쟁 방식으로는 사회적 고립 외엔 얻을 게 없다(세계일보 사설)>고 비판한다. 그러나 강성노조가 사회적 고립에 내몰려 노동개혁이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크고, 이를 풀어낼 정권의 의지는 약한 탓이다.
     
    예컨대 양대(兩大)노총 중 하나인 민노총은 금속노조를 비롯해 전교조, 언론노조, 공무원노조 등 16개 조직이 가맹한 정치적 공룡에 가깝다. 조합원은 69만 명에 달한다. 정부·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연승을 거두고 노동개혁 의지를 버리지 않으면, 강성노조는 일부분 위축될 것이다.
    그러나 전원 대졸자로 구성돼, 투쟁의 브레인 역할을 담당해 온 전교조, 언론노조의 이념적(理念的) 편향이 계속되고, 순진한 노동자 뒤에서 아직도 혁명(革命)과 변혁(變革)의 철지난 구호를 외치는 NL운동가들의 사상(思想)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개혁은 요원한 일이다.
     
    세력화된 이념(理念)과 사상(思想)은 일부의 비난과 지탄을 받는다고 바뀌지 않는다.
    북한과 공조해 자주적-민주적 통일을 하자는 이들은 더욱 그렇다.
    대한민국 노조의 이해할 수 없는 과격성·전투성·호전성 뒤에 숨은 北과의 소울 타이(soul tie)를 끊지 않는 한 한국민은 빗발치는 쇠파이프 사이에서 곪아갈 국가적 쇠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선을 넘는 모든 시위·집회, 혼란·혼돈의 병풍 뒤에 있는 이데올로기적 대안(代案), 평양 수령독재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한 한국의 노동개혁은 슬로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 노동자 집단을 결박한 ‘흉악의 결박’인 주체정권·우상체제가 무너져야, 그들 또한 자유케
    되는 셈이다.
     
    남한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모든 문제의 해법은 결국 평양의 붕괴에 있다.
    평양의 붕괴를 빼버린 채 외치는 이른바 개혁(改革)은 허망한 구호로 시작해 허무한 푸념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