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심정" 집권 후반기 국정 구상 대국민 담화, 노동개혁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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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집권 후반기 국정 구상의 화두는 바로 경제(經濟)와 개혁(改革)이었다.

    '간곡한 부탁', '후손의 미래', '절박한 심정' 등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리며 연신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호소한 박근혜 대통령이다. 24분에 걸쳐 진행된 담화에서 '경제'는 37차례, '개혁'은 33차례나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3~4년이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지만, 우리 미래를 책임질 성장엔진이 둔화돼 저성장의 흐름이 고착화되고 있고 경제의 고용창출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며 담화를 시작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이 향후 경제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방만한 공공부문과 경직된 노동시장, 비효율적인 교육시스템과 금융 보신주의 등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주역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개혁의 길은 국민 여러분에게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지만 후손들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인 만큼,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으로 경제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부문 개혁을 힘껏 지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화의 대부분은 노동·공공·금융·교육 4대 부문에 대한 개혁의 당위성과 효과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채웠다. 새로운 정책이나 비전을 발표하기보다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개혁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정적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읽힌다.

    이날 담화는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해온 '4대 개혁' 논의의 완성본이라 할 수 있었다.


    1. 노동개혁: 대승적 결단 촉구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한 노사(勞·使)의 대승적 결단도 촉구했다.

    핵심은 청년 일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서 지지해 주신다면 역대 정부에서 해내지 못한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고령시대를 앞두고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미래에 큰 문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기득권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을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일자리를 더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학벌(學閥)이 아닌 능력과 성과에 따라 채용과 임금을 결정하는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채용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민간부문의 양보만 요구하고 정작 공공기관은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올해 안으로 전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고 공무원 임금체계도 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동시장 개혁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사 갈등에 대해서는 "양측이 사회적 책임의식을 갖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단돼 있는 노사정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고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서 국민이 기대하는 대타협을 도출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실업급여를 현재 평균임금 50%에서 60%로 올리고, 실업급여 지급기간도 현행(90~240일)보다 30일 늘릴 것이란 방안도 소개했다.


    2. 공공개혁: 모든 개혁의 출발

    박근혜 대통령은 "공공개혁은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다른 부문의 변화를 선도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피력했다.

    공공부문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선 "공공부문은 우리 경제사회의 기본 인프라이자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만한 경영과 낮은 생산성으로 비효율을 초래해 왔다"고 지적했다.

    개혁 방안을 설명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기관 부채 감축을 언급했다. "공무원들의 이해와 양보를 바탕으로 매일 80억원씩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던 공무원연금을 개혁해 향후 70년간 497조원의 국민세금을 절감하도록 했다.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을 개선해서 작년에는 공공부문 전체 수지가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공공개혁의 첫 단추를 꿰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1단계 개혁성과를 토대로 향후 공공기관의 중복·과잉 기능을 핵심 업무 중심으로 통폐합, 국민에게 최상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봉사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다.

    또한 국가보조금의 부처 간 유사·중복사업을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부정수급 등의 재정누수를 제도적으로 차단해 매년 1조원 이상의 국민의 혈세를 아끼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재정정보의 투명한 공개도 혈세 낭비를 막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가재정 관련 각종 통계와 재정운용 실태를 국민들이 한눈에 살펴보고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최근 '열린 재정'이라는 포털을 구축했는데,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 포털을 통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지켜보시면서 예산 낭비를 바로잡는 예산 지킴이가 돼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3. 교육개혁: 창의적 인재 육성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에서 "초중고 시험에서 선행 출제를 하는 관행을 끊고 수능 난이도를 안정화해서 공교육 정상화의 토대를 쌓겠다"고 약속했다.

    현 정부의 핵심기조인 창조경제와 맞닿아 있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키 위한 발판을 놓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초중고 학생들은 과도한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리고 있고 대학생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과중한 교육비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 뒤, 교육개혁 목표로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구현,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추진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유학기제 전면 확대, 공교육 정상화, 교육재정개혁, 일·학습병행제, 선(先)취업 후(後)진학, 사회수요맞춤형 인력양성 등 6개 개혁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학벌(學閥)이 아닌 능력을 우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해 개발한 797개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보급을 대폭 확대하고, 대학도 사회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사회수요를 반영한 학과와 교육과정의 확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교육개혁의 성패는 정책이 구현되는 교육현장에 달려있는 만큼, 현장에서 개혁을 이끌어갈 각 급 학교, 교원, 학부모 여러분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4. 금융개혁: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경제의 혈맥(血脈) 역할을 하는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금융개혁과 관련해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진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80위권의 금융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는 우리 금융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혁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혁명이 세계금융질서 판도를 바꾸고 있는데 그 흐름을 놓치고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 금융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금융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담보나 보증과 같은 낡은 보신주의(保身主義) 관행과 현실에 안주한 금융회사의 영업 행태부터 바꿔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금융개혁이 이루어지면 창업, 성장단계를 거쳐 상장에 이르는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자본의 공급과 회수가 선순환으로 이뤄지게 되고 이러한 자본시장 생태계는 벤처 창업기업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금융개혁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 인터넷 전문은행 같은 새로운 금융모델이 속도감 있게 도입되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 창업의 기운이 우수한 일자리를 창출하므로서 우리는 핀테크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4대 구조개혁을 기반으로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관광, 콘텐츠, 금융, 교육 같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에 더욱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한다"고 했다. 문화·예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 분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국회에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은 서비스산업선진화 위원회를 만들어 서비스산업에 대해 규제 완화 등 각종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그동안 '의료민영화'를 주장하며 법안에서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할 것을 요구해왔다. 야당의 발목잡기 탓에 법안이 발의된지 3년 넘도록 국회에서 한 차례도 심사되지 못했다. 

    '관광진흥법'(학교 앞 호텔법)은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의 경우 학교위생정화구역 내에 건립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서도 야당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허용해주는 재벌특혜법"이라며 발목잡기식 반대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