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를 환영하며!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北 인권탄압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성만(코나스)     


  •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의 현장 거점이 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오늘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유엔의 인권분야 수장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공식 방한해 개소식을 주최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23일 입국한 자이드 최고대표는 25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의화 국회의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홍용표 통일부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 약 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서울사무소의 역할은 무엇보다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을 위한 기구다. 사무소의 이런 역할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1년간의 조사활동을 정리해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근거한다.

    위원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반(反)인도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며 책임 추궁 등의 후속조치를 위한 조직 설치를 제안했다.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러한 권고사항이 담긴 대북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COI 권고가 인권이사회 차원의 법적 의무가 됐고, 우리 정부는 사무소의 서울 설치를 위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과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 결과 지난 5월 대한민국 정부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현장기반조직의 대한민국 내 운영에 관한 교환각서’를 체결하고 사무소 설치를 위한 1차적인 법적 준비를 완료했다.

    교환각서는 사무소의 역할을 북한 인권상황 관찰 및 기록 강화, 책임규명 보장, 유관국 정부·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지속적인 홍보 등으로 규정했다.

    각서에는 또 정부 당국이 ‘조직 공관의 안전 및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 ‘사무소가 주관하는 회의, 세미나, 교육과정, 심포지엄, 워크숍 참가자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할 것’ 등의 운영 조건도 포함됐다.


  • ▲ (연합뉴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5.6.23
    ▲ (연합뉴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5.6.23

     

    즉 사무소는 국제적인 이슈가 된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최전선’인 남한에서 조사, 홍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한 현장조직인 것이다. 나아가 유엔 산하의 조직인 만큼 사무소가 국내 북한인권 단체들과 국제 사회의 연결고리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무소가 설치되기도 전부터 여러 차례 ‘위협’과 ‘비난’을 퍼부어 왔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9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유엔 북인권사무소가 서울에 끝끝내 설치된다면 공공연한 대결 선포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고 위협했다.

    조평통은 “서울에 ‘북인권사무소’ 문패가 달리는 순간부터 박근혜 일당은 용서를 모르는 우리의 백두산 총대의 첫 번째 타격 대상이 되어 가장 비참한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며 험악한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은 “사회주의 제도 아래서 인민들은 모든 권리를 누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지적을 일종의 ‘내정 간섭’으로 여기며 불쾌해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북한은 지난 19일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를 이유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광주U대회) 불참을 통보해왔다. 북한은 광주U대회 조직위에 보낸 이메일에서 “남측 정부가 대북 군사적 대결을 추구하고 있으며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의 서울 개설을 발표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들먹여 남북관계를 극단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인권은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의 문제로 사무소의 설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임병철 통일부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 설치에 대해 비난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유엔과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국가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 명의의 환영 성명을 통해 “이번 사무소 설치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전 세계 시민의 관심과 우려를 한국 사회에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향후 사무소 활동을 통해 국내·외 북한인권 개선 노력이 결집해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명은 “우리 정부 역시 같은 민족의 인권 개선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사무소의 활동에 대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것이 남아있다. 바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상·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도 2006년 북한인권법을 공포했다. 유엔은 2005년부터 매년 대북 인권결의안(人權決議案)을 채택하고 있다. 결의안에는 ‘북한의 공개처형, 고문,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대우, 연좌제(집단) 처벌, 정치범 수용소, 인신매매 등 여성의 인권 침해, 아동과 노인의 영양실조와 보건문제 등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비판하고 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 국회는 미국, EU 및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에 자극을 받아 2005년에 최초로 북한인권법(안)을 발의(김문수, 황진하 의원)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북한인권법(안)은 수차례 제출되었다 폐기되기를 반복하면서 현재는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가 명시하고 있듯이 북한 지역은 분명 대한민국의 영토다. 그리고 1996년 대법원 판례와 2000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확인하듯 북한 주민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인 북한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래의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를 환영하면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기대한다. (Konas)

    김성만 /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