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새누리 의원들 "비판은 않고 칭찬만 하다니, 아부로 해석될 수도.."
  •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뉴데일리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뉴데일리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구을)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공, 정부는 실패"라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거세지고 있음에도 김 의원이 나홀로 박 시장 칭찬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김 의원이 박 시장의 잘못은 간과한 채 정부 비판에만 집중했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대처에 있어 초기에 잘한 측면도 있겠지만, 과잉대응 논란과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등의 각종 논란이 더 크게 야기돼고 있다"면서 "그런데 김 의원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런 발언이 '새누리당은 무능한 정당'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
    김용태 의원이 일방적으로 박 시장을 칭찬만 하다보니 자칫 보수계층에서는 (박 시장에 대한) 아부로 보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태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
    박원순 시장의 문제 제기로 대한민국 전체, 특히 지자체가 포함돼 혼연일체의 대응체계가 조성된 점 때문에 박 시장이 칭찬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소조치가 문제지, 과잉조치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원순 시장은 잘했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일치된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에서 박원순 시장은 성공했고 정부는 실패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재선인 김 의원이 메르스가 발생한 자신의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해 표를 의식한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새누리당에선 박 시장이 메르스 흑색선전으로 국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
    이 쏟아진 날이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시장의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무슨 난리가 난 것도 아닌데 한밤에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허위 과장된 사실로 국민 공포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도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태경 의원은 "정부의 무능과 초동 대응 실패, 늑장대응 등을 빌미로 박 시장이 선거도 아닌데 흑색선전을 일삼고 심지어 계급 갈등까지 조장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박인숙 의원도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전원을 조사하기로 한 것에 대해 "보건소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수조사는 누가 하느냐"며 "정치놀음도 분수가 있는데 기가 막힌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김용태 의원의 발언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태경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박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김 의원이 이
    부분적인 상황만을 두고 판단한 오류를 범한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박 시장의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 등의 논란이 많은데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한 발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어 "메르스 사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같이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냐. 박 시장은 정부를 향해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죽이고 자기만 살려는 게임을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그런 점에서 김 의원의 발언은
     종합적인 평가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도 "김용태 의원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발언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아마도원론적인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 시장이 분위기를 바꾸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시각에서만 얘기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 의원은 다만 "그러나 분위기를 바꿀 때도 중앙정부와 조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플레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
    격리방법 등에 대한 의사를 중앙정부와 사전에 협의를 해서 존중해서 결정해야지 시장이 일방적으로 야밤에, '아닌 밤중에 봉창 두드리는 격'으로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못한데,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어야 했다"고 김 의원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김용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박 시장 칭찬 발언과 관련, "메르스는 
    과잉대처가 문제가 아니라 과소대처가 문제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문제제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그나마 굴러가고 있다"고 거듭 박 시장을 칭찬했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 지역구에 있는 메디힐병원이 격리됐고, 메르스 확진 판정받은 건강한 사람이 사망했다"며 "사람이 죽어가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해 양천구가 안정돼 나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는 새누리당의 시각이 아니라 국민의 시각에서 사실관계만을 두고 얘기한 것이다.
     메르스를 두고 떠드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보면 정작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메르스 대책을 위해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 모두가 힘을 쏟고 있는데 
    그런 궤변을 할 수 있나"라고 격노하며, "박 시장을 비판한 당 의원들은 국민적 시각이 아니라 편향된 시각으로 말했다는 주장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원래 나름대로의 개성이 강한 면이 있다.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독특한 발언을 자주 한다"며 "그런데 그런 발언도 일반 정서에 어느 정도 맞는 말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전혀 공감이 안 가는 발언이니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작금의 야당 행태는 문제가 상당하는 것이 국민적 여론 아니냐"면서 "야당 소속 박 시장의 메르스 대책을 두고서도 비판하는 언론이 많다. 그런데 김용태 의원은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한 게 아니라 오로지 박 시장에 대한 칭찬만 쏟아냈다"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을 계기로, 그동안 박 시장을 대하는 김 의원의 애매한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이 올해 초 이른바 '박원순 저격특위'를 출범하면서 김용태 의원을 간사에 임명하려고 했으나 김 의원이 극구 거부했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서울시당 재선인 김용태 의원에게 간사를 맡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김 의원은 애매한 태도를 취하더니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맡아 바쁘다는 이유로 끝내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잘못된 행태가 많기 때문에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하는데, 왜 김 의원이 박 시장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