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선은 ‘청순가련 첫사랑’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는 ‘앵그리맘’속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의 ‘조강자’와 너무나 자연스럽게 닮아있었다. 

    김희선은 최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 연출 최병길)에서 조강자 역을 맡아 억척스러운 아줌마이자 가족에게 헌신적인 엄마의 두 모습을 연기했다. 극 초반 부스스한 파마머리에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는 ‘조강자’가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김희선 이기에’가능하지 않았을까.

    90년대 청춘스타로 데뷔해 청순 발랄한 이미지로 시대를 풍미했던 김희선이 첫 ‘엄마’역할을 연기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최병길 감독님과 대화부터 개그 코드까지 너무 잘 통해요. 특히 감독님의 작품은 주관이 뚜렷해서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앵그리맘’의 ‘조강자’콘셉트를 이야기해주시는데 왠지 나를 맡겨도 될 것 같은 믿음이 강하게 다가왔어요. 마음이 놓였죠.”


  •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나타내는 듯 출연진들과 함께 찍은 ‘셀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또 배우들 간에 우애도 돈독했고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 촬영이었어요. 밤을 새며 촬영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모두들 의기투합했죠. 힘든 촬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나면 출연진들 다 같이 술 한 잔하거나 수다를 떨면서 회포를 풀었죠. 에너지 넘치는 촬영이었어요.”

    ‘조강자’는 김희선의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현재 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진심이 담긴 모성애를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일까. 14회에서 보여준 김희선의 오열 연기는 보는 이들까지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학교붕괴 장면은 두 달 전부터 장소를 미리 섭외하고 준비했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네팔 지진 참사와 맞물려, 촬영 날 마음이 정말 무거웠어요. 온몸에 피가 묻은 분장을 하고 벽돌 사이에 누워있는 학생들을 보니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학부모 입장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던 것 같아요.”


  • ‘앵그리맘’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 받았다. 특히 김희선은 딸을 사랑하는 ‘엄마’이자 ‘며느리’, ‘학생’등 팔색조 같은 매력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회가 거듭될수록 깊어진 연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는 남달랐을 것.

    “‘앵그리맘’을 촬영하면서 너무 많은 칭찬을 들었어요. ‘교복이 잘 어울린다.’, '14살 차이가 무색할 정도로 지수와 호흡이 어색하지 않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등 호평을 받았을 때 정말 감사했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강자나 방울이 역할은 김희선이 아니면 안 된다’, ‘김희선만이 소화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라는 평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말은 즉 제가 조강자와 조방울 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뜻이 아닐까요.(웃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연기의 폭이 넓어진 김희선.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내공 또한 더 쌓였으므로 앞으로 펼쳐질 변화무쌍한 변신이 기대된다.

    “예전에는 예쁘게 보이고 튀고 싶은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함께 등장하는 배우들이 저랑 같이 어우러져 두 배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극한 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해 진심이 우러나오는 연기를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 더 새로운 모습들 기대해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