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성완종 폭로, 사회정의보다는 사적 감정에 의한 보복 성격 강해"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에서도 총리직 수행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는지 기세등등을 넘어 안하무인 수준의 자세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취임한지 100일도 되지 않은 국무총리를 향해 재임 중의 실정(失政)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헌법상 제도인 해임건의안을 거론한다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게다가 고(故) 성완종 전 의원이 노무현정권에서 두 차례 특혜성 사면을 받았던 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져가는 가운데, 당시 정권에서 책임 있는 지위에 있던 당사자로서 명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칼날을 다른 곳으로 겨누는 모양새가 보기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 ▲ 16일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6일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문재인 "이완구 해임건의안 검토"

    문재인 대표는 16일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이해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이완구 총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대통령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좀 더 강력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계속 자리에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즉흥적인 발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도 전날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한 검토를 이미 끝냈다"며 "지도부가 결단하는 택일의 문제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모두 8차례 발의됐지만, 표결에 부쳐진 경우는 정일권(1966년)·황인성(1993년)·이영덕(1994년) 세 차례 뿐이며 모두 부결됐다. 가장 최근에는 2012년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상정됐지만 새누리당이 표결에 불참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처럼 단순한 '공포탄'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지만, 새누리당 내에서 동조 세력이 내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전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이완구 총리의 사퇴 주장을 한 바 있다.


  • ▲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003년 9월 4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 과장급 이상 인사들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2003년 9월 4일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 과장급 이상 인사들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역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사례와 근거는

    만일 야당이 제출한 이완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여당 내의 '반란표'에 힘입어 가결된다면 그 정치적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헌정 관례상 국회에서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은 이를 즉시 받아들여 해당 국무위원을 경질해 왔다.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9년 4·8 항명 파동에 따른 권오병 전 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과, 1971년 10월 항명 파동에 따른 오치성 전 내무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들 국무위원들은 모두 재임 중의 실정(失政)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이 상정되고 가결됐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검토하고 있는 이완구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1969년 4·8 항명 파동으로 낙마한 권오병 전 문교부장관은 △사립학교의 초과 입학정원과 얽힌 비리 △중학교 평준화 정책에 따른 학군 조정 실패 △정부 정책에 반대한 충남대 교수의 일방적 파면 조치 등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이 상정되고 가결됐다.

    1971년 10월 항명 파동으로 낙마한 오치성 전 내무부장관은 △실미도 사건 △광주대단지폭동 △서울시경 기동대 순경 음주 카빈소총 난사 사건 등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추궁당했다.

    2001년 낙마한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이적(利敵)성 햇볕정책이 문제됐으며, 2003년 낙마한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은 이적단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미군기지 불법 점거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적 책임을 졌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의해 해임건의안 제출 가능성이 거론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을 하기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의해 해임건의안 제출 가능성이 거론된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을 하기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태경 "물러가라고 하기에는 객관적 증거 나와야"

    이완구 총리는 지난 2월 17일에 취임해 아직 이렇다할 실정을 한 바 없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문제삼는 사안은 고인이 된 사람이 남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메모와 녹취가 유일한 근거다.

    이미 세상에 없는 고인을 상대로 '진실 게임'을 벌이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살아 있으면 멱살이라도 잡고 따지기라도 할텐데, 진짜 분하고 억울하다"는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완구 총리는 이런 직설 화법을 쓸 수 없었던 나머지 "망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온다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16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한 자리에서 "성완종 전 의원의 메모는 사회정의를 위한 공명정대한 폭로라기보다는 사적 감정에 의한 보복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며 "억울한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하고, 누구를 물러가라고 하기에는 좀 더 객관적인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스스로 변호사이기도 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분히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해임건의안을 운운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하는 경솔한 처신이라는 지적이다.


  • ▲ 성완종 전 의원에 대한 두 번째 특별사면이 단행됐던 지난 2007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성완종 전 의원에 대한 두 번째 특별사면이 단행됐던 지난 2007년,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문재인도 성완종 관련 의혹에 연루… 목숨 내놓을 각오 서 있나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표는 그 자신이 지금 성완종 전 의원과 관련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성완종 전 의원은 노무현정권 시절이던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다. 문재인 대표는 2005년 특사 때는 청와대 민정수석, 2007년 특사 때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특히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던 2007년, 성완종 전 의원에 대한 두 번째 특별사면은 여러모로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성완종 전 의원이 사면을 예상하기라도 한듯 스스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그 뒤 한 달만에 특별사면을 받았으며 △사회저명인사임에도 법무부가 배포한 특별사면대상자 명단에 공개되지 않고 '몰래 특사'를 했다는 점이 근거다.

    2007년 성완종 전 의원의 두 번째 특별사면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표는 13일 이를 질문하는 취재진들에게 불쾌하다는 듯이 "우리 기자님들, 돈 받은데 가서 취재하세요. 이렇게 엉뚱한 사람 따라다니지 말고…"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그런 뒤로는 이 점에 대해 말문을 닫은 채 당 대변인을 통해 "물타기를 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 중이다.

    정치권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스로 성완종 전 의원과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있는 문재인 대표는 지금 남에 대해 해임건의안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완구 총리가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이상, 문재인 대표도 목숨을 내놓겠다는 자세로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