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 고쳐 당 대표 된 文 '정도' 말할 자격 없다"
  • ▲ 지난 20일 광주 짚봉산에서 열린 제70회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한 천정배 후보가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천정배 후보 블로그
    ▲ 지난 20일 광주 짚봉산에서 열린 제70회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한 천정배 후보가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천정배 후보 블로그



    호남에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맞붙는 양상이다.

    천정배 전 장관이야 새정치연합을 탈당, 무소속으로 4.29 재보선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조영택 후보 보다 문재인 대표가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양측 갈등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표가 조 후보 지원을 위해 광주를 찾으면서부터 시작됐다.

    문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특별법' 통과 보고대회에 참석해 사실상 무소속 천정배 후보와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리곤 "내년 총선에서도 야권연대보다는 투명한 공천을 기본으로 한 '정도'의 길이 우선"이라고 했다. 다분히 무소속 천정배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천 후보 측 설성현 대변인은 "문 대표가 정도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설 대변인은 23일 "원칙과 정도는 좋은 말이지만 물을 소가 마시면 젖이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듯, 좋은 말도 누가 하는지에 따라 감동이 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가 되는 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경선 막판에 경선룰을 고친 점을 거론하며 "정도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또한 "2년 전 대선 후보이자 현재 당 대표로 반성과 쇄신이 없다"면서 "계파 패권주의 정치로는 광주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도 없다"고도 했다.

    특히 천 후보 측은 문 대표가 수도권이 아닌 광주를 찾아 우회적 선거지원을 편 점을 지적했다.

    설 대변인은 "수도권을 내팽개치고 광주에서 힘을 쏟는 의도가 광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1당 독점 기득권을 계속 유지해 자신의 지갑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지 답해야한다"고 꼬집었다.

     

  • ▲ 지난해 11월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해 11월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답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선거국면이 시작되기도 전에 '앓는 소리'를 해왔다. 총 4개 선거구에서 열리는 이번 재보선에서 1석만 얻더라도 승리라는 의미였는데, 승리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텃밭 '광주'를 꼽지 않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전 장관이 가진 인지도·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느끼는 위기감도 있지만, 문재인 대표 스스로가 호남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이 반영된 전략이었다.

    문 대표는 당 대선 후보를 지내고 정당의 대표자리에 올랐지만, 당의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는 유독 약했다. 2.8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후보를 제쳤다. 하지만 호남 지역만 놓고보면 문 대표의 패배였다. 여론조사·대의원투표 등 세부 영역에서 박 후보에게 밀린 것이다.

    일각에서 문 대표가 이번 광주 서구을 선거를 승리하기 위해서는 박지원 의원에게 공식 절차를 밟아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문 대표는 그러나 박 의원이 아닌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DJ계 맏형인 권 고문을 통해 천 후보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조영택 후보에게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동시에 선거에서 패했을 때 문 대표가 받게 될 충격을 최소화해 차기 대권주자로 문 대표를 보호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 후보가 광주에서 패배할 경우, 그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다. 당장 당내 화합되지 못한 비노계, 강경파, 초선 등 각 세력별로 그의 리더십을 위협할 공산이 크다. 또 국민모임 등 신당 창당 논의가 '야권 재편'으로 확대돼 당의 존립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개인 대선 행보는 차지하고서라도 당장 내년 총선의 가장 '큰 산'이 될 수 있다.  

    문 대표의 러브콜을 받은 권 고문은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를 이끈 천정배 후보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탈당을 용서할 수 없다"면서 "야권 분열을 일으킨다면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경고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권 고문의 행보가 천 후보의 '낙선운동'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 후보에 대해 "경기 안산에서 4선 의원을 한 사람이 광주에 가서 출마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두 사람 모두 내가 발탁해 공천을 했는데, 그만한 인재들을 키우려면 수십 년이 필요한데 정치인의 도리를 저버리고 당을 떠났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권 고문의 이 같은 발언이 조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이상으로 과거 DJ정권에서 자신을 은퇴로 내몰고, 신기남 의원과 함께 '천·신·정'으로 불리며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까지 이끈 사실에 대한 '15년 만의 반격'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이어 정동영 전 장관의 서울 관악을 출마설에 대한 견제로도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천 후보측은 "권 고문의 발언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권 대 야권의 대결이 치열해 질수록 새누리당 정승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제 2의 이정현을 만들자'며 광주의 분위기를 살피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는 오는 26일 대전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곧장 광주로 달려가 당원교육으로 지원사격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