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곁에 남아달라고 요청하신다면…" 한동안 답 못하기도
  •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현역 국회의원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 여부를 추궁하는 질문이 쏟아졌으나, 유일호 후보자는 가타부타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했다.

    유일호 후보자는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엄중히 느끼고 있다"며 △주택 시장 정상화 △국토 균형 발전 △운수업계 종사자 처우 개선 △안전 진단 내실화 △창조 경제와의 결합 △통일 시대 준비 등 6대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유일호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과거 본인과 가족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내 주변과 가족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위장 전입을 사과했다.

    이처럼 유일호 후보자가 위장 전입 사실에 대해 먼저 사과 의사를 표하고 시작한 관계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은 차기 총선 불출마 여부에 쏠렸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 유일호 후보자가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하자, 후속 질의도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집중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미경 의원은 "후보자가 내년에 총선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장관을 10개월 밖에 하지 못한다"며 "임기 10개월짜리 장관은 문제가 많으며,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이언주 의원은 "후보자가 모두발언에서 국토부 장관으로서 6대 과제를 제시했다"며 "이를 짧은 시간 만에 할 수 있겠느냐"고 질의했다.

    유일호 후보자가 "기초를 만드는 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이언주 의원은 "거의 (10개월 만에) 그만 두겠다는 뜻이 아니냐"고 힐난했다.

    새정치연합 정성호 의원도 "총선에 출마한다고 하면 90일 전에는 (장관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는 10개월로 정해져 버리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인사나 조직 장악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의 이찬열 의원은 "총선에 나가려는 사람은 지금부터 다 그 생각(출마 및 선거)만 하고 있는데, 총선에 나갈지 말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는 국토부 장관을 맡기에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이윤석 의원은 "차라리 짧은 기간 동안 장관직을 잘 수행하고, 20대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겠다고 표현하라"고 권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후보자는 "장관의 임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장관을 하게 된다면 하루라도 막중한 국사를 맡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10개월만 하고 20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말씀드릴 수야 없지 않나"며 "임기가 길고 짧고에 관계 없이 잘할 수 있지만, 미리 나는 요만큼만 하고 가겠다고 하는 것은 공직 후보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금 여기서 딱 부러지는 답을 드리지 못하는 게 송구스럽다"며 "며칠을 하든 몇 개월을 하든 몇 년을 하든 성공을 위한 자세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9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새누리당 의원들은 장관의 임기보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유일호 후보자를 두둔했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장관의 임기가 김영삼 정부에서는 평균 10개월, 김대중 정부에서는 평균 11개월, 노무현 정부에서는 평균 14개월, 이명박 정부에서는 평균 12개월"이라며 "실질적으로 10개월이라는 게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니고, 10개월을 다 채운다면 평균에 가까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개월이 짧지 않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자세로 장관직을 수행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돌직구'는 여당 의원석에서 날아들기도 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만일 대통령께서 '총선에 출마하지 말고 내 곁에 남아달라'고 말씀하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난문을 던졌다.

    그러자 유일호 후보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것 참 어려운 질문인데…"라며 한동안 뜸을 들이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그렇게 해야 하는 게(대통령 곁에서 장관으로 남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후보자의 차기 총선 불출마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야당 의원들과는 달리 여당 의원들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어져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정책 검증 질문을 던졌다.

    지역구가 인천 서구·강화군 갑인 이학재 의원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과도한 수도권 규제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항만 배후지조차 수도권이라고 해서 공장의 신·증설이 안 되는 문제에 대해서 소신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국토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지역구가 대전 동구인 이장우 의원은 "후보자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국토 균형 발전을 할 수 있겠느냐"며 "외곽 지역에 신도시 건설보다는 슬럼화되는 (지방 거점 도시의) 원도심 재생에 LH공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일호 후보자는 '국토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규제 해소'가 모두 옳다는 '황희 정승식 해법'을 내놓으며 민감한 쟁점을 살짝 피해 갔다.

    유일호 후보자는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수도권이 어떤 부분에서는 좀 역차별되는 측면이 있다"고 수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