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앞서 4차례나 처벌 전력, 되풀이 된 솜방망이 처분 禍 불러
  •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이 살인미수와 외교사절폭행·업무방해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이 살인미수와 외교사절폭행·업무방해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주한 미국 대사 테러의 근본 원인이 사법부와 검경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오전 조찬강연회 행사장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피습한 태러범 김기종은 불과 5년 전에도 주한 일본대사에게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져 구속기소 됐다. 범행 대상이 주한 외교사절이었고, 범행 장소가 이번처럼 공개된 곳이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테러 예행연습’을 한 셈이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김기종을 집행유예로 풀어줬고, 5년 뒤 김기종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엄청난 이슈가 된 대형 테러를 일으켰다.

    법원의 무분별한 관용이 괴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지적은, 김기종의 5년 전 테러 예행연습에 대해 법원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한 판결을 내렸다면, 김기종이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범행수법이 이번처럼 난폭하지 않았을 것이란 견해로 이어지고 있다.

    5년 전인 2010년 7월 김기종은 공개 행사장에서 주한 일본 대사를 향해 손바닥크기의 콘크리트 덩어리 2개를 던졌다. 범행 대상이었던 일본 대사는 다행히 피했지만, 일본 대사를 수행하는 일본 여성 서기관이 부상을 입었다.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폭행죄의 최대 법정형량은 5년이다. 당시 김기종은 이미 다른 사건으로 두 차례나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전과 2범이었으나, 법원은 김기종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과거 범죄전력과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폭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형을 선고할 수 있었음에도, 재판부는 엄벌 대신 관용을 선택했다.

    김기종의 전과이력은 화려하다. 좌파시민단체 대표로 독도지키기·반일 운동으로 시민활동가의 길을 걸었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통일운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2006년부터 이듬해까지 무려 6번이나 북한을 다녀온 뒤로는 뚜렷한 친북 혹은 종북적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정전협정 파기-평화협정 체결 주장 등 친북·반국가적 발언도 급증하기 시작했다.

    사상이 변하면서 그는 행동도 변했다. 김기종은 이번 테러 전까지 6차례나 입건된 전력이 있다.
    김기종이 범죄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1993년이 처음이었다.

    당시 김기종은 폭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재판부는 초범이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며 그에게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다.

    선고유예는 유죄판결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선고유예 결정이 나온날로부터 2년 동안 범행없이 지내면, 면소된 것으로 본다. 즉, 유죄판결의 효력 자체가 사라진다. 김기종은 2002년 2월에도 폭행죄로 기소돼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한 동안 조용히 지내던 김기종의 폭력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2010년 7월 일어난 주한 일본대사 폭행이다.

    당시 그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김기종이 벌금형으로 한 차례 처벌받은 이력 외 별다른 범죄경력이 없고, 2007년 청와대 앞 분신 후유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 앞으로 의사표현을 신중하게 하겠다고 다짐한 점을 근거로, 징역 2년에 집행유례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김기종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지난해 2월 박원순 서울시장 강연장에 참석해, 서대문구의회 의장을 폭행했다. 김기종에게 폭행을 당한 서대문구의회 의장은 이명과 난청 등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가 받은 처벌은 벌금 70만원에 불과했다.

    사법부와 검찰의 잇따른 봐추기 행태는 그의 폭력성에 기름을 부었다.

    김기종은 지난해 5월, 일본 아베정권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대사 차량에 계란과 신발 등을 던지면서 행패를 부렸다.

    경찰은 그를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으나 검찰은, “그 정도를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결국,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식칼 테러는, 이상할 정도로 관대했던 사법부와 검찰의 솜방망이 처분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사법부와 검찰이, 공개된 장소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김기종의 행태에, 한번이라도 엄중한 태도를 보였다면, 이번 테러는 막을 수도 있었다.

    경찰도 초유의 주한 미국 대사 테러범에게 엄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 5일 범행 직후, 종로서로 압송된 김기종이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며 병원 이송을 요구하자, 담요까지 덮어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 과정에서 김기종은 마치 독립운동가라도 된 듯, 방송사 카메라를 향해 “한미연합군사 훈련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경찰은 그의 돌출행동을 제압하지 못했다.

    이 사건 전에도 경찰은 김기종의 폭력적 행태에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경찰은 좌파 시민활동가들의 폭력행위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지난해 주말마다 도심 교통체증을 유발한 세월호 촛불집회 당시에도, 경찰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도심 곳곳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허가받지 않은 위법한 행진을 계속해도, 경찰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해산하지 못했다.

    심지어 준법을 생명처럼 지켜야 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간부를 폭행해도 경찰은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좌파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사법부, 좌파 인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급급한 검찰, 좌파의 폭력적 행위를 막기는커녕 어깨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 경찰의 무기력함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김기종과 같은 좌파인사들의 ‘공권력 멸시’ 현상을 유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오후 검찰이 청구한 김기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단판사는 이날 저녁 10시 50분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기종에게 적용된 혐의는 리퍼트 대사에 대한 살인미수, 형법상 외국사절 폭행, 민화협 조찬강연회 행사에 대한 업무방해 등 세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