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NATO 확장, 러시아와 핵전쟁 가능성 높여”…中부패 잡는 동안 내부 분열
  • ▲ 동서 냉전구도를 붕괴시킨 두 주역 로널드 레이건 美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 ⓒ레이건 센터 갤러리
    ▲ 동서 냉전구도를 붕괴시킨 두 주역 로널드 레이건 美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 ⓒ레이건 센터 갤러리


    동서 냉전질서가 붕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前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제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고르바초프는 최근 발매된 獨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토(NATO)가 동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르바초프는 “나토의 동유럽 확장은 지금까지 유럽 국가들이 맺은 조약과 협정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최악의 상황’을 우려했다.

    “최근 서방과 러시아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치적 발언들은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서로의 감정이 과열된 상황에서 어느 쪽이든 평정심을 잃게 되면 다 죽을 수도 있다. 내가 그저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지금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빚어진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의 대립 구도가 ‘신냉전’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에 반발하며, 양측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긴급 정상회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왜 갑자기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들고 나온 것일까. 


    심상치 않은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


    2000년 초반부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까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를 순순히 따르며, 북한, 이란과 같은 핵개발 국가에 대한 제재에도 적극 동참했다. 하지만 2012년 美정부가 ‘시퀘스터’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전 세계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세력이 약해지는 징후를 보이자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3년 11월, 중국은 동중국해 주변을 대상으로 ‘방공식별구역(CADIZ)’를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영해, 영토가 포함돼 있음에도 이를 일부러 무시했다. 美정부가 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중국 공산당은 한 발짝 물러섰지만, 일본을 대상으로 한 위협은 계속 됐다.

    2014년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의 친러 세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주민들 스스로 투표한 것처럼 꾸며 크림 반도를 병합하려는 속셈이었다. 얼마 뒤 러시아군이 크림 반도의 친러 세력들을 부추겨 반군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군사력이 약한 우크라이나를 유린했다.

    2014년 7월, 친러 반군이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지대공 미사일로 말레이 항공의 여객기를 추락시킨 뒤에야 러시아는 한 발 물러섰다. 여러 달이 지난 지금도 불안한 평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기회’만 생기면 미국과 서방 국가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새로운 ‘지렛대’를 만들어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다. 


    박근혜 반기면서 김정은 정권 편드는 러시아, 중국

  • ▲ 인민군과 PC를 들여다보며 히히덕거리는 김정은. 2014년부터 러시아도 김정은 편을 들어주고 있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 인민군과 PC를 들여다보며 히히덕거리는 김정은. 2014년부터 러시아도 김정은 편을 들어주고 있다. ⓒ北선전매체 보도화면 캡쳐

    북한이 소니 픽쳐스를 해킹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러시아 정부는 대놓고 김정은 정권의 편을 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 보도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4년 12월 26일 러시아 외무부 알렉산드르 루카셰비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영화 ‘인터뷰’는 북한을 지나치게 비방하고 있어, 북한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러시아 외무부의 브리핑 발언 가운데 일부다.

    “미국은 북한이 소니 픽쳐스 해킹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의 보복 위협은 역효과를 낳았고 위험하다. 반면 북한은 소니 픽쳐스 해킹에 대한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북한의 제안은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공동조사 제안은 이번 해킹 사건을 상세히 검토하려는 북한 측의 진지한 뜻을 반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보복위협이나 국제사회의 규탄은 이미 위험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충돌 수위를 높일 수 있다”며 美정부를 비난했다.

  • ▲ 한미 연합훈련 중인 주한미군 험비. 중국 공산당은 미국이 김정은의 제안을 거절하자 맹비난했다. ⓒ뉴데일리 DB
    ▲ 한미 연합훈련 중인 주한미군 험비. 중국 공산당은 미국이 김정은의 제안을 거절하자 맹비난했다. ⓒ뉴데일리 DB

    중국 공산당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국방위원회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일시중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을 美정부가 거절하자 화를 냈다.

    2015년 1월 11일,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신화통신’은 논평을 내고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한반도 신뢰구축과 평화 실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신화통신’은 이 논평에서 “미국이 ‘암묵적인 위협’이라고 폄하한 북한 측의 제안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된 한반도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일종의 선의”라고 높게 평가하며, 미국을 향해 ‘체제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김정은 정권의 편을 들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런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 미국에 우호적인 ‘외교적 수사(修辭)’를 던지는 양국 수뇌의 태도에다, 2014년 초부터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멀어진 듯하면서도 북한 사람이 중국인에게 저지른 범죄를 보도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중국 공산당의 행태 등과 맞물려 한반도 주변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서방 진영 제재로 심각한 위기 맞은 러시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진영의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두 가지가 루블화 폭락과 유가 및 가스 공급가 폭락이다.

  • ▲ 2014년 연간 루블화 대비 달러 가격추이. 100% 가량 하락했다. ⓒCNN머니 보도화면 캡쳐
    ▲ 2014년 연간 루블화 대비 달러 가격추이. 100% 가량 하락했다. ⓒCNN머니 보도화면 캡쳐

    2014년 1월 1달러 당 32루블이던 통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인 9월부터 급락하고 있다. 2015년 1월 초 루블화 가치는 1달러 당 65루블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연초와 대비하면 100% 폭락한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말 기준으로 4,5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만, 그 힘을 뒷받침해 줄 주요 수출품목,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급속도로 외환보유고를 소진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와 재벌이 선택한 대안은 금괴로 보인다.

    2014년 12월 17일 세계금위원회(WGC)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2014년 초부터 10월까지 133톤 이상의 금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금액으로는 54억 달러 수준. 이를 통해 러시아는 2014년 말 기준으로 1,187톤의 금을 보유하게 됐다고 한다.

    세계금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금을 사들였다고 한다. 2005년 말 기준 387톤이던 금 보유량은 2008년 520톤, 2011년 883톤, 2013년 1,035톤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러시아가 2014년 사들인 금괴는 세계 중앙은행의 금괴 매입량 가운데 55%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2015년 초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금의 양은 미국(8,133톤), 독일(3,384톤), 이탈리아(2,451톤), 프랑스(2,435톤)에 이은 5위가 됐다.

    러시아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민간분야에서도 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2014년 12월 30일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현지 은행 관계자들을 인용, 금괴나 금화에 대한 수요가 12월 들어 30% 이상 폭증했다고 전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금 수요가 40% 폭증했다고 한다.

    러시아가 꾸준히 금을 사들이는 모습을 국제금융기관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의 경우 가격이 떨어져도 언젠가는 적정한 수준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화폐가치가 폭락한다 해도 자산 가치를 보전할 수 있어, 주로 ‘가치유지’를 위한 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 ▲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제 힘을 발휘하려면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석유가격도 급락했다. 사진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연간 가격추이 ⓒ시잇마켓닷컴 자료 캡쳐
    ▲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제 힘을 발휘하려면 주요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석유가격도 급락했다. 사진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연간 가격추이 ⓒ시잇마켓닷컴 자료 캡쳐

    러시아 정부와 국민들이 이처럼 ‘자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 대까지 폭락하고, 천연가스 가격 또한 폭락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때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중국 공산당이다.


    中, 부패척결로 외환보유고 감소, 내부 분열 조짐


    2014년 10월, 중국 공산당은 러시아 정부와 1,500억 위안(260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왑 약정을 체결했다. 중국 공산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4년 12월 20일에도 “러시아 정부가 원한다면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의 이 같은 ‘통 큰 제안’은 3조 9,0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자신감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들이 많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지원만으로 러시아가 위기에서 빠져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은 ‘부패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舊권력을 숙청하려는 시진핑 세력과 이에 반발하는 공산당 부패 간부들 간의 갈등이 점차 가열되는 분위기다. 이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는 증거 가운데 하나가 급격한 외환보유고 감소와 해외 자산도피 사범 검거 자료다.

    2014년 10월 20일 중국 ‘신화통신’ 인터넷판(신화망)은 “9월 말 기준으로 중국 외환보유고는 3조 8,900억 달러로 6월 말에 비해 1,000억 달러가 줄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중국 내 투기성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엿보이자 중국내 외환들이 유출된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수치와 금융계 시각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부패경제’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 중국 장쑤성 난징시 공산당 간부가 부정부패 혐의로 적발된 뒤 나온 증거품. 차에 금도금을 해놨다. ⓒ대기원시보 보도화면 캡쳐
    ▲ 중국 장쑤성 난징시 공산당 간부가 부정부패 혐의로 적발된 뒤 나온 증거품. 차에 금도금을 해놨다. ⓒ대기원시보 보도화면 캡쳐

    2014년 11월 17일, 중국 관영 ‘법제일보’는 “중국 공안이 지난 7월부터 ‘여우사냥 2014’ 작전을 실시, 지금까지 288명의 해외 자산도피 경제사범을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경제사범 대부분은 부패한 공산당 간부들이다. 중국 공안부는 이들을 미국, 캐나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남아공 등 56개국에서 붙잡았으며 80여 명을 ‘서방 선진국’에서 체포했다고 한다.

    ‘법제일보’의 보도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빼돌린 비자금 규모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공산당 간부들이 빼돌린 비자금 규모는 2조 8,3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뒤 정적들을 숙청하기 위해 빼든 ‘부패척결’이라는 칼을 내세워 중국 공산당에 만연한 해외 비자금 문제로 정적들의 목줄을 쥐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시진핑의 정적들도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엄청난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으로 몰려와 부동산을 무섭게 사들이는 중국인들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미국과 서방진영 공격의 전조, IMF 체제 흔들기


    이처럼 엄청난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갔음에도, 중국 공산당이 러시아를 비롯해 남미의 ‘반서방 동맹국’을 지원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것은 중국 민간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 때문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비공식’적인 금 보유량이 1만 톤을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2014년 10월 美트림탭스 투자리서치는 “2011년 8월부터 2014년 8월까지 홍콩을 통한 금 매입 규모가 폭증했다”며 이 같이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중국 공산당이 이 정도 규모의 금을 통제하고 있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움직이는 ‘IMF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 ▲ 美투자리서치 업체 '트림탭스 리서치'가 발표한, 홍콩을 통한 중국의 금수입량. ⓒ트림탭스 투자리서치 자료 캡쳐
    ▲ 美투자리서치 업체 '트림탭스 리서치'가 발표한, 홍콩을 통한 중국의 금수입량. ⓒ트림탭스 투자리서치 자료 캡쳐

    중국 공산당은 수천 톤이 넘는 금과 3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바탕으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지면, 현재 부패척결 때문에 일어나는 내부분열 조짐을 막는 것은 물론 외화 유출도 막을 수 있다. 공산당 간부들의 충성심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런 중국 공산당의 위안화 기축통화 만들기의 가장 큰 목표는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흔들기라는 게 국제금융기관들의 분석이다.

    IMF는 한 국가가 재정위기에 빠졌을 때 지원을 해준다. 실질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서방국가들이 이끌고 있다. 하지만 서방 진영은 IMF를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과거 한국 정부에 요구한 구조조정, 옐친 정권 시절 러시아에 요구한 긴축재정 실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때문에 ‘반미’를 기치로 내건 남미와 서남아시아, 중동 국가들은 재정 위기에 빠져도 IMF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방 진영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014년 하반기 유가 폭락으로 재정 위기를 맞은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신 손을 뻗고 있는 것이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은 IMF와 같은 구제금융이 아니라 ‘통화 스왑’ 방식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에 250억 위안, 아르헨티나에 150억 위안을 지원했으며,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재정이 어려운 국가들에게도 정부가 아닌 ‘기업’이 융자해주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정책이 바로 ‘후강통 조치’다. 쉽게 말해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공산당 소유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탐욕’이 특징인 서방 금융기업들은 이미 ‘후강통’의 단맛에 푹 빠져 든 상태다. 한국 금융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서방 금융기업들이 ‘후강통’에 빠지면 빠질수록 중국 공산당의 ‘위안화 기축통화 만들기’는 목표달성에 더욱 가까워진다.

    그 결과는? 미국과 서방진영이 주도하는 IMF체제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대신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미국의 좌파 학자들은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목표가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기축통화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중국-러시아, 동쪽과 서쪽에서 동시에 美흔들기?


    이 같은 금융 상황을 토대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은 모습을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보인다.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반군 편들기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국력으로는 미국과 정면으로 맞붙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재정위기로 인해 2016년부터 ‘시퀘스터’ 실행을 하게 되면, 군사력은 크게 줄어든다. 이때는 사정이 다르다.

  • ▲ 美우파 진영은 국방비가 잠재적 적성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美폭스TV 보도화면 캡쳐
    ▲ 美우파 진영은 국방비가 잠재적 적성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美폭스TV 보도화면 캡쳐

    미국의 경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고, 2016년부터 군사력 축소가 시작되면 미국이라고 해도 ‘2개의 전쟁 수행’은 불가능해 진다. 이럴 때 러시아는 중동과 동유럽에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깡패국가’ 또는 세력을 지원하게 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패권질서’는 순식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분쟁을 일으키지 않아도 된다. 양쪽에서 동시에 ‘지렛대’를 활용해 분쟁 직전의 위기상황을 조성하면, 미국과 서방 진영은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21세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국익과 직결되지도 않는 다른 나라를 지킨다고 자국민을 희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에서 볼 때 러시아와 중국이 2014년부터 갑자기 김정은 정권에게 접근하는 것은 북한을 조만간 ‘미국을 흔드는 지렛대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서유럽이 무슬림 세력과 기존 백인 사회 간의 충돌로 소란스러워지고, 시리아, 이라크, 예멘,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에서 ISIS와 알 카에다 연계 세력들 때문에 내전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크림반도 위기가 또 터지고, 김정은 정권이 동아시아에서 난동을 피우면, 미국은 누구를 지키기 위해 나설까.

    이때 중국과 러시아가 번갈아 가며 나서서 미국 편을 드는 척 하면서 '깡패세력'에게 에너지 또는 자금을 지원해주는 식으로 상황을 안정시킨다면, 미국과 서방 진영은 동유럽과 동아시아 패권 가운데 하나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올인한 한국


    현재의 에너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요동치는 금값, 루블화 폭락과 중국의 선제적 통화스왑 제안, 서방 국가들의 양적 완화 등으로 세계 질서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팔자 좋게 ‘통일대박’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올인’하고 있다.

  • ▲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DB
    ▲ 시진핑 중국 공산당 주석과 만난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DB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 푸틴 정권은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서는 국가 하나 정도는 희생시키고도 남을 세력이다. 이들이 한반도에서 ‘지렛대’를 사용한다면, 우리나라는 다시 65년 전의 폐허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 주요 인사들은 국제정세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않고 친중, 친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통일’만을 내세우며, 김정은 정권의 ‘약점’을 건드리는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 푸틴 정권이 한반도 통일을 “발 벗고 나서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이들의 약점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 ▲ 이야기를 나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어떤 국제전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뉴데일리 DB
    ▲ 이야기를 나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어떤 국제전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뉴데일리 DB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진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평화통일’을 목표로 한다면, 주변국들의 약점을 철저히 파악한 뒤 이를 활용해 “통일을 돕도록” 만들고,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약점을 찾아내 ‘한 방’을 노리는 게 맞지 않을까.

    현재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과 ‘경제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많이 터져 나오고 있어 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