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칼자루, 여당에서 야당으로 넘어가
  •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여야가 다음달 2일 예산안 처리에 합의함에 따라 정기국회 막판 국면은 입법 전쟁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여당·정부의 경제살리기 법안, 규제개혁 법안 등에 대해 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한 여야간의 '공수교대'도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다음달 2일 예산안과 담뱃값 인상 등 예산부수법안, 그리고 FTA 비준 동의안 등이 처리되면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까지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특히 세월호 사고로 인한 국회 공전 때부터 빠른 처리를 주장해 왔던 △외국인 카지노 활성화를 위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외국인의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등 경제살리기 법안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30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예산안 처리와 같은 큰 산들을 무사히 넘었지만,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많다"며 "야당은 시급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가짜 민생법안',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은 '선상 카지노 조장법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도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카지노에 대한 허가제를 공모제로 변경하는 부분이 빠진 채로 통과돼 '속 빈 강정'과 같은 모양새가 됐다.

    이와 관련, 산자위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25일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카지노 산업은 아직 국민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고, 현행법으로도 이미 카지노에 대한 허가가 가능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민생법안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민생과는 동떨어진 법이 많다"고 비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주택경기 진작을 위해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부동산 3법'과 관련해서도 여야간의 대립이 첨예하다.

    '부동산 3법'이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야당은 '부동산 3법'을 투기 조장법, 강남부자를 위한 법이라며, 전·월세 상한제 등이 시급하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30일 현안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얘기하는 많은 법안들은 가짜민생법안"이라며 "특히 부동산 3법은 부동산 투기조장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국회에서는 부동산 3법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의 '빅딜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사업) 국정조사 등 다른 쟁점 사안과 엮이면서 쉽사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 본회의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연내 처리를 강조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야당의 반대로 안행위 상정이 불발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안행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공무원연금개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야당이 아직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여당안을 먼저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사회적 대타협위를 구성해 여야 단일안을 만들어야 국회에 상정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으로 예산안 정국에서 입법 정국으로 국면이 전환되면 여야간에 '공수교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에서 △정부 예산안의 12월 2일 본회의 자동 부의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예산안과 함께 동반 부의 등을 규정했기에 예산안 정국에서는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야당을 압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예산안 정국이 종료되고 입법 정국이 시작되면, 국회선진화법은 다시 야당의 '전가의 보도'가 된다. 여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어도, 야당이 반대하면 단 하나의 법안조차 상임위를 거치기도 힘들게 된다.

    이미 야당은 입법 정국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28일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선진화법 시행 후 첫 국회를 겪어보니 예산과 관련해서는 여당·정부가 갑이고 우리가 너무 을"이라면서도 "법안과 관련해서는 야당이 갑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