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 "30일 민생 법안 처리할 때까지 일체의 여야 협상 없다"새정치연합은 입장 바꿔 "어떠한 형태의 대화도 열려 있다"며 협상 재개 촉구
  • ▲ 26일 오후 2시 새누리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개의됐다. 본회의장 양쪽의 야당 의석을 비운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착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26일 오후 2시 새누리당 단독으로 본회의가 개의됐다. 본회의장 양쪽의 야당 의석을 비운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와 착석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의 기습적인 의사일정 재조정으로
    단 7분만에 산회됐다.

    26일 본회의를 열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인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국의 긴장감은 이날 오전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전 10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하려 했으나,
    만남 자체가 불발됐다.


  • ▲ 26일 오전 10시 50분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26일 오전 10시 50분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에 정의화 의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차례로 만나는 동안
    박영선 원내대표는 만남 불발에 항의하러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불시 방문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친 설전을 벌였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문희상 위원장이
    "여당 원내대표가 꼭 만남이 필요한 고비에서 살살 피한다.
    이런 비겁한 일이 용납되겠는가"라고 한 점을 들어
    "무례하다"고 항의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그런 느낌을 주셔서 그런 표현이 나온 것"
    이라고 강변했다.

    감정이 격앙된 여야 원내대표는
    그 동안 누가 서로에게 전화를 많이 했는지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마치 대한민국이, 국회가 새누리당 것인 것처럼 지나친 말씀하고 있다"고 따지자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된) 야당의 당론, 유가족의 입장,
    야당 원내대표의 입지가 먼저 분명해져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 ▲ 26일 오전 11시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를 뒤로 한 채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 26일 오전 11시경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오른쪽)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를 뒤로 한 채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후 국회의장을 만나고 나온 김무성 대표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2대2 도시락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새누리당 운영위원들만 자리한 가운데
    [국정감사 정기회 회기 중 실시에 관한 건]을 의결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단독 본회의의 결의를 다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황우여 교육부장관·이주영 해수부장관 등
    국무위원들까지 빠짐없이 불러들인 새누리당은
    의결정족수 150명을 넘는 154명의 의원을 본회의에 참석시켰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들어와 의장석에 착석해 본회의의 개의를 선언했다.


  •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위)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로부터 정족수와 출석 의원 수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왼쪽 아래는 주호영 정책위의장.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왼쪽 위)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로부터 정족수와 출석 의원 수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왼쪽 아래는 주호영 정책위의장. ⓒ이종현 기자

    하지만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던
    국민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은 이 직후 일어났다.

    "여당만으로 본회의를 개의하게 돼 가슴이 먹먹하다.
    의원 여러분들께서는 끝까지 들어달라"며 말문을 연 정의화 국회의장은
    돌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야당 지도부의 본회의 연기 요청에 진정성을 느꼈다"
    30일 본회의 재소집을 결정한 뒤 본회의를 산회해 버렸다.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을 낭독하고
    산회를 선포한 것은 개의 후 불과 7분.

    "끝까지 들어달라"는 의장의 당부를 존중해
    웅성거림도 없이 듣고 있던 새누리당 의원석은
    순간 최루탄이라도 터진듯 소란스러워졌다.

    하태경 의원은
    단상으로 뛰어나가 퇴장하려던 의장을 붙들고
    "판단을 잘못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의화 의장은
    "마, 좀 더 두고보이소"라는 짧은 답만 남기고 퇴장했다.


  •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퇴장하려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상대로 회의 속개를 호소하고 있다. 정 의장은 하 의원에게 "좀 더 두고보이소"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의 뒤쪽은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퇴장하려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상대로 회의 속개를 호소하고 있다. 정 의장은 하 의원에게 "좀 더 두고보이소"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의원의 뒤쪽은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이종현 기자

    허탈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은
    직후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해 국회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완영 의원은
    "의장이 끝까지 들어달라고 말을 했으면
    끝나고나서 의원들의 말도 들어야 할 것이 아니냐.
    의장의 당부에 따라 미동도 않고 듣고만 있었는데
    일방적인 산회와 퇴장에 모욕감마저 느꼈다"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은
    "최루탄 뒤집어쓰면서도 의회 질서를 지켰다고,
    의장을 하겠다고 애원하던 그 정의화가 맞나.
    154명 국회의원의 인격을 모독한 행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용남 의원은
    "의장이 왜 계속 한쪽에만 양보를 요구하면서
    약속을 매번 지키지 않고 신뢰할 수 없는 편만 드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해진 의원도
    "오늘 의장이 산회를 한 것은 날치기다.
    발목잡힌 국회에 오늘부터 의장도 책임자가 됐다"고 했다.

    김상훈 의원은
    긴급의총에 모인 의원 전원이 의장실로 가서 항의하고 해산하자고 제안했지만,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확인한 결과,
    정의화 국회의장은 퇴장 직후 곧바로 퇴근한 것으로 알려져
    의총장의 분기(憤氣)는 더욱 높아졌다.


  • ▲ 산회 직후 긴급의총장에 들어와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은 이완구 원내대표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위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산회 직후 긴급의총장에 들어와 허탈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은 이완구 원내대표를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위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완구 원내대표는
    "집권당 원내대표가 간청하고 하소연하고 눈물로 호소했는데,
    손바닥 뒤집듯 한 마디 사전 통지도 없이 (국회의장이)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원내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밝혔다.

    사의는 김무성 대표의 제안과 의총 의결로 반려됐지만,
    이완구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세월호 특별법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 1차가 깨졌고 2차가 깨졌고
    국회의장이 이런 식으로 국회 운영을 한다.
    인내심의 임계점에 와 있다.
    20년 정치 생활에 이렇게 힘든 적이 없다"고 밝혀
    주말 동안 거취를 놓고 숙고할 뜻을 내비췄다.


  • ▲ 26일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새누리당 긴급의총에서 의원들의 국회의장 규탄 발언을 듣고 있던 이완구 원내대표가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현 기자
    ▲ 26일 본회의 산회 직후 열린 새누리당 긴급의총에서 의원들의 국회의장 규탄 발언을 듣고 있던 이완구 원내대표가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이종현 기자

    격분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30일 본회의에서 민생 법안을 처리할 때까지
    일체의 여야 협상을 중단할 뜻도 천명했다.

    이장우·윤영석·김현숙 원내부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은
    "많은 의원들이 의총에서 공감을 표한만큼
    준비되는대로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의장이 책임져야 한다.
    오늘 의장이 약속한대로 30일 본회의에서 민생 법안을 처리할 때까지
    야당과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이완구 원내대표의 사의를 반려할 것을 제안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6일 긴급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무답으로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완구 원내대표의 사의를 반려할 것을 제안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6일 긴급의총이 끝난 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무답으로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종현 기자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장의 기습 산회에
    조심스러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그간 여야 대화 단절의 이유가 야당에 있었다는 점을 잊은 듯,
    정색하고 여야 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국회의장이 중심을 잡고 나쁜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협의에 진정성을 갖고 나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국의 최대 현안이며 민생 법안 중의 민생 법안인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30일 본회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의장의 의사일정 직권 재조정에 따른
    30일 본회의 참석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의사 일정을 결정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6일 본회의 참석 불가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30일에 본회의를 재소집하기로 한 것도
    외견상 여야 합의가 아닌,
    의장의 일방적인 의사일정 재조정이라는 점에서
    30일 본회의를 대하는 야당의 입장은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지어
    국회의장과 야당 사이의 사전 교감설까지 제기되는 형편이다.

  • ▲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본회의 산회 선언으로, 새누리당이 30일까지 일체의 여야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등 교착 정국은 더욱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종현 기자
    ▲ 국회의장의 일방적인 본회의 산회 선언으로, 새누리당이 30일까지 일체의 여야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등 교착 정국은 더욱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종현 기자

    파문이 확산되자 국회의장 대변인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의장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다.
    의장은 지금 계류 중인 86개 법안의 절반 이상을
    야당 의원들이 발의했음을 잘 알고 있다.
    30일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팽팽하게 조여졌던 정국의 긴장감이
    중립성과 권위를 상실한 국회의장의
    [반전 쇼]로 폭발했다.

    분격한 새누리당이 30일 본회의 전까지
    일체의 여야 협상이 없음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본회의 재소집까지 나흘을 남겨둔 가운데,
    정국은 종착지를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