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불러 주신 분도, 거둬드릴 분도 박근혜 대통령”인사 발표 뒤 의혹일면 '나몰라라'…스스로 신뢰 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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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난 24일 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사퇴 했다. ⓒ 뉴데일리
    ▲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지난 24일 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사퇴 했다. ⓒ 뉴데일리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형식은 자진사퇴였으나 ‘나홀로’ 내린 결단은 아니었다.

    청와대는 “(문 후보 측이) 기자회견을 하는 사실을 10시 전에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표현은 통보지만 실상은 교감, 나아가 적극적 권유가 있었을 가능성도 크다.

    문 전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 분이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퇴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의 비공식적인 ‘인사철회’ 뜻이 전달됐음이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 전 후보자가 낙마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4일이다.  
    KBS가 문 전 후보자의 교회 발언 일부를 짜깁기, 친일‧반민족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뒤 부적격 여론이 들끓는 동안 박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론의 추이만 지켜볼 뿐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지도 인사를 철회하지도 않았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마다 힘 있는 당대표를 외치며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문창극 비판에 열을 올리는 동안에도 박 대통령은 무기력했다.

    자신이 내린 인사에 대해 방관했고 시간만 흘려보냈다.
    문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정치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 기회를 차단하려고 들 때도 손을 놓아버렸다.


    ◆ 내쳐진 총리후보들…김용준‧안대희‧문창극  

     

    박근혜정부에서 도덕성 논란, 각종 의혹 등으로 중도 낙마한 고위 인사는 문창극 뿐이 아니다.
    1기 내각의 첫 총리는 정홍원이었지만 총리 내정자는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까지 셋이나 된다.

    지난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초대 총리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했다. 그러나 전관예우 특혜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 소유 부동산에 대해 투기성 의혹이 일었고 두 아들의 병역 논란까지 거세지자 지명 닷새 만에 자진 사퇴했다.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대선자금 차떼기 수사로 ‘국민검사’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인물이다. 대중적 인기도 높은데다가 대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개혁 추진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안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11억원 사회 환원 방침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야당의 기부금총리 등 공세에 밀려 지명 엿새 만에 역시 스스로 물러났다.

    세 총리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회장에 들어서 보지도 못했다.

     

  • ▲ 국민검사로 불린 안대희 전 대법관도 전관예우 논란 속에 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사퇴 했다. ⓒ 뉴데일리
    ▲ 국민검사로 불린 안대희 전 대법관도 전관예우 논란 속에 국무총리 후보직을 자진사퇴 했다. ⓒ 뉴데일리

     


    ◆ “삼고초려 끝에 모셨다더니…” 의혹 나오면 수수방관 

     

    박근혜 대통령의 ‘내치는’ 인사는 인수위 시절에도 있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과정에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는 돌연 인수위원직을 그만뒀다.
    최 전 인수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구상한 인사로 새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거론돼 왔다.

    그의 사퇴를 둘러싸고 대북 비밀접촉 행위 및 국가정보원의 암투설 등 뒷말이 무성했지만 당시 인수위는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했다”고 밝힌 게 전부였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삼고초려했다고 밝힌 인물도 끝내 지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초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장으로 김종훈 전 알카텔 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을 내정했으나 이중국정 논란에 밀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박 대통령은 “미래 성장동력과 창조 경제를 위해 삼고초려 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을 뿐이다.

    김병관 초대 국방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도 대표적인 인사 실패 케이스다.
    인수위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김 전 후보자는 “사퇴는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악화된 여론에 결국 물러서야 했다.

    지명 초기단계부터 증여세 누락, 육군 대장 출신으로 무기중개업체에 비상임 고문으로 일한 점 등이 논란이 됐으나 사퇴까지는 한 달 이상 걸렸다. 40여일 간 야권의 십자포화를 받아내며 버텼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은 더뎠고 무참했다.  

    이밖에도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내정자,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중도 낙마했다.

     


    ◆ 진영 복지부 전 장관, 朴 대통령에 자진사퇴 선언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권에서 스스로 박차고 나온 사람들도 있다.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진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전자행정시스템을 통해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내 곧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임하며’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띄웠다.

    청와대에선 진 전 장관이 청와대와 상의 없이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했지만 진 전 장관의 뜻을 꺾진 못했다.

    정부가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을 계획보다 축소하기로 하자 진 전 장관은 이에 반발 “양심의 문제”라면서 자리를 박찼다.

    진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박근혜정부 주요 정책의 골간을 짠 주역이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이 뒤따랐다. 측근인 장, 차관 및 청와대 수석 등과 소통이 부족하고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 정치적 결별? 김종인‧서청원도 곁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정부 내내 차기 대권주자 1위였다. 문재인, 안철수 의원이 급부상 할 때도 이 자리는 내주지 않았다. 손에 잡히는 미래권력에는 인재가 몰렸고 새로운 정부를 꾸릴 시간도 충분했다.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당을 진두지휘하던 비대위원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비대위원에 김종인 전 의원을 앉혔다. 비대위의 좌장 역할을 맡기고 당 쇄신과 정책 구상에 함께 힘을 쏟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의 상임고문은 서청원 의원이었다. 이듬해 18대 총선 직전 친이계에 밀려 친박계 인사들이 이른바 공천학살을 당할 때도 친박연대를 결성해 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목이 돼 줬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곁에는 한 때는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김종인 전 의원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스스로 멀어졌다.
    새누리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서청원 의원은 당내에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비토론을 가장 강력하게 내세웠다.   

     

  • ▲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새 총리 인선에 돌입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새 총리 인선에 돌입했다. ⓒ 뉴데일리

     

    대통령의 힘은 인사권에서 나온다.
    연달은 인사실패와 측근과의 결별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주저앉혔다.  
    집권 2년차, 정국 장악력은 바닥을 찍었다. 차기 대권주자 1위~3위는 야권에게 넘겨줬다.
    콘크리트 지지율이라 불렸던 보수층의 지지에도 균열이 가득하다. 더이상 잃을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실패는 인수위시절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연거푸 실패에도 인사를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은 변함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서실 개편, 인사 시스템 전환, 여러 해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임명권자는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
    차기 총리 인준은 서두르는 것보다 제대로된 인물로 낙점하는 게 먼저다.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충족할 인품과 능력을 모두 갖춘 인사로 대통령이 진심을 다해 인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