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버스사고 블랙박스 공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

19명의 사상자를 낸 '송파 버스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의 '졸음 운전'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9일 오전, 지난 19일 밤 송파대로에서 9중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킨 3318번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과 디지털 운행기록계를 공개했다.

경찰은 버스가 1차 추돌 사고를 낸 직후부터 2차 추돌을 하기 직전 5초까지의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하는데 성공, 이를 토대로 사고 이후 버스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19일 밤 11시 42분 45초경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운전기사 염씨가 몰던 3318번 버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 등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는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직후에도 이 버스는 멈추지 않고 차선을 넘나들며 잠실역 사거리 쪽으로 내달렸다.

이때 운전자 염씨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운전대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보인다.

사거리에서 급히 우회전한 버스. 승객 한 명이 정차할 것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버스는 앞선 차량을 추월하며 송파구청 사거리로 질주했다. 영상을 보면 운전자 염씨가 행인과 다른 차량과의 추돌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버스는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옆 차로의 차량 5대를 스쳐지나간 뒤 앞에 있던 30-1번 버스를 들이받고 멈춰섰다.

운행기록계를 보면 1차 추돌이 일어난 밤 11시 42분 45초경 사고 버스의 속력은 시속 22km였다. 그런데 이 버스는 충돌 직후부터 속력이 점점 빨라져 잠실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할 때에는 시속 70km까지 올라갔다. 경찰은 당시 버스의 속력과 사고 발생 거리를 따져 본 결과 2차 추돌 때에는 속력이 78km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운행기록계상 염씨는 밤 11시 42분 23초부터 7초간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후 2차 추돌 때까지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경찰은 "1차 사고 직후부터 2차 사고 때까지 점진적으로 속력이 증가한 것을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은 낮고, 운전자 염씨가 1차 사고 직후 당황한 나머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1차 추돌 이후 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다각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운전자 염씨는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며 운전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20분 전까지 졸음운전을 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

1차 추돌 사고 발생 20분 전인 밤 11시 27분경 염씨는 신호 대기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 3초 늦게 출발했다. 11시 29분에도 염씨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인다.

경찰은 1차 추돌 직전 염씨가 송파구 삼성아파트 앞과 오금역 사거리에서 2차례 신호 위반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버스 회사 측에 따르면 염씨는 사고 발생 3일 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염씨는 이튿날부터 이틀 연속 오전 5시 30분부터 근무를 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경찰은 염씨가 피로 누적으로 졸음운전을 했다고 판단, 회사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로 염씨와 승객 이모(19)씨 등 2명이 숨지고 장모(18)양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등 1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채널A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