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프로세스 적극 지지면 만사 OK? [글로벌 스탠더드] 까맣게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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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 뉴데일리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 뉴데일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별칭이 하나 있다.

     

    “지각왕.”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회의 때
    그를 기다린 정상이 수두룩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각각 40분을,
    <사울리 니니스토> 핀란드 대통령은 무려 2시간을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기다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한-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을 1시간 넘게 기다리게 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에선
    무려 4시간이나 늦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식 행사에 30분 가량 늦게 왔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식 행사에 30분 가량 늦게 왔다. ⓒ 뉴데일리

    전 세계가 그를 [지각왕]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적어도
    두 달 전 지각사태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더라면
    번복되지 않았어야 할 모습을,
    또 보이고야 말았다.


    ◆ “외교결례는 나몰라라?” 공식행사도 30분 늦어


    푸틴 대통령은
    당초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12일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13일 새벽 3시경 한국에 도착하면서
    일정은 일방적으로 미뤄졌다.

    당초 오전 11시쯤 예정됐던
    한-러 정상회담이 2시간가량 순연된 것.

    상당한 외교적 결례지만,
    러시아 측은 특별한 [사과]도 하지 않고
    우리 측 외교부에 [통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술 더 떠,
    푸틴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미룬 약속시간도 또 다시 어겼다.

    그것도 푸틴 대통령의 지극히 사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청와대 방문을 위해 숙소를 나서다가 
    대한삼보연맹 관계자 30여명과
    삼보 도복을 입은 초등학생 2명을 보자
    차에서 내려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시작했다.

    삼보는 러시아 국기(國技) 무술이며,
    푸틴 대통령은 국제삼보연맹 명예회장이다.

    자국의 국기를 연마하는 사람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가 정상간 만나는 약속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벌인
    다소 작위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결국 푸틴 대통령이
    청와대에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오후 1시 30분께. 
    약속시간에서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최한
    공식 환영오찬은 

    오후 1시에서 오후 3시 15분으로 또 미뤄졌고
    이마저 제 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이어 오후 5시께 진행된 행사는
    오찬이라기보다는 만찬에 가까웠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양국이 약속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과 지각사태에도
    [문제 없다]는 표정이다.
    심각한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의 이 같은 거만한 태도에도
    청와대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측은 당초 1박 2일에서
    당일치기로 일정을 바꾼 데 대해
    사전에 조율된 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통보는 아니었다는 의미로
    오히려 러시아를 변호해 주는 모양새다.


    정상회담의 특성상
    상대국의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앞서 발표한 일정을 확정된 일정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 청와대 관계자


    청와대는 또
    푸틴 대통령이 변경된 약속시간을
    사적인 이유로 또 다시 어긴 것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외교적 문제로 번질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신뢰프로세스 지지만 해주면 만사 오케이?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새 정부 출범 후
    한반도 주변 4강국 정상 중 처음이자,
    양국을 오가며 정상외교를 벌인 사례 또한
    러시아가 첫 번째이다.

    두 정상의 만남에
    온 나라가 적잖은 기대와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첫번째 만남에서
    대북기조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
    실질적인 선언문 형태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이번 만남에서는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컸다.


  •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공식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

    결국 양 정상은
    30여 분만의 정상회담 끝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할 수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러시아연방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역내 안보 및 안정의 중요한 조건인
    한반도신뢰 구축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환영하고
    협력을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반하는 평양의 독자적인 핵미사일 능력 구축 노선을
    용인할 수 없음을 확인하고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따라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음을 강조했다.”

              - 양 정상의 공동선언문

     

    양 정상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잇는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도 조기 추진키로 합의했다.
    남과 북, 러시아가 참여하는 3각 시범사업으로
    성공할 경우 북한의 개방 유도가 가능해진다.

    이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인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 컨소시엄이
    2,100억원을 투자, 합작회사의 70%에 달하는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면서
    사업 운영에 참여한다는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측이 바라던
    대북정책 지지-북핵 불인정 등을 명확하게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와의 경제교류 확대라는 포석이 깔려있다.

    푸틴 대통령은
    환영오찬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꼭 집어 초청해 달라고 했을 정도로
    이번 방한의 목적은 [경제]에 집중돼 있다.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늦어가면서까지
    양국 간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제 6차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에 참석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광물-원료,
    한국은 전자-기계에 강점이 있다.

    적극적으로 협력해
    대외무역 구조를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 푸틴 대통령

     


  • ▲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실무진들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실무진들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세일즈도 뒤따랐다.
    푸틴 대통령의 특별연설에 앞서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인
    루코일은 우리자동차업체들에게
    윤활유를 납품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합의한
    [나진-하산 물류협력] 사업은
    우리 측에만 유리한 사업은 아니다.
    러시아가 갖고 있는 70%의 지분 중
    절반을 인수키로 하면서
    러시아가 적잖은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우리와의 정상외교를 통해
    상당한 경제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의 [갑 행세]
    러시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6월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렬됐을  당시,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개한 적 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우리 측에서 차관급 인사를 내면
    북측에서는 국장이 나오는 등 급이 맞지 않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북한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금의 푸틴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일갈이 한 번 더 필요해 보인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