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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먼저 행동하라' 신경전…후속 움직임 주목
케리, 불가침조약 언급하자 김영남 '적대시정책 포기' 대응
기존입장 되풀이 관측 속 북한 행보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먼저 행동하라'면서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매우 구체적인 발언을 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미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진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불가침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케리 장관은 불가침 조약 이외에도 "대화와 협상할 준비가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정권 교체하려는 게 아니다"는 점을 적시했다.
북한도 시의적절하게 메시지를 날렸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4일 게리 프루잇 AP통신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적 목표는 경제성장이라면서 이는 미국이 평양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포기할 때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우리의 주권을 존중한다면, 미국과 나쁜 관계를 맺을 이유가 없다"며 북미관계의 공이 워싱턴에 있다고 덧붙였다.
외견상으로는 북미 양측이 모두 현재의 적대적 관계를 개선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자는데 호흡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북한의 경우 한국 전쟁을 종식할 수 있는 평화 조약의 체결과 함께 한반도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노린 것은 여전하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도 케리 장관의 발언에 대해 "기존 정책을 재강조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주변 여건과 돌출변수에 의해 묘하게 국면이 달라지는 외교의 속성을 감안할 때 향후 상황 전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도 최근 미국의 시리아와 이란 정책을 주도하며 외교적 내공을 과시한 케리 장관이 모처럼 북한에 대해 구체성을 지닌 발언을 한 점은 눈길을 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권력의 공고화에 주력하는 김정은 체제를 향해 "정권 교체하려는 게 아니다"는 말까지 한 그가 대북 정책에서 뭔가 새로운 카드를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비핵화를 하기만 하면 "북한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밝힌 것은 과거 미국 내 대표적인 '대화파'로 유명했던 케리 장관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큰 변화의 동력을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북한의 행동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산된 합의이긴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유예(모라토리엄)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영변 복귀 등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북한과 협상할 뜻이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협상국면이 다시 막혔다. 그 후로 미국은 '진정성 있는 행동'이 선행되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는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4일 "북한이 지난해 초 합의(2·29합의)나 그 이상의 비핵화 조치를 보장하는 행동이 있어야 상황이 변화될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베이징과 베를린, 런던으로 이어지는 '트랙2(민간)' 북미 접촉을 통해 다양한 대화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 공간을 통해 제기된 조치를 실제 행동으로 실행하거나 할 것임을 분명하게 보장해야만 미국도 움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6자회담의 재개를 강력히 원하는 중국이나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남북관계 등이 현재의 국면과 관련된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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