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 8개월 앞두고 언론플레이..지지율 반등 위해 '안간힘'
  • ▲ 지난달 24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24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전철 사업 발표를 계기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서울 전역에서,
    모든 서울시민이,
    누구나 10분 안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반응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서민의 교통 복지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란 취지도 설명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물론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도 실패했다.

    <서울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사업의 타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론의 차가운 반응을 되돌려 놓지는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 동안 열성적으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던
    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조차도
    박원순 시장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경전철 사업 발표 직후
    박원순 시장 보호에 앞장섰던 일부 좌파 언론들도
    이제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

    정의당(옛 진보정의당)과 노동당(진보신당) 등 우호세력도
    박원순 시장이 빼든 대규모 토목공사 카드에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우군인 좌파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경전철 사업 때리기에 나서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상황이 꼬이면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경전철 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에
    [끝장토론]을 제의한 것이 좋은 예다.

    총 사업비가 8조원이 넘는
    대형 토목사업의 추진여부를
    [시민단체와의 끝장토론]으로 결정짓자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27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부채를 고려할 때
    3조원이 넘는 시의 사업비 부담 역시 중대 사안이다,

    서울시가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변경한 이유도
    사업 주체인 SH공사의 사업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뜻에서였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시 본청은 물론 산하기관에서는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방안이 쏟아져 나왔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신청사 1층 로비에
    서울시 부채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전광판까지 만들었다.

    그런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연간 5,000억원의 예산 부담은 괜찮다는 식의 강변을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끝장토론] 제안은,
    자신의 우호세력조차 설득할 여유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다름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무당파의 표심 공략을 위해
    [선심성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비판에,  
    박원순 시장의 주변 인사들은
    민감하다 못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박원순 시장 지지자들은
    서민의 교통 복지를 위한 사업에
    정치적 색을 덧칠하려 한다며
    오히려 비판론자들을 음해세력으로 몰아불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박원순 시장이 바라는 것과는 다르다.
    좌파진영 내부에서조차
    이번 사업은
    선거를 눈앞에 둔 [선심성 정책]이란
    고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의 경전철 사업 계획이
    내년도 지방선거를 위한 [포퓰리즘]이란 비판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원 조달의 비현실성]이다.

    서울시가 밝힌
    경전철 사업 예산은 모두 8조5,533억원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계획한 5조원보다 3조원이 넘게 늘었다.

    전체 예산의 절반은
    민간의 투자로 충당한다는 것이 서울시가 내놓은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 지지파는
    사업에 관심을 갖는 민간기업들이 여러 곳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장밋빛 전망에 동의하는 견해는 많지 않다.

    [잠꼬대 같은 소리]라는 견해가
    전문가들을 비롯한 여론의 일반적 반응이다.

    법령 개정으로
    민간 투자자의 운영 손실을 보전해 주는
    [최소수입보장](MRG) 방식을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사업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경전철 사업에 투자한 민간기업은 
    <서울지하철 9호선>이나 <우면산 터널>과 같이
    MRG 방식에 따라
    운영 손실액을 보전 받을 수 없다.

    물론 민간기업은
    서울시와 합의한 [협약 수익률]을 통해
    운영 손실에 따른 적자를 줄일 수는 있다.

    그리고 [협약 수익률]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복안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라면
    민간기업이
    경전철 사업에 뛰어들기를 바란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성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 보전조차 불투명한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기업을 찾는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모순이다.

    사업의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때문에
    박원순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8개월 앞두고
    하락세를 보이는 자신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
    실현 여부도 불확실한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나중에
    재원조달이라든가 국민혈세 낭비를 우려해서
    사업을 추진하지 않게 된다면
    그것도 중앙정부 탓으로 돌리겠죠.

    또 추진이 되면,
    박 시장이 공으로 삼을 거고요.

    이게 선심용이 아닙니까?
    저는 정치용이라고 봅니다.

       - 5일, 강감창 서울시의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발언 중 일부


    두 번째는,
    사업 추진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 발표는
    2008년 기본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철도법>은
    관할 권역에 도시철도를 건설·운영하려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10년 단위로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법 3조의 2 ①항)

    나아가 시도지사는
    매 5년 마다 기본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같은 법 시행령 1조의 3 ②항)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2008년 수립된 기본계획에 대한 변경계획(안)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경전철 사업 발표는
    확정된 것이 아닌 [사업계획(안)]에 불과하다.

    같은 법은
    도시철도 사업의 승인절차도 규정하고 있는데,
    서울시의 사업(안)이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국토부장관 계획안 조정(건설 노선-건설비-자금조달 방안-건설 기간 등)
    →관계 부처 협의
    →<국가교통위원회> 심의
    →기본(변경)계획 확정
    →고시.

       - 도시철도법 3조의2 ③항


    막대한 재원조달이 필요한 사업의 특성상
    도시철도법 규정을 떠나
    공청회나 주민설명회 등의 절차도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계획안이 마치 확정된 것처럼 발표했다.

    서울시의 발표 직후
    일부 경전철 예상 지역에서는
    [축 사업 확정]이란 현수막까지 붙었다.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제 겨우 첫 발을 뗀 사업을 두고,
    서울시가 이렇게 서두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서울연구원>의 연구 용역결과 보고서까지 공개했다.

    용역보고서를 보면
    9개 경전철 노선과 지하철 9호선 연정선 등
    10개 노선의 [비용 편익 지수]((B/C)는
    모두 손익분기점인 1.0을 넘었다.

    B/C가 간신히 1.0을 넘었지만
    [재무적 타당성] 여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수]는
    전혀 다른 결과 값을 나타냈다.

    10개 노선 모두 1.0을 밑돌았다.

    그나마 가장 높은 노선은
    0.76을 기록한 난곡선이었으며,
    지하철 9호선 연장노선은
    수익성 지수가 0.55에 불과했다.

    요금을 높이거나,
    민간 기업에 대한 손실보전비율을 올리지 않는 한
    정상운영은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혈세의 추가 투입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도
    서울시의 태도는 완고하다.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노선이 집중돼 있고,
    기존 지하철과 연계할 경우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께
    예정된 노선별 도면도 추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여론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의 무리수는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