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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학당 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송향근(56) 부산외국어대학 교수는 요즘 눈 코 뜰새없이 바쁘다. 대학교 강의는 강의대로 하면서, 이사장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KTX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8일부터 11일까지는 재단 출범 후 처음으로 [제5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를 열었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260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서 23개 세종학당이 새로 지정되면서
    전세계 세종학당은 6년만에 51개국 117개소로 늘어 났다.

    송 이사장은 한국어 교원들의 열성과 희생에 큰 신뢰를 표시했다.

    “무엇보다 감사하죠.
    한국어 교육은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로 키워야 합니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보급하는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교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드리지 못할 정도로
    세종학당이 처한 환경이 매우 열악합니다.”

    송 이사장은 세종학당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종학당이 많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한다.

    “프랑스어를 배운다고 하면 알리앙스 프랑세즈를 생각하고,
    독일어를 공부한다면 괴테 인스티튜트를 가는 이유는
    최고의 언어교육기관으로 인지됐기 때문이죠.
    국외에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면 세종학당을 떠올리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세종학당이 양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재단은 세종학당이 국외 한국어 및 한국어 교육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 같은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5회 세계교육자대회에서는 지역별 워크북 발표회를 가졌다.

    세종학당이 한국어 교육기관으로서 명성을 얻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원의 질적 수준의 확보이다.

    “대외적인 홍보도 중요하지만, 학당 자체의 내실도 중요합니다.
    세종학당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체 평가 시스템을 개발해서
    스스로 발전하도록 할 것입니다. 
    현지 특수성을 반영하는 한국어 교육의 현지화도 같이 추진해 나갈 것 입니다.

    올 하반기에 세종학당은 물론, 한글학교와 한국어과가 설치된
    현지 대학관계자 및 교원을 대상으로
    지역별 한국어교사 워크숍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송 이사장은 오랫동안 교수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무엇보다 교원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번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서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교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국가사업을 알리는 기회라기 보다,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같은 세종학당 이름으로 모였어도 교원, 행정운영요원, 학당장의 입장과 생각은 다릅니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체계화하면서도 현장에서 힘들어 하는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

    세종학당은 지역별, 형태별로 차이가 있어서 이를 조정하는 일도 재단이 해야 할 일이다. 
    문화원 세종학당은 기존의 해외문화원에서 한국어교육을 실시하는 구조이다 보니,
    세종학당 재단에서 나가는 지원금이 없다.

    어떤 지역에서는 세종학당 브랜드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면
    현지의 사설 한국어 교육기관에게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한국어 교원을 파견하기에는 낮은 보수 수준도 큰 걸림돌이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교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종학당 유형의 차이에 따라 상황이 달라요. 그래서 충분히 듣고 답을 내야 합니다.

    세종학당 재단 통해서 지원받는 일반 세종학당과,
    해외문화원 통해 운영하는 세종학당이 지원체계가 다르다 보니까
    요구도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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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학당 재단은 새로운 평가체계를 도입했지만,
    현지 운영요원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재단으로 승격하면서, 그만큼 관리감독은 더 철저해질 전망이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 도입할 평가체제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지만,
    갑작스런 평가체제 도입에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법정 재단으로서 국가 예산 쓰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세종학당 관리평가에 대해서 현장에서는 부담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이 부분 이해를 구합니다.”

    세종학당 재단 이사장의 직책이 현재는 비상임이다.
    그러다 보니 송 이사당도 업무에 충분히 몰두하기가 어렵다.

    일주일에 2,3일씩 업무를 보기위해 서울과 부산을 오르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비상임이라 별도의 보수를 받지도 않는다.

    “비상임이다 보니 일처리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조심스럽습니다.”

    송향근 교수는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