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장' 金을 '김정은씨'라 부르는 백령도 가이드

    안보체험 현장에서마저 적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이 계속된다면
    과연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누가 지켜야하는 걸까?


    이현오 /칼럼니스트, 객원기자


     언제부터인가 우리 언론이 북한 권력자를 칭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예의바른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보수매체 건 종북 추종 매체 건 동일유형이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인민군최고사령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등 깍듯하다.

     로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매체들이 어떤 표현을 하든 관계없이 마치 '우리는 신사도를 지키고 언론 본연의 위치에서 남과 북,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가운데 중립적 사고의 표현으로 정도를 지키겠다'는 입장 차원에서 그러는지 어떤지 몰라도, 그렇게 하다 보니 보수 인사나 우익애국시민단체 입장에서는 그런 인물들이나 언론이 마땅치 않고 속이 부글부글 끊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3대에 걸쳐 대를 이어 세습독재체제를 구축한 김정은 집단은 같은 동족이면서도 굶주림으로 기아선상에 허덕이는 북한주민의 참상과 천부인권을 말살한 채 자유대한민국을 적화통일 대상이자, 우리 정부를 “까부셔야할 타도대상”으로 온갖 술책과 획책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이며, 우리 또한 적화통일 망상에 사로잡힌 북한 공산집단의 도발 야욕을 분쇄해 자유대한민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달성해야할 완전 제거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적장 김정은과 그의 하수들의 직함과 직책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고매한 언론의 표현기법이고, 그런 것들을 고개를 주억대며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저명하고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인양 착각하는 자들이 아닌가 하는 어쭙잖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런 행태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 지식인, 정치인, 교육자에서 학생, 일반인 사회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실로 엄청난 교육문화심리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어쩌면 북한집단이 요망한 노림수나 술수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 북한 김정은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호칭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급기야 국회윤리위에 제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상호 공방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국회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못내 궁금하다.

     민주통합당 심재권 의원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문건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 공식적으로 표현하는데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 이런 식의 표현은 이 자체로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에서 이런 것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다라고 보여주도록 정중한 예를 갖춰서 하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민주당이 종북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는 이유는 ‘김정은에 대한 예를 갖춰 호칭하라’고 하는 의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심 의원이 김 의원을 지난 3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한 것이다.

     그러자 보수청년단체인 자유청년연합이 규탄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차치하고 필자는 지난 5월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 간 경기도 광주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원과 광주시 6개 고등학교 학생대표 등 41명과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백령도 안보현장체험에 나섰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대부분이 백령도를 처음 찾은 초행이었다.

     설렘과 두려움이 각각 뒤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6․25발발 이전엔 북한 지역이었고 현재는 남과 북이 첨예하게 맞닥뜨리고 있는 백령도에 대한 기대감이 행사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음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체험 도중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김정은에 대한 호칭 문제가 미묘한 파장을 가져온 것이다. 우리들 일행을 태우고 가이드 역할에 나선 ‘00 여행사’ 버스 기사가 천안함 피격과 관련한 설명을 하면서 북한 김정은을󰡐김정은씨󰡑로 한 것이다. 순간적으로 귀를 의심했다.

     그는 덧붙여 천안함 피격사실을 전하면서󰡒우리국민 중에 이와 관련해 (북한이 자행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역사적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지 않겠습니까?󰡓하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북한이 했다고 하는 사죄 시인이 없어 결과적으로 각종 증거 물품과 국제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팀의 조사결과를 우리 정부가 발표했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요지의 발언인 것이다. 북한을 두둔하는 말로까지 이해되었다. 물론 나중 일행의 항의성 질의에 해명은 했지만 이후 분위기가 썰렁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백령도가 어떤 곳인가? 인천으로부터 228km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 최북단 섬이자, 북한 황해도 장산곶으로부터는 불과 17km밖에 되지 않는 곳이다. 언제 북한군의 포격도발과 경기부양정의 고속침투가 자행될지 모르는 긴박한 곳이며, 기사의 설명처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어선이나 북한 경비정을 향해 사이렌 소리가 그치지 않고, 피아(彼我) 간 포성이 멈추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조국의 영해를 수호하다 46명 천안함 용사가 한밤 영문도 모른 채 NLL을 침범한, 그것도 동족이라는 적(敵)의 어뢰에 참담히 숨져간 현장 진상(眞相)을 제대로 알려줄 책무를 지닌 가이드가 오히려 反 대한민국 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교육 아닌 교육을 한 대서야 어디 안보현장 체험 교육이란 말이 될 법이나 한 것인가? 거기에는 초중고학생에서 내외국인 등 숱한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인데. 동승 방문객들의 얼굴이 일그러졌음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일설에 의한 국민의 30퍼센트가 수긍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자행한 만행이 무마될 수는 없는 법이다. 지역 기관에서는 관계자들에 대한 가이드 교육부터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25일 박근혜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악랄한 흉심을 드러내고 망발을 했다'며 '괴뢰 대통령' '괴뢰 집권자 박근혜'라고 직함 없이 지칭하면서 "황당한 궤변”, "요사스런 언행”, "악담질"등의 원색적 표현을 다 동원하며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2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김정은 실명을 거론하며 북한의󰡐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비판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북한의 소행이야 더해 말할 나위 없는 작태지만 우리사회 정치권에서, 일반시민, 그것도 안보체험 현장에서마저 적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이 계속된다면 과연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누가 지켜야하는 걸까? 45.83㎢, 우리 국토 서해 최북단 외로운 섬 백령도 행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것은 결코 “김정은씨” 표현 그것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이현오(칼럼리스트 /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