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장관의 탈세 파문으로 공직자 재산공개 바람이 몰아친 프랑스에서 사회당 출신 각료들이 '캐비어 좌파'라는 딱지를 피하려고 너도나도 재산공개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제시한 재산 신고 마감일에 앞서 프랑스의 산업장관과 문화장관, 재무장관 등이 재산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당 각료들은 특히 말로만 민중을 옹호한 채 부유한 생활을 하는 캐비어 좌파로 매도될 것을 우려해 더 적극적으로 재산 공개에 나서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캐비어 좌파란 한국의 '강남 좌파'와 비슷한 말로, 고가의 귀족 식품인 철갑상어알을 즐기는 부자면서 민중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앞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의 해외 비밀계좌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각료의 재산 내역을 15일까지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또 이러한 재산 공개제를 앞으로 각료뿐만 아니라 선출직 정치인과 고위 정부관리까지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베니아를 제외하면 프랑스는 유럽에서 정치인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로 공직자 재산 공개 바람은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정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치인들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클로드 바르톨론 하원의장은 정치인의 재산 공개 방침에 대해 "관음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재산 공개가 대중과 선출직 공무원 간에 신뢰를 회복하는 최적의 방안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제1의 보수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장-프랑수아 코페 대표 역시 일부 UMP 정치인들이 재산 공개 대열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은 부적절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재산을 공개한 인물 중 한 명인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장관은 파리의 아파트 1채와 지방의 주택 2채, 기타 소유물들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내역에는 2007년형 푸조 자동차와 4300 유로(630만원)를 호가하는 미국 가구 브랜드 '찰스 임스'의 의자도 포함됐다.

    오렐리 필리페티 문화장관은 부유층이 주로 거주하는 파리 좌안 지역의 아파트를 공개했다. 필리페티 장관의 소유품에는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티셔츠도 포함돼 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에게는 몇 년간 계속 가격이 내려간 부동산 1채가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FT는 이번 재산 공개로 가장 곤란한 처지에 놓일 장관은 로랑 파비위스 외무장관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저명한 미술품 딜러인 아버지로부터 경매회사 지분과 고가의 미술품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랑드는 이미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소유물을 공개한 바 있다.

    올랑드는 리비에라의 주택 1채와 칸의 아파트 2채를 포함해 약 117만 유로(17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