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다물라” MB 측근 특별사면, 야당 공세 빌미 제공 불 보듯 뻔한 일
  •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다.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던 사람이라면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정말 부끄럽다.
    정말 민망하다.
    정말 안쓰럽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꼭 그런 말까지 던졌어야만 했는지 싶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보고 있자니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지경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두고 하는 얘기다.

    정치는 정치일 뿐이다.
    죄를 저질렀다면 벌을 받는 건 마땅한 일이다.

    새 임금이 나오면 MB 측근이 사면된다고?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빌리도록 하자.

    “이게 말이야 방구야.”

     

  •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연합뉴스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연합뉴스

     

    √ 임태희, 잘 나가다 갑자기 왜 이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지난 7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이명박 대통령 측근의 특별사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사회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관련해서 특별사면 가능성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이런 특별사면이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임태희:
    그런 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고요.
    (여기까진 좋았다. 다음이 문제다.)

    임태희:
    왜냐하면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있는 사안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아마 새 정부가 출범하고 또 임기를 마지막으로 마감하는 교체기에 보통 과거에도 보면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 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임태희:
    그런 조치의 대화합조치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입니다.

    사회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임태희:
    그건 당선인하고 현 대통령께서 아마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주고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전형적인 ‘군불 때기’ 발언이다.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위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을 되새겨 보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에게만 유리한 세상이 됐다는 원성을 듣고 싶은 것인가. 

     

     

  •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연합뉴스

     

    √ 한 술 더 뜨는 청와대,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청와대 관계자의 후속 발언이 더욱 가관이다.

    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권이 임기 말 했던 것처럼 특별사면을 생각 중이다.
    법무부가 사면 대상자를 추리는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정치인과 재계 인사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청와대 측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과는 별도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특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비리혐의로 사법처리 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사면대상에 포함되느냐다.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핵심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특별사면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모두가 권력형 비리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이다.

     

    MB 정부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는 민주통합당의 반응은 불 보듯 뻔했다.

    민노당 출신인 박용진 대변인의 발언 내용이다.

    “권력을 이용해서 비리를 저지르고 또 다시 권력을 남용해서 면죄부를 주겠다고 하는 것은 천벌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빌미 제공이다.
    딱 잘라 말했어야 한다.
    레임덕 비난도 모자라 특별사면 스캔들에 휘말릴 작정인가.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암울했던 사례를 보고도 측근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생각인지 묻고 싶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 퇴임을 불과 2시간 남겨놓고 140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가 후폭풍에 휘말렸다.

    정치자금 모금에 기여했던 금융재벌 마크 리치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마크 리치의 사면 조치는 정당한 결정이며 ‘대가성 사면’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해명은 소용이 없었다.
    국민들의 시선은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MB 정부보다 나은 점이 있다.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 베스 놀런 전 백악관 법률 고문, 브루스 린지 전 백악관 보좌관 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시 마크 리치에 대한 사면에 반대했었다는 점이다.

     

  •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연합뉴스

     

    √ 막장 드라마 가상 시나리오 들어맞을까?


    이쯤 되면 가상의 시나리오 한편이 그려진다.

    (소설이라고 욕해도 좋다. 할 말은 좀 해야겠다.)

     

    #. 2013년 2월의 어느 날, 청와대 국무회의 中

    A 국무위원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각하,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특별사면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듯 싶습니다.”

    B 국무위원이 한마디 거든다.

    “어차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 아닙니까.
    박근혜 당선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단행하시죠.”

    이명박 대통령이 나즈막히 읊조린다.

    “차후에 일이 커지진 않을까요?”

    C 국무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빤히 쳐다보고 한마디 한다.

    “관행 아닙니까.
    고심하실 필요가 없는 사안입니다.
    고생하신 분들한테 나중에 원망 듣게 되실까봐 걱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는다.

    “음...”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석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유종의 미’라는 게 있다.
    제발 이런 막장 시놉시스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력형 측근비리에 엄격한 입장을 천명했던 박근혜 당선인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될 게 뻔하다.

    권력 이양을 한 달여 앞두고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국민대통합’. ‘국민대화합’ 용어를 남발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앙망한다.   

    관행이라는 언급도 하지 말자.
    정치꾼들의 악습은 누가봐도 악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