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생 마감한 조성민..인터넷 악성댓글의 희생양?허구연 해설위원 "악플의 폐해 심각..반성하는 기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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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8일 오전 故 조성민의 발인식이 끝난 뒤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의 모습. 차 안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 이종현 기자
    ▲ 8일 오전 故 조성민의 발인식이 끝난 뒤 화장터로 향하는 운구차의 모습. 차 안에서 고인의 영정사진이 보인다. ⓒ 이종현 기자

     

    90년대 후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로 야구팬들을 흥분케 했던 왕년의 야구스타 조성민(40)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조성민은 지난 6일 새벽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사망 직전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주위 지인들에게 보낸 점 등을 고려해,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어린 환희-준희 남매를 남긴 채 야속하게도 먼저 세상을 등진 조성민은 8일 '화장식'을 거쳐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에 안치됐다.

     

  • ▲ 8일 오전 발인식이 끝난 뒤 영정을 안고 운구차로 향하는 유가족·지인들의 모습. 오열을 하고 있는 홍원기(좌측) 넥센 코치와 위패를 들고 있는 고인의 전 에이전트 손덕기(좌측 두번째)씨의 모습이 보인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환희군(가운데)과 아버지 조주형(우측)씨의 모습이 안쓰럽다.   ⓒ 이종현 기자
    ▲ 8일 오전 발인식이 끝난 뒤 영정을 안고 운구차로 향하는 유가족·지인들의 모습. 오열을 하고 있는 홍원기(좌측) 넥센 코치와 위패를 들고 있는 고인의 전 에이전트 손덕기(좌측 두번째)씨의 모습이 보인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환희군(가운데)과 아버지 조주형(우측)씨의 모습이 안쓰럽다. ⓒ 이종현 기자

     

    고인이 자살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선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6일 자정 무렵 여자친구 박모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주장을 펴는가하면, 또 다른 일각에선 "잇따른 사업 실패로 인한 후유증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갖가지 해석 중에서도 조성민의 죽음을 '최진실-최진영 남매의 자살 사건'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

    지난 2008년과 2010년 각각 자살로 생을 마친 최진실-최진영 남매는 비극적인 라이프 스토리로 팬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당시 네티즌의 지독한 악플에 시달려 왔던 이들 남매는 2년의 시차를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 ▲ 8일 발인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유가족들.  ⓒ 이종현 기자
    ▲ 8일 발인 예배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유가족들. ⓒ 이종현 기자

     

    안재환의 자살 이후 네티즌의 악플 공세로 '만신창이'가 된 최진실은 어느 날 극한의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자택 욕실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이후 동생 최진영은 환희-준희 남매와 유가독을 돌보며 가장 역할을 감당해 왔지만, 2년 전 겪었던 '정신적 쇼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시나 동일한 방법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 아내가 자살하고 처남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린 조성민은 '야구'와 '사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다 그 어느 것도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점점 세간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2004년 최진실과 이혼한 뒤 이듬해 심모씨와 재혼(혼인신고)했던 조성민은 2010년 심씨와 별거에 들어가면서 애정사(愛情史) 역시도 순탄치 못한 길을 걸어왔다.

    요미우리에서 국내로 유턴한 뒤 손대는 사업마다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조성민은 이혼-자살-법적소송 등 온갖 불행한 사건에 휘말리며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 ▲ 8일 발인식이 끝난 뒤 영정과 위패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 유가족 일동.  ⓒ 이종현 기자
    ▲ 8일 발인식이 끝난 뒤 영정과 위패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 유가족 일동. ⓒ 이종현 기자

     

    결국 자신을 옥죄어오는 환경에 질린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조성민을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내몬 주역은 언론과 네티즌이었다.

    최진실과의 이혼, 그리고 예기치 못한 자살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조성민에 대한 네거티브한 기사들이 쏟아졌고 네티즌 역시 격정적인 분노를 조성민 한 사람에게 토해냈다.

    피해자가 있으면 응당 가해자가 존재하기 마련. 일부 네티즌에게 조성민은 '보기좋은' 가해자였고 일종의 '떡밥'이었다.

    최진실-최진영 남매가 자살로 세상을 떠나고 조성민이 재혼과 별거 등을 반복하면서 그에 대한 악플은 갈수록 누적돼 갔다.

    지난해 말 있었던 폭행사건도 조성민이 피해자였지만,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조성민에게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들을 쏟아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네티즌들에게 조성민은 언제나 '가해자'였고, 몹쓸 '가정파탄자'에 불과했다.

     

  • ▲ 고인의 시신을 운구차에 싣는 모습.  ⓒ 이종현 기자
    ▲ 고인의 시신을 운구차에 싣는 모습. ⓒ 이종현 기자

     

    ◆ "'효도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었는데.."

    생전 조성민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허구연 MBC스포츠 플러스 야구 해설위원도 바로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조성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네티즌의 집요한 악플'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이 나왔었죠.
    악플이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을 괴롭히는 상황이 정말로 심각합니다.
    악플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생각해 봤으면 해요.
    사회적 공감대가 생겼으면 하는 점은 악플로 인한 폐해를 직시하고 이번 기회에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故 조성민의 발인식이 열린 8일 오전,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허구연 해설위원은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조성민은 고교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강단이 있어보이지만 속은 무척이나 여린 친구다. 참 안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배를 먼저 보낸다는 심정이 이렇게 기막힐 줄 몰랐습니다. 
    제가 이런데, 남은 가족들은 오죽하겠습니까?"

     

  • ▲ 고인의 시신을 운구차에 싣는 모습.  ⓒ 이종현 기자

     

    허 위원은 "지난해 가을에 만났을 때에도 그다지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었다"며 "야구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떠나게 돼 안타깝다"는 심경을 거듭 밝혔다.

    "성민이 아버지가 제게 문자를 보여 주시더라구요.
    며칠 전에는 당신이 입원한 병원에 조성민이 찾아와 '앞으로 효도할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도 안돼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정말 대단한 선수였죠. 심성도 매우 착했구요.
    야구에 대한 한이 많을 겁니다. 하늘나라에 가선 하고 싶었던 야구를 마음껏 하면서 그 한을 다 풀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지금 아이들이 제일 가슴아파 하겠죠.
    부디 하늘에서 남아 있는 환희-준희 남매를 잘 지켜줬으면 합니다."

    조성민의 부친 조주형씨는 예전 한일은행에서 정구 선수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
    당시 허 위원은 한일은행 야구부 소속으로 조주형씨와 각별한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