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보다 나은 딸이 되려면

  • 정치인을 평가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기준 하나는
    後繼(후계) 세력을 길러냈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

    趙甲濟    

      아버지보다 나은 딸
      
       나는 ‘아버지는 銃口(총구)로 나라를 살리고, 딸은 선거로 나라를 지켰다’는 표현을 즐겨 쓴다.
    박근혜 당선자는 ‘선거의 여왕’을 넘어 이미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대통령으로서의 成敗(성패)에 관계없이 자유민주 체제를, 피를 흘리지 않고 선거로 지켜냈다는 점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의 큰 인물로 자리매김 된다.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은 체제를 건 전쟁, 그러나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었다.

  •    朴 당선자는 열광적인 인기와 고정 지지표에서 김대중, 김영삼에 버금가는 대중 정치인이다.
    그의 대통령 당선 이후 ‘왠지 잘 할 것 같다’는 이들이 많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80%나 된다.
    이유를 물으면 ‘위대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로부터 배운 게 많을 것이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다소 막연한 낙관론이지만 이런 後光(후광)은 좋은 정치적 자산이다.

       박근혜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이명박 정부 비판을 삼가려고 애썼다.
    李 대통령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탈당하지 않고(또는 밀려나지 않고)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여러 번 불리한 상황이 있었지만 흔들리거나 인기주의로 흐르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본 새누리당 의원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문재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던 12월18일 마지막 광화문 유세에서 ‘사병의 병역 기한을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한 게 아쉬웠다.

       박정희의 생애와 역할은 ‘교사, 군인, 혁명가, 그리고 위대한 CEO'로 요약된다.
    박근혜 씨가 아버지처럼 ’위대한 지도자‘란 평가를 받으려면 국민에 대한 교사의 역할과 國政(국정)의 CEO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의 권력의지와 목적 달성을 위한 집중력은 대단한 바가 있으나 사람을 알아보는 눈, 복잡한 정책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조정능력과 추진력은 아직 검증 된 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작업을 하고 있던 서울시장 시절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업적을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분이 한 일들은 모두 눈에 보인다.
    고속도로, 항만, 공업단지 등.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이 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일일이 설명해주어야 하니 어렵다.”
       李 대통령은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여 취임 전보다 한국을 국제적 위상에서 몇 단계 높였다. 그럼에도 국민 지지는 26% 정도이다. 그나마 5년제 대통령의 마지막 연도 지지율로는 최고라고 한다.
    그에 대한 평가는 퇴임 후에 높아질 것이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지 않았으므로 格下(격하)도 거세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재임 시의 돈 문제로 수사를 받을 것 같지도 않다.

       박근혜 당선자도 大選 때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고 한다.
    2007년 대선 때부터 선거자금 조달 때 대기업이 연루되는 일이 없어졌다. 金權(금권) 선거는 사라졌다.
    이것도 대단한 정치 발전이지만 언론의 선동-편향 보도란 또다른 부정 요소가 등장하였다.

       당선자는 선거를 통하여 法治와 安保를 중시하는 사람이란 신뢰감을 주는 데 성공하였다.
    한때 그에게 비판적이었던 보수층도 달라지는 박근혜의 모습에 안도하였다.
    박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법치와 안보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국민 설득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적대적인 좌편향 언론을 직접적인 對국민 설득으로 극복해가려면 특단의 홍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가장 큰 홍보맨은 대통령 자신이다. 李 대통령이 잘한 일이 많은데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는 홍보에 실패한 탓이다.

    무엇보다도 홍보를 뒷받침하는 이념 무장이 부족하였다. 이념은 ‘공동체의 利害(이해)관계에 대한 自覺(자각)’이고 ‘자기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다. 확신 없는 홍보는 교육이 아니라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    트루먼의 충고
     
       6·25 南侵(남침) 보고를 받자마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개새끼들을 막아야 합니다"라면서 미군 파병을 결심, 한국을 살려준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高卒(고졸) 학력의 소유자였지만 '위대한 대통령 랭킹 6위'에 올라 있는 '결단의 사나이'이다. 그는 퇴임한 뒤 쓴 '책임이 머무는 곳(Where The Buck Stops)‘이란 책에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좋은 성격'과 역사적 교양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런 요지이다.

       <지도력을 양성하거나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의가 타고나는 것이다. 좋은 대통령과 나쁜 대통령을 가르는 제1 조건은 성격과 역사적 교양이다. 역사적 교양이란,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지식, 우리 정부의 역사에 대한 이해, 무엇이 자유로운 정부를 만드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대통령은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전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다 들어야 한다. 정확한 결정을 하였다고 확신하면 밀고 나가야 한다. 논란꺼리는 피할 수 없고 피할 필요도 없다. 큰 정책에선 논란이 커질수록 유리하다. 왜냐 하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을 상대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의 입장과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무엇을 하여서 국민이 손해 보는 것보다는 대통령이 꼭 무엇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아서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항상 올바른 생각과 지도력을 가진 사람을 지지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논란이 되는 것은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니까 말이다.>

       트루먼은 자유세계에서 지도자의 定義(정의)는 '국민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나 너무 게을러서 피하려고 하는 일들을 하도록 설득하는 사람'이라고 정리하였다.

       <그래서 나는 좋은 대통령은 세계에서 으뜸가는 홍보맨이 되어야 한다는 느낌을 늘 가지고 살아왔다. 대통령은 자신이 하려는 일이 적절한 것이라는 믿음을 온 나라가 공유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몇몇 대통령들의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옳은 일은 옳다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무시함으로써 그런 설득 노력 자체를 포기한 점이다. 다른 몇 대통령들은 정책 집행을 함에 있어서 사람들에게 그 정당성을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트루먼 대통령은 비록 대학교는 다니지 않았으나 어릴 때부터 독서를 통하여 깊은 역사적 교양을 터득하였다고 한다. 이런 人文的(인문적) 지식이 큰 인물을 만드는 토양이다.
    대통령의 필수 과목을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역사이다.
     
       ‘그만큼 울어본 정치가가 없다’
     
       2012년 12월21일자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名칼럼 ‘天聲人語’(천성인어)는 朴槿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글이었다.

       <먼저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 朴正熙(박정희)를 노린 총탄이었다. 유학중이던 프랑스에서 돌아와 퍼스트레이디 역을 맡은 때 스물두 살. 5년 뒤, 아버지도 측근에게 射殺(사살)된다. 한국의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씨(60)는 悲憤(비분)으로 마음을 닦아가면서 강해졌다.
       야당 黨首(당수)이던 6년 전, 선거지원 유세 중 (범인이) 오른쪽 목을 11cm 그었다. 5밀리만 더 깊었다면 동맥이 잘려 卽死(즉사)하였을 것이라 한다. 부모를 테러로 잃고, 자신도 부상을 당한 지도자는 거칠고 뒤죽박죽인 개발도상국에서도 드문 예이다.
       “아직 나에게 할 일이 남아 있어 (하늘이) 목숨을 남겨주었다고 생각하니 더 잃을 것도 더 탐낼 것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솟구쳤다.”(자서전)
       아버지의 시대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성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딸은 선거중 軍政(군정)에 핍박받은 민주화 운동 관계자들에게 사과하였다. 한국판 ‘三丁目의 夕陽(석양)’(불우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인기 만화)을 측은하게 여기는 老壯層(노장층)의 지지가 勝因(승인)이었다.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평생분의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 청와대로 돌아온다. 소녀시절 15년을 보낸 대통령 관저, 슬픔의 그곳. 아버지가 암살되었다는 急報(급보)를 전하는 高官(고관)에게는 北의 침공이 아닌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나라와 결혼하여’ 獨身(독신)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아무튼 뼈 속 깊이 애국자인 모양이다.
       아버지의 威光(위광)이 있었겠지만 남성중심 사회에서 뽑힌 여성이다. 경쟁 후보보다는 일본에 우호적이라 하지만 만만한 벗은 아닌 듯하다. 幸(행)인지 不幸(불행)인지 우리 쪽에는 그만큼 울어본 정치가가 없다.>
      
       後繼 세력을 길러야
     
       박근혜 당선자는 태생적으로 한국 보수의 本流(본류)이다.
    한국의 보수는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 건국, 박정희의 富國强兵(부국강병), 그리고 민주화 운동을 잇는 국가건설 세력이다.

    자유통일과 一流(일류)국가 건설이란 과제를 안고 있다.
    ‘통일되고, 자유롭고, 번영하고, 강력한 한반도’가 보수의 비전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철학을 이어갈 정치세력을 만드는 데 실패하였다.
    死後(사후) 격하를 막아줄 세력이 없었다.
    반대로 김대중, 노무현은 후계 정치세력을 만들어 死後(사후)에 미화되고 있다.

       박 당선자가 永續(영속)하는 보수정치 세력을 키우려면 보수의 이념정립과 정치교육의 강화를 통하여 많은 당원들을 확보, 국민 속에 대중정당으로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기준 하나는 後繼(후계) 세력을 길러냈는가의 여부일 것이다.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모습일까?